2022년 1월 27일 목요일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안도현이 최근에 새로 낸 산문집 <내게 왔던 그 모든 당신> 을 다 읽었다. 좋은 사람들과 추억들이 섬세하고 자상하게 쓰여졌다. 특히 식물들과 새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고, 내게 생소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시인들과 인문학자들의 거침없는 인생사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기현과 강요백 화가는 그들의 저서를 읽고 싶어졌다. 이밖에도 박성우와 안상학 ,박기영 시인, 권태응의 동요도 깊은 울림을 주어 내 독서 목록에 끼워놓을 참이다. 안도현의 감성적이고 지적인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 책이다. 친한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다.
* 91쪽
"사랑하는 대상을 앞에 두고 꾸벅꾸벅 존다는 것은 용서가 되지않는 일이었어요."
이 정도면 미쳐도 단단히 미쳐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관찰의 대상을 타자화하지 않고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는 거다. 오래 들여다보먄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상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귀로 들어온다는 게 김성호 교수의 지론이다. 그럴수록 자신이 조금씩 깊어지고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 198 쪽
하지만 식물의 유래를 알고나면 그 식물이 더 다정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원로 식물학자 박성진 교수가 펴낸 [우리 나무 이름 사전] 은 500여종 나무의 이름과 유래를 소상히 밝혀놓은 책이다. <중략>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인문학적인 해설은 때로 무릎을 치게 만들고 때로 웃음을 터뜨리게도 한다. 이 책은 나무 이름의 유래를 정리한 정본으로 손색이 없다.
이와 함께 북한에서 현재 쓰는 나무 이름을 소개하는 점도 흥미롭다. 북한의 나무 이름은 순우리말의 의미를 살리는 노력이 돋보이며 외래어 순화, 비속어 안 쓰기, 한자의 한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일본' 이나 '중국' 이라는 말을 완전히 제거했고 비속어인 '개' 나 '똥' 이 들어간 나무 이름도 없다. 우리의 쥐똥나무를 검정알나무로, 며느리밑씻개를 가시덩굴여뀌로, 개옻나무를 털옻나무로, 미나리아제비를 바구지로 부른다. 우리가 부르는 작약을 함박꽃으로,우리가 함박꽃나무라고 부르는 것을 북한에서는 목단으로 부른다. 나중에 남북한 식물학자들이 만나면 옳고 그름을 따지느라 입씨를 꽤나 하겠다.
* 285 쪽
나는 걱정하지 읺는다. 김경주에게서 김소월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은을 읽으면서 왜 황동규를 염두에 두지! 세계는 배반하면서 성장한다. 나는 젊은 시인들의 배반의 싱그러운 배짱을 좋아한다. 특정한 목적지 없는 발겔음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의문이 없는것은 아니다. 한국이라는 땅의 구체성의 습지에 조금만 더 몸을 비빌 수 없나? 포털사이트로만 뉴즈를 보지말고 종이신문을 좀 뒤적거릴 생각은 없나? 우리 삶도 풍요로워졌고 형식적인 갱신을 이루었으나 삶의 질과 품격이 높아진 것은 아니지 않나? 외래어를 반드시 차용해야 낯설게 만드는 거야? 설마 김수영의 온몸을 까먹고 있는 건 아니지? 송재학이나 송찬호처럼 오래 시적인 자신이 있는 거야? 나는 뒷방 노인처럼 중얼중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