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킴스심리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민경
신의 선물, 웃음과 울음
미국 플로리다의 한 웃음 교회, 이 교회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난다. 경건한 예배시간에 사람들이 느닷없이 웃기 시작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 이상한 웃음은 여기저기서 이어진다. 하지만, 그 어떤 우스운 일도 없다. 이 교회의 로드니 브라운 목사는 설교를 하거나, 경건하게 노래를 부를 뿐이다. 웃음을 터트린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만지는 것 같았고 그후 웃음이 나왔다고 얘기한다.
그들은 알수 없는 이 웃음을 성스런 웃음이라고 부른다. 요즘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의 절반은 성스런 웃음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다.
언제나 그렇듯 신비한 종교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맘껏 웃고 난후 생의 불쾌한 감정들을 말끔히 떨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행복을 설계하는 프로젝트
영국 BBC 방송에서는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아 ‘행복을 설계하는 프로젝트’에 참가시켰다. 심리학자인 로버트 홀든이 주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영국에서 유명한 스트레스 관리법이다.
그후, BBC는 6개월 동안 그들의 생활을 추적했다. 과연,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상황이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다만 집에서는 즐거운 일이 없어도 거울을 보며 웃게 했다. 그러나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6개월 후 참여자들의 행복지수는 몰라보게 높아졌다.
도대체, ‘행복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란 어떤 것일까?
‘행복 설계 프로그램’에 따르면 사람들은 먼저 카펫트 위에 편안히 눕는다. 그들은 강사의 지시를 따라, 제일 먼저 몸을 이완시키고 상상에 들어간다. 거울을 보며 웃고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즐거운 상상은 곧 그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한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는 금방 전염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행복을 설계하는 도구로 웃음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벤렌셔씨는 “행복이란 여행과정이지 종착지가 아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행복을 불러들이는 것이지 행복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다. ‘이 일이 끝나면 행복하겠지’, ‘돈이 많이 생기면 행복할거야’, ‘사람들과 사이가 좋으면 행복할거야’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복은 먼저 선택하는 것이다. 매일 하루가 끝날 때가 아니라 시작할 때 행복하기로 결심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순간순간 느끼는 즐거움이고, 즐거움을 만드는 것은 웃음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웃음이 생체학적 반응도 유발하느냐 하는 점이다. 취재팀은 바로 그점에 주목했다. 웃음 연구가들은 이와 관련, “한때 기초과학자들은 ‘그것은 말도 안돼’라고 했다지만, 이제 우리들은 사람들의 기분이 생물학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서 스트레스 때문에 늘어나는 코티졸의 양은 면역체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것 등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의 기분이 좋거나 인생이 덜 고달프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세포마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웃음은 면역력을 키워준다
과연, 과학이 찾아내기 시작한 웃음의 힘은 무엇일까? 취재팀은 그 해답의 실마리를 미국의 한 노학자(老學者)에게서 찾기 시작했다. 미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프라이 박사. 그는 벌써 40여년 동안 웃음을 연구해왔다. 웃음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평소 만화책을 즐겨 읽는다. 그는 웃음의 가장 중요한 효과로 면역에 미치는 영향을 꼽는다.
프라이 박사는 “백혈구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암 등을 비롯 외부물질과 싸우는데 유머와 웃음은 이와 같은 백혈구의 생명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면역이란 태어날 때부터 내몸에 있던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즉 자기(自己)와 비자기(非自己)를 식별하고, 비자기를 제거하려는 우리 몸의 방어능력이다. 웃음이 바로 이 방어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내몸에 있던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식별하려면, 면역세포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일은 흉선(胸線)에서 담당한다. 백혈구의 약 40%는 잘 교육받은 면역세포다. 백혈구가 비자기인 병원체를 발견하면 그것을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을 한다.
만약 면역세포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몸은 어떻게 될까?
서울대 암연구소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흉선없는 쥐가 태어나게 했다. 흉선이 없다는 것은 면역세포를 교육시킬 곳이 없다는 의미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흉선없는 쥐에 이미 감염이 시작됐다. 흉선없이 태어난 다른 한 마리는 밤새 죽었다.
에이즈는 후천적인 요인으로 면역기능이 없어진 병이다. 그렇게 되면 사소한 병원균의 침투에도 대항하지 못하고 죽게된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도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우리 몸의 신호다.
일본 됴쿄 외곽의 한 통증 클리닉에서는 면역과 관련한 특별한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복도 대기실에는 빈의자가 없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동경대학교 의과대학 마취과 전문의였던 와가스키 분기치 박사가 이병원의 원장이다. 그가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은 1%의 카르보카인 5ml, 아주 적은 양의 마취제다. 그것이 처방의 전부다.
와가스키 박사는 이 마취제를 환자의 여섯 번째 목뼈와 일곱 번째 목뼈 사이에 주사한다. 이른바 성상신경절 차단 요법을 쓰는 것이다. 성상신경절은 일곱 번째 목뼈 바로 아래에 있다. 허리 윗 부분이 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감신경 다발이다. 마취액은 성상신경절의 바로 윗부분에 퍼지고 그렇게 되면, 뇌로 올라가는 교감신경이 마비된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교감신경이 마비되면 뇌 혈관은 넓어지면서 혈액 공급은 두배로 늘어난다. 이는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상하부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계, 온몸 구석구석 뻗어있는 인체의 통신망 신경계, 그리고 면역계. 이 3가지 시스템의 조화로 시상하부는 우리 몸을 늘 일정한 상태로 유지한다. 결론적으로 시상하부의 기능이 좋아지면 우리 몸은 외부의 어떠한 자극에도 잘 이겨낼수 있는 것이다.
와카스키 박사는 “성상신경절 차단이란 말하자면, 자연 치유력의 항상성을 유지시키며 자연치유력을 부활시키고, 도와준다”고 말한다.
성상신경절 차단요법은 원래 통증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치료법이다. 그런데, 이 치료법이 부수적인 효과로 면역계를 활성화 시킨다는게 와카스키 박사의 주장이다. 와카스키 박사는 이 치료법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의 면역력을 높이는데도 큰 효과가 있다고 얘기한다. 스트레스와 면역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수술은 우리 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환자가 마취를 하고 의식이 없다고 해서 생체가 이를 모를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칼로 조직을 자르고 피를 흘리는 동안 세포나 신경은 이를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취재팀은 수술 전후로 환자의 면역기능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일주일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한 환자. 얼굴은 좋아 보였으나 몸속에선 전혀 뜻밖의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면역세포는 활성화를 돕는 물질과, 억제하는 물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면역기능 수치는 돕는 물질과 억제하는 물질의 비율을 나타낸다. 수치가 낮을수록 억제하는 물질이 많다. 이는 면역력이 낮다는 뜻이다. 수술 직후 떨어지기 시작한 면역력은 수술 일주일 후 가장 낮아졌다.
수술을 받은 74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NK 세포(자연살해세포)라는 면역세포의 활동성도 수술 열흘 후 가장 낮아졌다. 이와 관련하여 원자력병원 일반외과 백남선 박사는 “NK 세포 즉 자연살해 세포하고 헬퍼 세포은 우리 몸의 면역상태를 증가시켜주는 것이다. 그 세포가 많을수록 우리 몸의 저항력은 높아지는 거고, 병에 잘 안걸리며 아울러 암에 잘 안걸리는 거다. 암 수술이 아니라 다른 수술을 받는다든지 혹은 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연 살해세포의 활성 및 숫자가 떨어지는 거다”고 설명한다.
자연 살해세포는 매우 중요한 면역세포다. 자연살해세포는 바이러스와 암세포에 가장 빨리, 가장 강력하게 대응한다. 자연 살해 세포가 표적세포를 만나면, 자기세포인지 아닌지를 식별하는데, 세포막 표면의 인식체계가 꼭맞으면, 자기세포라고 인식한다. 인식체계가 맞지 않은 암 세포를 만나면, 일단 암세포의 표면으로 접근, 암세포의 세포막에 구멍을 뚫고 파란색의 수분과 하얀색의 염분을 투입해 암세포를 죽인다.
호쾌한 웃음과 자연살해세포 활동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이 자연살해세포가 줄어든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과학은 신이 생명을 위해 마련해둔 마지막 비상구를 찾아냈다. 웃음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와 종양세포를 죽이는 자연 살해세포는 호쾌하게 웃을 경우 암세포를 제거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한다.
과연 웃음은 자연살해세포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취재팀은 먼저 자연살해세포의 수적 변화를 살펴보기로 했다. 실험에 들어가기 전 참가 학생들의 혈액을 채집했다. 참가 학생들을 각 5명씩, 3그룹으로 나눴다. 실험 시간은 1시간. 첫 번째 그룹은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는 여행 비디오를 보도록 했다. 이들은 통제군으로서 그 결과는 나머지 두그룹의 결과와 비교하는 기준이 된다. 두 번째 그룹은 개그맨과 함께 즐거운 개그 시간을 갖도록 했다. 세 번째 그룹은 ‘사형 참극’ 이라는 공포 비디오를 보도록 했다. 시형참극은 여러 형태의 죽음을 참혹한 모습 그대로 모아놓은 다큐멘터리다.
1 시간 후, 이들의 혈액을 다시 채집했다. 혈액은 곧바로 분석에 들어갔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무서운 비디오나, 즐거운 개그타임을 가진 후 자연살해 세포의 유의한 증가나 감소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실험 결과 자연살해세포의 수적 변화는 세그룹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웃음은 자연살해세포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은 것일까?
인디애나 주립대학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있었다. 이 대학의 메리 베넷 박사는 33명의 주부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그룹에는 즐거운 비디오를 보게하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여행비디오를 보게했다. 그리고, 1시간후 혈액을 채집하여, 자연살해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국내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연살해세포의 숫적인 증가는 없었다. 하지만 활동성에서 뚜렷한 증가가 확인됐다. 얼마나 많이 웃느냐는 것과 자연 살해세포와의 활동성 사이에 강한 상관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비교실험에 아울로 베넷 박사는 활동성이 증가한 자연살해세포와 암세포를 같은 샤렛 안에 넣고 2시간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웃음으로 활성화된 자연 살해세포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베넷 박사는 연구 결과 “웃기는 영화를 본 사람 전원의 스트레스가 상당한 정도 감소 했으며 특히 웃은 사람들의 경우 자연 살상세포의 활동이 향상되었다. 세포수는 반드시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세포의 활동성은 향상되었고 특히 암세포를 더 많이 죽였다”고 밝혔다.
웃음으로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
머스플 랩터(Mirthful laughter)란, 근육이 움직일 정도로 크게 그리고 유쾌하게 웃는 웃음을 말한다. 이러한 웃음이 터지는 그 순간에 면역세포는 왕성한 활동을 시작한다. 물론 그 효과는 오래간다.
항체란 특정 병원체에 대항하는 면역체다. 당연히 웃고난 후 항체가 가장 많이 만들어졌고 12시간이 지난후에도 크게 줄지 않았다.
미국 응용행동과학연구소 아서 A 스톤 박사는 “나쁜 일이 일어난 날에는 면역기능이 억제돼서 하루 동안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좋은 일의 경우는 그 면역에 미치는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해서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웃음으로 인해 향상된 면역기능은 실제로 환자들에게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일본 의과대학 류머티스과의 요시노 박사는 환자들을 진찰하다 보면, 환자들의 기분·정신상태와 질병이 매우 밀접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한 요시노 박사는 관절염 환자 26명에게 1 시간 동안 일본 만담 ‘라쿠고’를 듣게 했다. 라쿠고를 듣기 전과 듣고난 후, ‘인터류킨 6’이라는 면역물질의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인터류킨 6는 염증이 생겼을 때 백혈구들이 모이도록 정보를 전달하고 염증이 심할수록 그 수치는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요시노 박사는 이 실험에서 “가장 크게 놀란 것은 관절 류머티즘 환자의 혈액 속에 있는 인터류킨 6이라는 물질이 고작 1시간의 라쿠고로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관절 류마티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인터류킨 6가 이렇게 까지 낮아질 수 있는 약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관절이 굳어가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통증이 매우 심한 병이다. 하지만, 요시노 박사의 환자들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웃음이 뛰어난 치료 보조제가 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요시노 박사의 실험결과를 사람들은 처음에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3번이나 똑 같은 실험을 했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요시노 박사의 실험 결과를 입증해보인 사람이 있었다.
미국 아리조나주의 데이비드 제이콥슨이 바로 그 준인공이다. 20년 전 류머티스 관절염을 선고받은 그는 당시만 해도 온몸의 관절 중에 성한 곳이 없었다. 아직까지도 지독했던 병마의 흔적은 그의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에게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어느날 불쑥 웃음이 개입하면서부터다. 그의 인생에 웃음이 들어오면서부터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의 서가에는 고통을 다스리기 위해 지난 20년 동안 사모은 유머책들이 빼곡히 채워져있다. 그리고 그는 유머병이라는 것도 가지고 있다. 그는 약을 먹을 때마다 유머병 속에서 스스로가 처방한 짧은 유머 한구절을 꺼내 읽는다. 웃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전략 가운데 하나다.
데이비드 제이콥슨은 “중독성 있는 진통제보다, 고통에 대처하기 위해 마취제를 선택하는 것보다 웃음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완치된 것이 아니지만, 발병 당시의 관절 퇴행 속도라면, 지금쯤 휠체어를 탔어야 한다. 그의 현재 상태는 의료진에게도 미스테리다. 그는 얼마 전 자전거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물론, 이모두가 웃음 혼자서 해낸 일은 아니다. 그가 달려온 삶도 외발 자전거처럼 위태로웠지만 넘어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준 가장 큰 힘은 웃음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동물도 웃는다
웃음이 병을 이기는데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은 노만 커즌즈(「질병의 해부」 저자)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척추가 굳는 병을 앓았던 그는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베스트셀러가 된 ‘질병의 해부’란 책에 적었다. 그는 “나는 아주 재미있는 발견을 했다. 10분 동안 배가 아프도록 웃고나면 마취한 효과가 있었고, 적어도 2시간은 고통없이 잠들 수 있었다.”고 한다.
웃음은 면역기능을 높이는 것 말고도 우리 몸의 많은 기관들을 자극한다. 웃으면 심장박동수가 두배로 증가하고, 폐속에 남아있던 나쁜 공기가 신선한 산소로 빠르게 바뀐다. 근육 또한 활발히 움직인다. 웃음은 이렇듯 운동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인도에는 웃음클럽이라는게 있다. 클럽 회원들은 아침마다 운동모임을 갖는다. 그들은 웃음을 좋은 유산소 운동으로 여기고 있으며 매일 아침 맘껏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은 웃음은 스트레스와 긴장, 우울함을 해소시켜 준다고 확신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음이 인간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동물들의 감정이란 두가지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먹이를 먹고 난후에 찾아오는 기분좋은 포만감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하나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싸우는 적대감이다.
그러나, 동물들도 웃을 수 있다. 동물들은 웃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그것을 본적이 없을 뿐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미 볼링그린 대학 작 팬셉 교수가 쥐의 놀이를 관찰하던 중 밝혀졌다. 팬셉 교수는 심리학자면서, 뇌신경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특수하게 만들어진 스피커를 통해 쥐들의 웃는 소리를 포착했다. 그에 따르면 어두운 상태에서 놀이를 하는 쥐를 간지럽히면 웃는다는 것이다. 동물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웃음을 유발하는 곳이 원시적인 뇌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진화순서에 따라 3 부분으로 나뉜다. 가장 아랫부분의 뇌는 숨쉬기와 같은 생명과 직결되는 기능을 맡고 있고 변연계라고 불리는 중간 뇌가 감정을 일으키는 곳이다. 여기까지가 동물들도 공유하는 원시적인 뇌에 속한다. 웃음은 바로 이곳에서 비롯된다. 뇌의 바깥 부분의 신피질은 가장 최근에 진화된 부분이다. 인간은 특히 이 부분이 발달해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본성의 기원이 대뇌피질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본성은 다른 동물들과 공유하고 있는 감정적인 시스템으로부터 온 것이며 따라서 다른 동물들의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우리들 뇌의 시스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동물이나 인간이 웃고 즐길 수 있는 것은 바로 뇌의 중간 부분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 중간 뇌의 발달에 너무 소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뇌의 발달은 이 중간 부분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머요법과 전통요법 병행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양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독자에게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웃음은 명약’이라는 유머모음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서점인 반스 앤 노블스도 웃음의 효용성이 알려지면서 유머와 관련된 서적들이 사람이 접촉하기 쉬운 곳에 놓여져 있을만큼 인기가 높다. ‘농담 파일’, ‘화장실에서 읽는 책’, ‘2100가지의 웃음’, ‘미국에서 가장 멍청한 범죄자들’ 등이 그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유머책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웃음은 이들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웃음을 임상에 적극 응용하려는 병원들도 늘고 있다.
미국 펜실바니아주의 마인드 앤 바디 병원은 독특한 진료를 하고 있다. 사소한 감기나 두통에서부터, 심각한 암에 이르기까지,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여느 병원과 다름없다. 하지만, 치료 방법이 색다르다. 이곳에서는 웃음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환자와의 면담이 끝나면, 병원에서 직접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웃음을 조제해준다. 지난 한 달간의 생활과 감정을 항목별로 체크해 컴퓨터에 입력하면, 한권의 웃음 처방전이 출력된다. 비디오, 책, 음악, 잡지, 그리고 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환자 한 사람을 위한 구체적인 유머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다.
이 병원의 원장인 비트먼 박사(정신면역학)은 “유머요법을 전통적인 약물요법과 병행할 수 있는 도구로서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는 울음요법
사람들은 울음을 웃음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울음도 잘 포장된 또 하나의 신의 선물이다.
전문가들은 울음은 잠시 무의식상태에 빠지는 최면과는 달리 자신의 기억속에 저장된 정신적 충격을 스스로 기억해내고 그것을 눈물로 배설, 충격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말한다.
울음으로 자신의 정신적 충격을 다스린 경험자들은 “정신적인 충격은 마음 안에 자리잡고 보는 모든 것을 왜곡시킨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아내를 바라보는 눈 등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울음은 아이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심리학자인 알레타 박사는 아이들의 눈물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 알레타 박사는 아이들에게 울음은 의사표현의 중요한 수단이며 병원을 찾는 아이들은 공포감 때문에 쉬이 울곤하는데 실컷 울고난 아이는 병에서도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그러나 울음을 달래준 아이는 회복도 늦고 나중에도 문제가 생기며, 병원에 대한 공포감이 지속되기 때문에 아이의 울음을 달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알레타 박사는 말한다.
아이들은 생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공포와 두려움에 눈뜨게 된다. 아이들은 공포를 느끼면 운다. 그런데, 만약 울지 않으면 공포는 정신적 충격으로 남아 뇌의 기억장치속에 저장된다. 따라서 아이가 울거나 짜증을 낼 때 혹은 분노할때는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실컷 울거나 분노하고 나면, 똑같은 상황에 처해졌을 때 아이는 더 이상 공포를 느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알레타 박사는 또 맘껏 운 아이들이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인다. 사물이나 현실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이라는 것이다.
울음, 스트레스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눈물은 여러 가지 배설행위 가운데 오랫동안 그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행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눈물이 정신적 충격을 없애준다는 데에 한결 같이 동의하고 있다. 과연 눈물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감정적인 눈물과 방어적인 눈물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취재팀은 여대생 10명에게 먼저 영화 ‘남자의 향기’를 보여주고 눈물이 날때마다 시험관에 담도록 했다. 영화 ‘남자의 향기’는 이복남매간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감정으로 인해 흘린 눈물이 모아졌다. 그리고 같은 실험 참가 여대생들에게 이번에는 양파를 까도록 했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흘리는 방어작용으로서의 눈물을 채집하기 위해서다. 감정이 없는 눈물이다.
슬픈 영화를 보면서 흘린 감정적인 눈물, 그리고, 양파를 까면서 흘린 눈물, 둘사이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검사결과 슬픈 영화를 보면서 흘린 눈물과 양파에서 나온 눈물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영화를 본 후에 흘린 눈물에서 양파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카테콜라민,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테콜라민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우리 몸을 긴장시키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카테콜라민이 분비되면, 혈관은 수축하고, 이는 심혈관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눈물과 함께 몸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뇌내혁명의 저자 하루야마 시게오 박사는 “우는 것은 스트레스를 지우는 일이다. 뇌 내에서 좋은 호르몬을 내는 방법과 나쁜 호르몬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는데 울음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호르몬을 내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왜냐하면 울음은 몸 속에 쌓여있던 나쁜 스트레스를 없애기 때문이다.”고 밝히고 있다.
감정으로 인해 흘리는 눈물이 제거하는 우리 몸의 나쁜 물질, 그것은 스트레스 호르몬 카테콜라민이다. 말하자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이러한 카테콜라민을 몸밖으로 배출함으로써, 몸안의 스트레스를 소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웃음과 울음은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자연 방어 기구다. 어린이는 하루 평균 300번을 웃는다고 한다. 성인은 하루 평균 겨우 7번을 웃는다.
이렇듯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웃음과 울음이라는 자연 방어 기구를 잊어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명약 ‘웃음과 울음’을 늘 곁에 두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