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에 얼마나 진심인가?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1948년,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인권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우리에게 인권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에 따라 인권은 다르게 해석되거나 정치적 도구로도 활용된다. 인권을 있는 그대로의 가치로 바라보고 지켜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말이다. 필자는 이 기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북한인권정책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기만적인 것인지 드러내려 한다.
윤석열 정부의 이상한 인권관
윤석열 정부에서 인권은, 개념은 하나이지만 전혀 다른 가치로 활용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북한인권은 그 말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상징어이다. 북한인권이라는 숭고한 가치 아래 윤석열 대통령부터 정권의 모든 대오가 오늘도 북한인권 투사가 된다.
하지만 ‘북한인권’에서 ‘북한’을 떼버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국내에서 인권이란 단어만큼 윤석열 정부가 터부시하며 듣기 싫어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솔직히 윤석열 정부는 ‘인권’과 친화적이지 않다. 누구나 아는 얘기고 공감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스스로도 인권을 얘기할 때면 머쓱해진다.
노동단체에 대한 탄압, 여성가족부 해체로 대표되는 여성 인권에 대한 히스테리, 청소년 인권에 대한 몰이해, 이태원 참사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인권 인식의 부족 등 윤석열 정부는 인권과 다소 거리가 멀거나, 일반적인 인권 개념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인권관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인권문제가 단지 윤석열 정부만의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국내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나 비전을 갖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현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회 곳곳에서 권위주의가 강화되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가치와 절차는 위축되고 있다. 그들이 민주주의나 자유, 인권의 ‘가치’를 내세우는 것이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보이는 이유이다.
국내 인권에는 침묵하며 북한인권?
그렇다면 질문하게 된다. 국내 인권에는 침묵하다 못해 인권의 후퇴를 가져온 정부가 왜 북한인권에 이렇게까지 열을 올리는 것인가? 나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인권’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한국에서 인권에 침묵하는 정권이 북한의 인권에 진심일 이유가 없다. 너무 자의적인 것 아닌가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북한인권정책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인권을 연일 제기해 온 것에 비해, 북한의 인권이 증진됐다는 성과는 솔직히 전무하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을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하는 등의 ‘노력’은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북한 인권의 어떤 문제를 해결했나? 없다.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 인사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임명했다. 북한체제의 전복을 주장하는 김영호 장관의 임명은 남북대화가 이 정부 임기 내에, 최소한 김영호 장관 임기 내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가 남북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통일부 장관을 임명했으니 스스로 선택지를 지워버린 꼴이다.
아무리 북한정권이 싫어도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한국보다 더 강력한 대북정책을 취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일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이 함께 해결해야할 인권문제라 할 수 있는 이산가족상봉도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영호 장관 임명은 최악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가 진심으로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중국 동북지역에서 지금도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탄압받고 있는 탈북자들, 특히 여성탈북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대안을 마련해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관련 기사: “'북한인권' 지적한 윤 정부, 지금 진짜 필요한 건 ‘구체적 행동’,” https://omn.kr/23jvn). 하지만 여전히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행동도 없다. 그저 “북한은 최악의 인권 국가다” 외치고 있을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행동하지 않는 인권문제 제기는 기만이다. 필자는 인권에 ‘침묵’하는 것보다 인권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더 큰 죄악이라 생각한다. 인권문제에 관심 없는 윤석열 정부가 더 이상 인권을 정치적 도구로 휘두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인권법> 개정으로 북한인권 주무부처 교체해야
우리 법률에서 규정한 통일부 장관의 주 업무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정부조직법 제31조)하는 것이다. 사실 북한인권문제를 통일부가 다루는 것은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관련하여 필자는 북한인권문제를 법무부, 혹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담당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관련 기사: “통일부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https://omn.kr/20nze).
이를 위해 국회가 현행 <북한인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통일부는 <북한인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두 가지 업무 중, 대북 인도적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북한인권 관련 업무는 법무부(혹은 국가인권위원회)로 이양하자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미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자료를 보존·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해왔고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인권의 도구화를 지양하고 인권 자체의 가치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기관이라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임명과 조직 개편(축소)로 통일부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국회가 입법권을 활용해 정부의 폭주를 막고 북한인권문제가 더 이상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지 않도록,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행동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