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봄, 군 제대 후, 읍내에 있는 마트에서 배달 알바를 하며 지낼 때였다. 어느날 동네 친구 영술이가 대뜸 ‘김광석’을 아느냐고 물었다. “야, 당연히 모르지.”라고 웃으며 대답했는데, 오히려 영술이가 의아해하는 것이었다. “아니, 왜 동물원, 흐린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너 그 노래 알잖아?”
동물원 멤버였던 김광석이 솔로 음반을 냈다는 것이다. 동물원 노래를 좋아했던 나는 마트 배달일을 하러 나간 김에 읍내에 있는 ‘형제악기사’에 가서 김광석 음반을 구입하고는 잘 됐다 싶었다. <김광석 다시부르기1> 앨범에 ‘동물원’이 불렀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거리에서> 등 익숙한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쉬는 날이면 시골집 마루 문을 활짝 열고 푸른 하늘을 보며 김광석 노래 듣기를 즐겼던 생각이 난다.
한 가지 물음: 아니, 강화도 시골 애들이 무슨 김광석이고 동물원이야 하겠지만, 고등학생 때 우리 동네(대산리) 아이들 몇이 모여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연습했었다. 나와 세종이가 기타를 치고, 베이스는 영효, 영술이는 드럼을 연주했다. 풋내기에다 실력도 없었지만 행복한 시간을 공유했다. 악보도 구할 길이 없어 음악을 듣고 따라서 연주하던 정도였다. 건아들의 <젊은 미소>, 휘버스의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 <그대로 그렇게>, 라이너스의 <연>을 많이 연주하고 노래했었는데….
참, 몇년 뒤에 <먼지가 되어>를 김광석이 불렀다는 것도 영술이가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