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금빛수다
일시 : 2022. 11. 20. 15:00
장소 : 도봉민생상담소(쌍문역)
도서 : 시집 헬조선의 민낯
시인 : 강현만
- 나는 그간의 삶에서 많은 직함을 가졌지만 현재 시점에서 시인, 작가라는 이름을 갖게 댄 것에 대해 고맙고 부끄럽고 자랑스럽다.
- 시는 시인이 살아온 삶의 배경과 경력을 떠날 수 없다. 맥락적 시 읽기의 측면에서 그렇다.
- 시는 정신과 영혼, 느낌과 정서를 노래한다. 즉 시는 사람을 노래하고 인간을 읊는다.
- 나는 진영과 좀비의 시대에 시로 위로와 위안을 받고 있다.
- 부족하지만 시를 읽고 쓰고 배우고 공부하면서 계속 변화와 성숙해나가는 모습으로서 시의 의미는 한층 크게 자리 잡고 있다.
- 그리스 플라톤의 국가론,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서 시는 문학 그 자체였다.
- 동양에서 공자의 시경, 유협의 문심조룡에서 시는 정신, 성정을 잡는 것으로 시를 말하고 있다.
- 시에 대한 정의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지금도 시는 변화하고 있다.
- 시가 때로 어려운 이유는 시어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산문이 아닌 의미로서 시는 애매성, 함축성, 상징성, 낯설게 하기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를 갖는다.
- 시 읽기는 산문이 아닌 시적 읽기가 조건으로 필요하다. 한 번 읽고 또 읽고, 낮에 읽고 밤에 읽고, 그렇게 읽을 때마다 다양한 느낌과 정서를 갖게 한다. 시는 거시적 읽기, 미시적 읽기, 맥락적 읽기의 방법이 필요하다.
- 시는 돈도 안 되고 쓸데도 별로 없다. 경제 현실에서 욕먹기 좋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를 읽고 공부할 필요성을 갖게 된다. 시는 인간을 쫓고 찾는 과정,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과 타자성, 소외되고 약한 것에 대한 목소리, 척박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게 하는 미학, 예술성 그리고 인간의 본성적 측면에서 자유와 민주, 정의와 평등, 해방을 노래하게 한다.
- 고로 우리는 생각하고 쓰자. 쓰면 시가 되고 책이 된다.
금빛수다에서 낭독되었던 시.
헬조선의 민낯
그래 20세기도 한참 지난
21세기 그것도 대통령 뽑기 선거를 앞둔
2022년 봄기운이 옹알거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글귀가 바람에 스치고 있었다
유시민류의 진보 지식인으로
진중권류의 진보 평론가로
김어준류의 진보 언론인으로
안도현, 류근류의 진보 시인으로
조정래류의 진보 소설가로
김제동류의 진보 연예인으로
안치환류의 진보 가수로
김민웅, 김근수류의 진보 종교인으로
조국, 전우용류의 진보 학자로
세상은 내로남불 진영
위선과 가식의 용광로가 끓고
기껏 끓어 넘치는 것이
범죄단체 수구매국 파쇼의 본산을 까대면
핀란드 미녀 따루가 없다는 그런 당을 까대면
진보가 되고 진보 행세의 명함을 휘날리는
독일 일등우파라는 기독민주당 그러니까 메르켈
한국진보는 독일의 일등우파 기민당보다 오른쪽
기막히고 적나라한 현실은 입 싹 씻고
사회현상의 본질은 시궁창에 패대기치고
돈과 권력이라는 기득권의 아우성만이
적대적인 척 공존공생공범관계로
기득권 서울공화국은 별이 되어 빛나고
비정규직 하청 알바 특고 최저임금 자영업자
기초수급자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사회의 그늘, 소외된 인민은
보이지 않거나 그림자 그도 아니면
산재로 죽거나 자살로 끝내는
영원히 빛날 짝퉁진보 헬조선의 민낯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도
바람이 인다 바람이 분다
쓸쓸해서 서럽고 차가운
차마 피하고 싶은
휘몰아치는 바람
비와 태풍과 눈발까지
시퍼렇게 솟구쳐서 불어오고 있다
한 조각 미세한 먼지가 되어
날리고 치고 깨지고 무너지고
바람이 인다
바람에 몸이 타고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에 영혼이 부서지고 있다
산불에 강물이 춤을 추고
달과 별이 물결치고 쓰러지고
정신을 깨고 영혼을 노래하고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을 때 좋은
좋을 때 좋은
간 쓸개를 내주다가도
언짢고 기분이 나빠
자리를 박차는
모습에서
삶에 파도가 치고
성난 파도에
길 잃은 사랑이
넋을 놓아
좋을 때 좋은
의무
춥고 스산하고 휑한 광야에서
내가 가진 의무는 무얼까
세월의 흔적마저 헤일 수 없는
바람과 구름과 비와 눈발 속에
흔들리는 고독과 외로움과 가시와 고통 속에
인고의 세월에 담아내고 담아내야만 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꺾일 수 없는
무릎 꿇을 수 없는
고문과 죽음으로도
흔적마저 지워진 세월과
인고의 세월에도 비켜가지 못한 바람에
영겁의 세월에 비켜 선 찰나의 순간
그 찰나에 내가 가진 바람은 무얼까
도 닦기와 내공쌓기에 참나를 세다가
결국에 저놈들을 이겨야 한다는
소박한 믿음 하나로
고행에 웃어내고 죽음에 미소 짓는
찰나의 의무를 준비한다.
당신은 아니 보았나요
당신은 아니 보았나요
나는 보았어요
당신이 어데 있더라도
산을 넘고 달을 넘어
구름에 흔들리고 별에 취하여도
그대는 늘 내 호수에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오
낮이나 밤이나 꿈에서조차
언제고 항상 그대에 놓인 것을
그런데도 나는 또
당신을 찾아
당신 품에 잠기는 것을
별이 눈에 가득 찼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내 호수를
그대는 아니 보았나요.
아버지는
친구이고
형이고
아버지이고
고통의 나날
주름진 세월 속에
가만히 바라만 봐도
따스한 미소가 번지는
아버지는
아버지
혼자는 감히 집 밖으로 나갈 엄두를 잃은 아버지
기저귀를 거부하며 팬티를 고집하던 아버지
몇 달 만에 기저귀만 차는 아버지
다른 반찬은 없는지 국에 말아 밥만 먹는 아버지
뭐를 먹자 어디를 가자 말이 없는 아버지
동네병원조차 몇 번을 쉬어가야 하는 아버지
그 가까운 걸음마저 맞잡은 손에 단단히 힘을 줘야 하는 아버지
비틀비틀 침대에서 화장실에서 문지방에서 위험한 아버지
감기가 무섭고 어디 조금만 불편하고 아파도 걱정이 앞서는 아버지
금방 한 말 또 하고 엉뚱한 말을 또 하는 아버지
손주를 보고도 누구냐고 묻고 또 묻는 아버지
돌아가신 어머니가 문밖에 있다는 아버지
왜 남의 집에 있냐며 집에 가자시는 아버지
맥 하나 없이 앙상하게 잠을 자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나만 보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밥 먹었냐 많이 먹어라 조심해라 엉뚱한 짓은 하지 마라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