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효치의 『나도 바람꽃』
바람이 시작된 곳
바다 끝
작은 섬
물결에나 실려 올까
그 얼굴
그 입술이
한 생애
불어오는 건
바람 아닌 그리움
【주제】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
【감상】
이 작품 「나도 바람꽃」은 그리움의 표상이 되고 있다. 바람과 더불어 생을 이어가는 것이 만상의 모습이다. 그러니 이 ‘바람꽃’에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다면 이 꽃의 생은 얼마나 쓸쓸하고 적막하겠는가. 꽃들은 바람으로 춤을 추고 자신의 향기를 멀리 전한다. ‘나도 바람꽃’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꽃 안의 그리움에 몸서리치기에 흔들리는 것이다. 여기서 눈길을 잡는 것은 "바람이 시작된 곳"이다. 그곳은 어떤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그 얼굴 그 입술'로 상징된 ‘바다 끝 작은 섬'이다. 그곳에는 사랑하는 이가 존재하고 그에 대한 그리움이 곧 바람이다. 그리고 그리움에 흔들리는 것은 시적 화자인 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바람꽃일 수밖에. '너도' '나도' 바람에 울고 불며 대책 없이 흔들리는 하나의 작고 여린 꽃으로 그리움을 품고 산다. 이 작품은 자유시인이 쓴 시조로 그 표현 내용이 상징화되어 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의 "신이 쓸데없이 생명을 만들지 않았다."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돠는 것 같다.
문효치(文孝治1943〜)전북 군산 출생, 동국대 국문과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66년 《서울신문》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나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별박이 자나방』등 14권, 산문집 『시가 있는 길』, 시조집 『나도 바람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