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산 자락 초가삼간에 디딜방아 사계절 누워 자고 대마당 흙돌담에는 구부질렁한 살구나무가 막춤을 추네. 뒷동산 솔낭구에는 늙은 부엉이 대소가 날밤새며 울어재끼고 삽지껄 수렁속 붓꽃 만개한 미나리깡에는 엉머구리 대가족이 떼거리로 합창하네.
담벼락 건너 도랑섶으로 작은 개울물 졸졸 흐르고 마당구석 소죽재칸에 누렁이 황소 워낭소리 깊고 그윽해라. 담모할매 무서운 위엄보다 이바구만석군 효잠할매 입담이 분강촌 백미라네. 구들장 위 멍석 핀 안방에는 추이 알부이 정화 미야 소복히 올망졸망 대고 대규는 늦둥이라 세상 구경 막차를 탔네.
알부이 예능끼는 소녀시절부터 군계일학이라 숟가락 밥주걱 웅켜쥐고 가요잔치 숭내 냈네. 대기만성 모양새는 맹아부터 달랐다네. 가난쟁이 삼대 없고 부자쟁이 삼대 없네. 담모할매 보우하사 적수성가 대성했네. 분강촌 세상만담 효잠댁이 요람이로다.
영지산 황금노을 분강에 휘영청 출렁이면 도산서원 찍사양반 자전차 타고 일수찍듯 찾아와서 서원얘기 이안얘기 줄줄이 토하지만 알고보면 그 속내는 부내처자 짝사랑이네. 알부이 종고이 다짜고짜 자전차 후벼 타고 뒤웅굴 비탈길 휘달리다 무다이 지바람에 달실할매 도랑섶에 강중백이 내칠 때가 마구마구 수타였소. 오익군 하진군 드럼만또 낭자패 실거랑 둔덕받이서 시끌벅적 노래자랑 난리굿판 떨때면 분강촌 지신들 억수로 놀라 청고개로 예주룩 피신했네.
대마당 앞에는 고무신장사 정옥이 아지매네 살고
뒤뜰 미나리깡 위에는 미동할매네 살고 뒤웅굴 옆은 덕개할매네 살고 큰 미나리깡 아래는 대궐 같은 달실할매네 고택이 고즈넉이 자리했네. 딸기밭 담너머 영주할매네 살고 기와담 옆에 구래실할매 살고 좌우로는 우릉골할매 풍산할매 영월할매 원촌할매 녹동할매댁이 병풍처럼 진치며 윗마실 이뤘네.
배산임수에 마당 넓고 엉마구리 소리 커서 재복이 넘쳐나는 분강촌 빼어난 명당이로다. 담모할매 기제삿날 종고이는 초저녁부터 사랑방에 눌러앉아 자시경에 제사밥 뜨고 새벽이슬 머리이고 집으로 돌아가네. 야심한 밤 도랑건너 해바라기밭 가로질러 토째비 홀킬세라 걸음아 날살려라 시다이 달아치네.
허리 굽은 효잠할배 분강촌 으뜸 근면가로다. 말수 없는 무거운 선비의 속정 아는 사람만 아네. 아희들 헤아리는 잔정은 통소보다 깊고 구당나무보다 크네. 인자한 그 형상 천하에 빛나는 농사꾼이로다. 아~ 옛날 옛적 그리운 분강촌~ 효잠댁 전설이로다♧.
♤종친 조각 예술가 이재홍 선생의 2020년 작품, 수몰 전 1970년대의 분강촌(분천동) 전경.
♤종친 화가 이택 선생의 1992년 작품, 수몰 전 분강촌을 그린 "분강도"이다.
♤2014년 유산 김영환 선생이 그린 진경산수화인 "분천마을도" 이다.
♤수몰 전인 1975년 여름이 시작되는 5월초 입하경 무렵에 분강촌 사람들이 이별을 위한 마지막 나들이를 떠났다. 안동군에서 수몰민을 위해 위로 차원에서 속리산 법주사로 단체 여행을 보내주었다. 평생 고생만 하다가 고향산천 수몰을 목전에 두고 생전 처음 간 나들이가 이별을 위한 마지막 여행이라는 것을 내심 마음 속으로는 모도 알고 있었으리라. 그래서인지 나들이 분위기가 이루말할 수 없이 침울했다고 한다.
♤분강촌 세상 만담은 효잠댁이 요람이로다. 우리 효잠할매의 막춤을 누가 막으랴(오른쪽에서 두번째 손을 들고 막춤을 추시는 어른이 그 옛날 전설의 효잠할매 생전 모습이다).
♤분강촌에 살았던 옛 사람들 모습이다. 영월할매(오른쪽 네번째), 영주할매(오른쪽 두번째), 풍산할매(오른쪽 세번째), 부내 구멍가게(점방) 성대네 할매(오른쪽 여섯번째) 등의 모습이 그립게 다가온다. 우리 효잠할매와 덕개할매와 녹동할매와 상계할매와 미동할매와 달실할매와 옥천할매는 워디 가셨는가. 언급한 옛 어른들은 이제 모도 다 별이 되셨다. 아~ 그리운 옛 사람들...
첫댓글 안동사투리 재미 있고.
분강촌 억수로 오래전 옛날 귀한 사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