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가령 귀한 손님이 왔는데 대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제대로 대접할 만한 음식이 없을 수도 있고 마땅히 입을 옷이 없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시골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는데 방이 더럽고 침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며 음식도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부족한 것이 있기 마련이고, 필요한 것이 없어 곤란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필로테아 님, 그럴 때에는 기쁜 마음으로 그 부족함을 인내해야 합니다. |
폭풍우, 홍수, 화재, 흉년, 도난, 소송 등의 재난으로 큰 손해를 입으면, 이때가 바로 청빈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대는 평혼한 마음으로 재난에서 오는 불편을 견디어 내고 극복해야 합니다. 에사우의 손에는 털이 많았고, 아버지 이사악 앞으로 갔을 때 야곱의 손 역시 털투성이였습니다. 그러나 야곱의 털은 피부에서 자란 털에 아니라 염소 가죽의 털이었습니다.(창세 27장 참조). 야곱의 털은 뽑아도 아플리 없었지만, 에사우의 털은 피부에서 자란것이므로 강제로 뽑으면 무척이나 아팠을 것입니다. |
이와 마찬가지로 재물이 우리 마음에 뿌리 깊게 박혀 있으면, 폭풍우나 도둑이나 소송인 등에게 재산을 빼앗길 때 얼마나 큰 분노와 고통을 느끼겠습니까? 그러나 이와 달리 하느님의 거룩한 뜻에 따라 재산을 관리하고 지킨다면, 타인에게 재산을 빼앗긴다 해도 그 일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온전히 잃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입니다. 짐승의 옷(털)은 살에 붙어 있어 마음데로 벗을 수 없으나 사람의 옷은 언제든지 벗어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