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이야기(4)
기타와 월금과 향비파
근래 장구, 단소, 대금, 퉁소 등을 즐기지만 내가 생전 처음 돈 주고 샀던 악기는 기타였다. 젊은 날 취직해서 월급이 나오자말자 진작 사서 갖고 놀아왔다. 주법을 배우러 교본이랑 비디오 강의테입도 샀으나 이해가 어렵고 코드 위주 설명이 체질에도 맞지 않았다.
여러 음을 동시에 치는 코드는 말하자면 화음이다. 그런데 동양 및 국악기는 화음 악기가 거의 없었다. (생황만 예외라 한다) 대부분 단음 우선이며 화음이라면 단독음 조합으로 시차를 둔 아르페지오식 화음을 쓸 뿐이다. 근래의 세칭 트롯 전통대중가요도 비슷하지 않나 한다.
7080 이래 코드 위주로 확 돈 듯한데 그시대 통기타 주역들은 교회 성가대와 팝송 애호가들이 많았다. 그 기류가 대세를 휘어잡은 듯한데 물론 그것도 좋으나 기존 스타일과 전래 기류들도 병행되고 개성에 따라 취사선택되는 것이 균형적이지 않았겠나 한다.
시류는 어떻든 나로서는 단음 멜로디 중심에 아르페지오적 화음을 섞기도 하고 때에 따라 장구식 스트로크로 냅다 두드리면서 어설프나마 나름 즐겨왔다. 장구가 반주 중심 악기고 퉁소류가 멜로디 중심이라면 기타는 이들을 두루 포괄하는 사통팔달 악기가 아닌가 여기고 있다.
신라시대 3현 3죽이 있었다고 하는데 3죽은 대중소금이고 3현의 현악기는 가야금 거문고 비파라 한다. 이중 가야금 거문고는 덩치가 커 휴대 연주는 비파만 가능하다. 이 비파가 한국의 기타라 하겠는데 근래 맥이 끊어져 전승 재현의 길도 막혔다.
이 우리 비파 – 이른바 향비파는 곧은 목에 5현이라 중국의 굽은 목 4현의 당비파와 구별되는데 현재 시중에는 중국 비파만 해외직구로 유통되고 향비파는 판매 두절이다. 국악기 전문제작소에서 특별 주문하는 통로도 있는 모양이나 문의해보면 실거래는 막혀있는 것 같다.
비록 비파가 기타와 근사하나 목과 몸체가 두리뭉실해서 기타처럼 선명히 구별된 것은 오히려 월금이다. 신라 삼현삼죽에는 빠졌지만 백제 쪽에서 애호했던 모양으로 그 연주하는 모습이 조각으로 남아있다. 오키나와의 대표악기인 사미센은 석줄의 유사 월금인데 중국의 삼현에서 전래되었다 하나 백제와의 관련성도 유의할만하다. 인접 일본으로 건너가 나라 대표 국악기가 되었다.
근래 이곳 카페지기님과 관련된 모 국악사에서 월금을 만든다는 소식에 귀가 쫑긋해졌다. 해당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아직 제작 판매까지는 되지 않는 듯한데 결과물이 궁금하다. 그러나 더 궁금한 것은 뭐니해도 향비파의 복원이다.
조선시대 선비들 악기의 제왕은 현악기 거문고였다고 한다. 그와 비슷한 가야금은 안족에 따라 음계가 정교하지 않은데 비해 거문고는 괘가 고정되어 비파처럼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한국적 좌식생활에 어울려 비파의 설 자리를 많이 잠식해 버린지도 모른다.
조선시대 사대사화의 서두를 장식한 무오사화에서 극형을 당한 탁영 김일손은 이 거문고의 대가였다고 한다. 스스로 거문고를 만들기도 했는데 줄을 하나 줄여 다섯 개로 하고 그 연유를 글로 남기기도 했다. 수백년 전 선비도 이렇게 악기를 즐기고 개조도 했는데 온갖 목공예 도구가 구족한 현대인이 좋아하는 악기 하나 제손으로 만들지 못해 꿈만 꾸나 싶어 향비파 제작 도전에 힘을 받는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그게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닌 것같아 이리저리 공상만 하다 말고 있다.
첫댓글 비파는 현재 월금보다는 많이 알려져 연주되고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중국제 비파만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의 월금은 중국에도 위에친이라는 발음으로 중국에도 있으나 상당히 모양과 주법이 다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복원 중이니 곧 선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잊혀진 악기에 대해 관심을 보여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월금 제작 소식은 생소해서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바람이라면 원형 복원성에 충실한 유형과 함께 이 시대 대중들과 어울림성이 좋은 생활한복같은 유형에도 배려가 있었으면 기대하고 싶습니다. 노고에 경의와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