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 3. 비)천우-곽선희 쓱쓱 쓰으윽! ''안갔으면 되었을 걸 ~ 왜 가가지고.'' 했던 말을 또하고 또 하고 이른 아침 골목을 나와 낯선 할머니가 집밖 골목의 벽을 빗자루로 쓸어 내리며 횡널수설한다.
해 지고 가는 곳 마다 비와 함께 버스 유리창 밖엔 드문드문 노란 달맞이 꽃이 손을 흔들었다. 어둠속에 너무 또렷이 피어나 여행객에게 손짓하니 이구동성으로 아~'나를 기억해주세요. 잊지마세요.' 느꼈다. 단원고등학생 수학여행 떠났다가 배가 침몰한 그 사건현장을 지나려 할때 나들목 가까이 와 모두 내려 애도의 묵념을 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라고 위로의 기도를 올렸다. 그 푸른 청춘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하늘의 별로 뜨다니 너무 안타까웠다. 무리하게 수학여행을 감행한 학교장, 인원수와 적재물을 너무 초과해 규칙을 어긴 나중에 팬티바람으로 탈출을 시도한 선원장 왜 미숙한 초보 조타수 운전자에게 핸들을 잡게했는가! 그 위험한 지대에서 빤히 바다 사정을 잘 아는 그는. 빨리 방송으로 대피시키지 않고 학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을까? 선원장과 배 일을 하는 사람들 학생들을 남기고 저들만 탈출을 시도한 그들은 부끄럽지 않은가! 그러고도 살고 싶었을까? 학생들을 위해 대신 구명조끼를 벗어준 선생님들과 같은 또래친구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무리 신고하고 기다리라고 해 기다려도 누구도 와서 구해주지 않아 결국 죽고만 학생들. 친한 친구를 찾아 같이 끈으로 묶어 죽음을 맞이 했다는 소식 등 등. 순종이 죽음을 자초한 사건. 구할 수 없었던 가족들의 무기력함. 아! 용서하지 마라. 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라. 해경들이 있으면 뭘 했는가 배안의 위치도 모르고 행동할 수 없어 죽음을 뻔히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그날의 사건. 도대체 박대통령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그렇게 몰아 가다니.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처음 그사건을 접하고 이것이 꿈결인가 생시인가 했다. 이른 아침 그 할어니가 실성한 사람처럼 빗자루로 벽을 쓸어내리며 안갔으면 되었을것 아니가 왜 가가지고만 반복해 읊조리던 소리의 연유가 이 사건임을 뒤늦게 뉴스를 통해 접하고충격에 빠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한가. 가족들은 말할것도 없고 국민들의 마음을 쿡쿡 찌르고 찢어지게 만들었다.
하늘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비야, 비야, 하늘의 비야! 씻어다오. 씻어다오. 이 기막힌 슬픔. 나쁜 기억들 씻어다오. 참회의 눈물과 함께 씻어다오. 꽉 막힌 가슴을 뚫어다오.'' 통곡을 벽을 어루만지며 빗자루로 쓸어 내리던 할머니 그 탄식을 모르던 아둔한 이 마음도 비야 씻어다오. (240321)
외손자
곽선희
엄마 이름달고 온 아기 사력 다해 나왔구나 동그란 사위 눈동자 콧줄 한 딸아이 피투성이 아기 지켜보네 아앙 아앙 우렁찬 울음 엄마도 아기도 퉁퉁 분 얼굴 의사 수 늘린단 정부지침 반기 든 의사 의료계 출산 앞둔 싯점 의사 한명 궁여지책 몇 군데 추천 병원 애타는 할미 할배 마음 튼튼 태어남 고맙구나 핏덩이 잘 자라다오 세월 물살 헤쳐 수레 가득 윤택함 실어 이 겨레 이끌어 다오 재윤아
뒷담화
곽선희
상대 단점 모난점 얘기하지 않았던가 내 눈과 귀 닫았지 너 깍아 내리고 싶어 내 얘긴 안했지 내 틀에 널 담아 네게 속았다 나 듣고픈 얘기만 들음 내모습 똑바로 못 봄 멋데로 너 심판 멋데로 너 단정했다 너 꼭두각시 만듬 이젠 내 뜻 아님 창조주 뜻데로 살리라 이른 봄 버스에서 내림 반겨주던 벚꽃처럼 그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