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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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10월의 시 (목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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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번져 갑니다
좁다란 골목길에서 차가 마주쳤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고 없이 한동안
후진을 하다가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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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초과로 승강기가 몇차례 그냥 통과합니다
겨우 한두 사람 태울 정도로
승강기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앞줄에 서있던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려다 그만 또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뒤에 기다리는 사람 모두
가슴이 흐뭇해졌습니다
길거리 좌판에 광주리를 든
할머니와 젊은 새댁이 실랑이를 합니다
덤으로 주는 거니까 이거 더 가져가슈
할머니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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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금 덜 먹으면 되니까 놔두고 파세요
지나가던 행인들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번집니다
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꽃을 받쳐주고 있는 푸른 잎이 있기 때문이지요
밤하늘 별이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건
하늘이 어둠을 마다하지 않고 까맣게
물러서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이처럼 비우고 낮아질 때 가까이
다가오며 고요하고 아름답게 번져가지요.
-안복식 좋은만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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