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여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얼마 전 저는 학교 건물을 지나다 '고양이 울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애처로운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우체통 옆 하수구 뚜껑이 열려있더군요. "야옹아-" 하고 불렀지만 들려오는 소리도 없고, 종이 판자와 참치캔만이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학우분들이 '갇힌지는 꽤 되었으며 구조대가 왔지만 구하지 못하였다. 학생들이 먹이를 주지만, 스스로 올라오도록 박스를 기댔는데도 올라오지 않는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저는 고민 끝에 노원구청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구청 직원분께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 그 길로 택시를 타고 통덫을 빌려왔습니다. 하수구에 들어가 한시간 반 정도 통덫을 설치하고, 막차 시간까지 잡히길 기다렸지만 그날은 구조에 실패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저는 구멍으로 잠깐 얼굴을 내밀던 고양이가 떠올라 한참을 뒤척였습니다. 신발이 물에 젖던데 그 하수구에서 태릉의 찬바람을 한달 남짓한 고양이가 어떻게 버텨줄지, 혹 잘못되는건 아닌지. 새벽이 다 되어서야 다음날인 토요일에 다시 한 번 구조를 시도하자 마음 먹었습니다.
그 전날 챙긴 핫팩에 수건에 캔에.. 하나하나 꺼내면서 꼭 잡혀달라고 기도하고, 통덫을 설치하고. 그렇게 남자친구와 다섯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하얀 얼굴에 젖소무늬를 가진 아기 고양이 '누리'를 만났습니다. 경계가 심해서 물린 곳도 많았지만 잡혀주어서 고맙다고, 이제 따뜻한 우리집에 추스리다가 좋은 가족 만나자고, 그 동안 고생 참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
집에 와 상자 속 고양이를 옮기면서 그제서야 저는 제 바람이 이뤄지기 힘든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한 쪽 뒷발'이 잘려있었습니다. 꼬물거리는 피 묻은 하얀 발목. 순간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동시에 하수구에 박스 아래 쪽에 찍혀있던 많은 발자국들이 나가려해도 나갈 수 없었던 이 아이의 몸부림인걸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시 아이를 버리라고 할 때 비록 제가 모자란 대학생 신분일지라도 한 생명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생각했습니다. 구조를 하겠다고 구청에 가면서 그저 살려만 달라고 기도하던 때를 생각하며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였습니다. 경제적인 힘이 없어 이 작은 아이한테 죄스럽고...모자란 저의 탓 같아서 '누리'한테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현재 누리의 상태는 사실 좋지 않습니다. 며칠 전 병원에 다녀와 보니 다리가 잘려 뼈가 어긋나 마비가 된 상태라 다친 다리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뒷다리로 걷는 것과 밥을 먹는 것은 가능하나 그 마저도 뼈가 비춰지는 잘린 다리가 쓸려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여 선생님께서는 누리의 잘린 다리를 제거하고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쪽을 끌어당겨 봉합하는 수술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술비는 학기 등록금의 1/4이 넘는 비용이었고, 저는 우선 엑스레이와 항생제 처방을 받아왔습니다.
저의 모자람으로 누리가 불행하게 되는 것을 원치않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작은 희망과 관심으로 누리를 꼭 도와주세요...저희 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 "누리"처럼, 이 새끼 고양이가 '하나의 다리로도 세상을 걸어나가도록' 여러분의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