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보다 하얗게.
아이보다 순수하게.
雪라벌 기행6. 불국사, 석굴암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雪라벌 기행 3일째. (처음 답사할 땐 몰랐다. 이게 이렇게 길어질지.) 이제는 눈발이 예전보다 많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눈이 적을 뿐 여전히 내리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 이번에는 부모님과 함께 불국사로 향한다.
불국사 가기 앞서 불국사역 앞에서 점심을 먹는다. 국수가 나오는 동안 잠시 구정동 방형분을 보고 온다. 날씨가 이제 풀려 조금 녹아서 불국사도 이럴 것 같아 느낌이 좋지않다. 점심을 먹고 다시 불국사로 향한다.
(구정동 방형분.)
(갈비랑 국수가 같이 나오는 집. 정말 맛있게 먹었다.)
눈이 와서 길이 험해서 사람들이 많이 안 올 줄 알았는데 입구부터 버스 몇 대가 올 정도로 바글바글하다. 사시사철 붐비는 곳이라 우리나라 어느 곳 못지않게 멋진 절이지만, 그 느낌이 조금 사그라진다. 하지만 일주문을 지나자 펼쳐진 세상은 그런 생각을 조금도 가지지 않게 한다. 하얀 눈밭과 어우러진 연못과 다리. 그리고 천왕문 등이 이어지고 환상적이란 말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 되는 청운교, 백운교와 연화교, 칠보교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것이 바로 부처가 사는 세계, 극락정토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불국사 일주문.)
(아름다운 불국사 연못.)
(불국사 천왕문.)
(원래 약수 물받이로 사용되었던 불국사 석조. 보물급 문화재를 물통으로 썼다니.)
(청운교, 백운교. 저 계단을 오를 날이 올까?)
(옆에서 보니 더욱 아름답다.)
(불국사 연화교, 칠보교.)
(불국사 당간지주. 주목을 조금 덜 받는 편이다.)
(극락도 여기보다 덜 아름다울 것 같다.)
오른쪽으로 들어가자 대웅전 영역이 나온다. 불국사는 산사 중 유일하게 산사로서 개념이 아닌 평지사찰 개념으로 지어진 절이다. 그렇기에 남아있는 우리나라 절에서는 보기 드문 회랑을 가지고 있다. 불국사 앞에 있는 환상적인 돌 축대도 모두 산비탈을 평지로 바꾸기 위해 한 노력이다. 불국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공간인 대웅전 영역은 아쉽게도 석가탑이 보수 중이여 조금 그렇지만, 다행히 다보탑은 남아 찬란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다보탑은 한참을 봐도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떠나기 힘들다.
대웅전 영역에서 왼쪽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극락전 영역으로 이어진다. 대웅전보다 조금 한적한 편이라 편히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옆에 있는 웅장한 돌 축대는 불국사의 아름다움과 위엄을 동시에 나타내는 듯하다.
(불국사 대웅전. 석가탑 보수가 아쉽긴 하다. 나중에 끝나면 꼭 다시 오리라.)
(햇볕을 받아 더 아름답게 빛나는 다보탑의 설경.)
(곡선의 미. 불국사 소맷돌.)
(불국사 극락전.)
(오늘도 안녕하신 극락전 돼지.)
대웅전 뒤편에는 긴 무설전이 자리 잡고 있다. 현판의 뜻인 무설(無說)과 다르게 여기는 강연하는 공간, 즉 강당과 같은 곳이다. 마치 종묘를 연상하게 하는 장엄한 느낌의 건물이다. 안에는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진신사리가 마침 있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보고 있다. 건물 양 끝에는 태국에서 보내 준 불상과 중국 구화산 화성사에서 기증한 김교각 스님의 등신상이 모셔져 있다. 김교각 스님은 신라 왕족 출신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구화산에 화성사를 짓고 중생구제에 전력하신 분이다. 김교각 스님은 지장보살의 화신을 추앙받으며 후에 열반하신 후에도 3년 동안 몸이 썩지 않고 향 내음이 가득하였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 몸으로 등신불을 만들어 모셨고 이렇게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여기 무설전에서 하는 강연 같은 걸 한번 들어보고 싶다.
(무설전.)
(궁궐처럼 웅장한 불국사 회랑.)
무설전 뒤에는 불국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관음전이 자리 잡고 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정방형의 관음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 관음전에서 보는 불국사는 불국사가 중창된 이래 1,30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변하지 않은 풍경이라고 한다. 무설전과 대웅전을 이은 회랑 너머로 보이는 다보탑. 불국사 밖, 청운교, 백운교와 연화교, 칠보교가 나오는 모습과 더불어 불국사를 가장 아름답게 보는 풍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분이 담장에 기대어 이 찬란한 모습을 사진에 담기 바쁘시다. 그런 담장에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작은 아기 눈사람이 쭉 늘어서 있다. 불국사에 오면 여기 관음전만큼은 꼭 올라가야 한다.
(겹겹이 쌓인 단 위에 있는 관음전. 웅장하면서도 화려하다. 여름에 꽃 필 때도 아름답다.)
(관음전.)
(관음전에서 바라본 불국사. 불국사의 멋을 한 층 더 살린다.)
(관음전을 지키는 아기 눈사람.)
관음전 밑으로는 비로전과 나한전이 이어진다. 비로전 옆에는 한 때 일본을 반출되었던 불국사 사리탑이 자리 잡고 있다. 섬세하고 화려한 조각이 돋보이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그 뒤로 나한전이 나오고 복원이 안 된 한 전각의 터가 나온다. 마지막 끝에는 불국사에서 나온 각종 석조유구가 모여 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화장실 유구다. 오늘은 눈이 많이 쌓여 그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다. 역시 어디로 발걸음을 옮기든 아름다운 불국사다.
(비로전.)
(비로전 옆 불국사 사리탑.)
(나한전.)
(복원이 안 된 곳. 나중에 된다면 불국사 전체가 원래대로 복원됐으면 좋겠다.)
(눈에 묻힌 불국사 화장실 유구.)
(불국사 삼존불 대좌.)
이제 석굴암으로 올라간다. 불국사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석굴암은 또 어떨까? 큰 기대감을 안고 구불구불한 토함산 도로를 열심히 올라간다. 토함산이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닌데 높이 올라갈 수록 점점 추워지더니 눈의 양도 많아진다. 수많은 나무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축 늘어져 있다. 그렇게 도착하니 주차장도 눈 때문에 상태가 엉망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석굴암을 폐쇄했다는 것이다! 관리 하시는 분께 죽어도 괜찮다고 좀 들여보내 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해도 주지스님께서 내린 지령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신다. 지금 석굴암 주변은 눈이 허리까지 온다며 진입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하신다. 힘들게 올라왔는데. 결국, 일주문 근처에서 서성대다 나온다.
(석굴암 종각.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문 닫힌 일주문. 몰래 들어가 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허리까지 오는 눈이 두려워서 포기했다.)
(석굴암에서 본 경치.)
(여긴 쫌 그래도 보인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내려간다. 내려가는 와중에도 차 여러 대가 석굴암으로 향한다. 입구에 오늘 안 연다는 팻말이라도 붙여놨으면 좋을 텐데. 그래도 다른 세상에 온 듯한 환상적인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좋다. 석굴암이 아쉽지만, 이 길로 그 허탈감을 채운다.
(다른 세상에 온 기분.)
(가는 길에 바라본 풍경.)
(조금 맑아진 날씨.)
이제 날씨도 점점 갠다. 내일 되면 다 녹을 것 같다. 물론 그건 또 내일 돼봐야 아는 일이지만. 아쉬운 면도 없진 않았지만, 아름다운 설경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답사길이었다.
내일이면 드디어 졸업. 졸업식 날 눈이 올까?
-여정- (2014. 2. 12. 水)
구정동 방형분→ 갈비랑 국수랑→→ 불국사 일주문→ 불국사 천왕문→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불국사 연화교, 칠보교→ 불국사 대웅전, 다보탑→ 불국사 극락전→ 불국사 무설전→ 불국사 관음전→ 불국사 관음전→ 불국사 비로전→ 불국사 나한전→ 불국사 건물터→ 불국사 화장실 유구→→ 석굴암 종각→ 석굴암 일주문----------→ (7부에서 계속.)
(雪라벌 기행1. 대릉원, 계림, 교동마을: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5)
(雪라벌 기행2. 월성, 동궁과 월지, 황룡사터, 분황사: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6)
(雪라벌 기행3. 낭산: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7)
(雪라벌 기행4. 황성공원: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8)
(雪라벌 기행5. 남산 삼릉계곡: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9)
(雪라벌 기행7. 경주 구시가지: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91)
(雪라벌 기행8. 옥산서원, 독락당: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92)
새롭게 펼쳐라!
羅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