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암 '계정'/ 경주 예다원 / 한국 녹차와 말차>
계정에서 내려다보니 관어대 앞을 흐르는 자계천에서는 수류화개 다회와 휴식을 찾아온 피서객들이 동시에 계곡을 향유하고 있었다. 독락당은 사유지이지만 계곡은 국유지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쪽은 차회를 하고 한쪽은 그 자신들의 휴가를 즐긴다. 이 공존하는 풍경은 지리산의 어느 다원에서 내가 낯설게 느낀 풍광이면서도 그 느낌에 의해 간혹 그 다원에 찾아든 이유이기도 했다. 객은 정원에서 차 마시고 주인과 가족들은 일상을 사는 풍경, 바로 그 풍경이 내 기억에서 자계천 풍광과 겹쳐졌다.
나는 계정에 있고 계정에서 바깥 풍광만 감상하고 있다. 그렇구나, 찻자리는 이곳에 연꽃처럼 펼쳐져 있는데 시선은 자꾸 계정 바깥으로 향하고 있었구나! 계정이 자계천으로 열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계정은 ‘문’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 것일까.
계정에 앉아서 차 마실 날이 언제 또 오겠는가..., 나는 사진을 찍다 말고 자리에 앉아서 말차를 마셨다.
여운에 잠긴 시간에서 그때 차 한 잔의 의미가 나에게로 온다. 어떤 장소에서 차를 마신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각인이 되는 듯하다. 차를 마시는 나를 내가 보고 있는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