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장마를 닮아가는 것인지..,
수확기를 앞두고 마늘 재배농가가 울상이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강원은 비가 모자라 난리이고, 호남과 제주는 잦은 비로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으니 반반 뒤섞여 놓았으면 딱 안성마춤인데..,
여하튼 새벽부터 내리던 봄비가 끊어질듯 끊어질듯 기웃거리기를 반복하며
종일토록 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 우중(雨中)에 행주내동밭 고추모종을 이식하고 있다는 선배의 부지런함이
그마나 에너지이고 활력이니 마냥 이어지는 봄비가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달갑지 않은 입안 구혈군단이 연휴의 즐거움을 빼앗더니만 새로이 시작하는
출근길임에도 도무지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요놈들을 어째~
교육 훈련차 간만에 상경한 지인조차 홀대하고 말았다.
경제논리를 접어둘 수 없지만 '사랑'과 '배려'가 가정의 화목을 엮는 굵은
동아줄이라 설파한다면 '신뢰'와 '믿음'은 사회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거침없는 윤활유이며 튼튼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알토란 밑거름일진데..,
순간의 유혹에 현혹되어 제 장대한 꿈을-
당장의 일터를 등지게 된 안타까운 후배들이 오늘 빗속에 잠기었다.
내 안의 소중한 것들이지만 그것에 만족하는 이가 몇몇일까마는 그리하여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되새김질하며 욕심과 방종을 경계한 양서와 전배들이
앞서 수두룩하였다.
엎질러진 물이라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이치이지만 타산지석으로 여겨
그들의 새로운 꿈이 포도송이처럼 알차게 달리고 영글기를 소원하였다.
한때나마 생산지 이곳 저곳을 함께 누비며 도농상생을 강조했던 동무들이라
창자를 후비는 애끓름에 한끼 밥숟가락조차 뜰 수 없음은 본시 그들의 마음이
순하고 여리었다.
쨍쨍 내리쬐는 태양이 오늘따라 사무치도록 그립다.
바윗덩어리가 어깨를 짓누르는 듯 오후내내 드리워진 찜찜한 기운이 오히려
음산하여 사무실을 벗어나 지인과의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하였다.
습기에 눌려 연신 코를 벌름거리게 만드는 커피향이 오늘따라 즐겨 마시는
연잎차보다 달달하여 카라멜마끼아토 한잔을 앞에 두었다.
냄새를 안고-
스펙트럼으로 연결되는 동무들과의 지난날 호흡!
미세한 먼지들이 쌓이고 쌓여 비닐우비까지 뚫는 고흥-녹동의 마늘경매는
산지 직거래업무 중 가장 힘겨운 작업이었지만 5월의 백미(白眉)였다.
이어서 진행된 '매실진액 담그기'를 위하여 왕복 1,000Km 매실농가를
가깝다 여기며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이들!
9월 안면도 고추가 그러하였고-
한가위 이후, 봉화-안동-충주-가평-연천-성환이 지척이라며 사과와 배를
공수하던 이뻤던 아이들이 커피향을 타고 구름 위에 포말된다.
"오랜만입니다~"
쌀과 양파도 모자라 소금까지 아우르는 산지지인이 서울-경기지역 홍보작전을
위하여 4일간의 도시정복 대장정에 올라섰다.
관내 고령의 농업인들이 생산한 특산품을 적기 제 가격에 판매하기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는 지인의 모습이 참으로 듬직하여 보양식 식사를 권하지만
연신내 재래시장 탁배기에 꼬막 한접시를 잊지 않은 마음씀씀이가 또한
소박하여 아름답다.
이제나 저제나 연서시장 욕쟁이 아줌마의 꼬막 한접시는 넉넉함을 넘어
그 살진 맛이 변함없이 일품이니라!
좋은 사람들과 벗하는 탁배기는 그 어떤 명주(名酒)에 비교됨 없이 깊은 맛은
3,00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강서성의 사특주를 능가하고-
취기(醉氣) 얼얼하여 풍겨오는 벗의 향기는 초선, 왕소군, 서시, 양귀비 분내를
앞지르니 어깨를 포박하던 쇠사슬이 드디어 배 부른 배암마냥 축 늘어진다.
봄비 그친 밤 하늘엔 구름들이 아직 유유한데-
족두리봉 위 선명한 별무리는 대저 긴긴 장마 뒤의 반가움처럼 마구잡이로
저희들을 태우고 있다.
숙소를 안내하고...
중간고사 이후, 기운이 떨어진 듯한 딸래미를 위하여 옛 레시피 그대로
돔매운탕을 한보재기 끓여 내었다.
얼큰함보다는 구수한 집된장 맛이 우월한 돔매운탕을 일찌기 딸래미가
반하였었다.
"역시~"
잊지 않고 옛맛을 기억하는 딸래미 싱글벙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식독(食毒)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