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일미
황 윤 호
천하 일경도 식후 경
용추폭포
주인 없는 그늘 밑에 돌상놓고 둘러 앉아
술 빈 잔에
정 담고 물소리 담아
술 부어
왼손에 상추 한 잎 깻잎 한 장 연어 한점에
쌈된장 척척 발라
군침도는 입속에
꼴깍! 카 ㅡ
사천왕 눈 부릅뜨고 꿀꺽!
천하 일미로다.
천하 일경 보다
천하 일미가 으뜸이더라.
세월과 맞짱
황윤호
찌르르 ㅡ
동네 어귀 미루나무에
짬도 없이 우는 매미
고맙게 두꺼운 그늘에
세월과 맞싸우는 노 신선들
살래살래 치는 바람의 훈수인가?
묵직이 누르는 더위는 침묵하고
손 털고 일어 설 때
세월은 콧노래 부르고
구 불러 신선은 주름 하나 늘어
아침에 열고 나온
그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리운 어머니
황 윤 호
비학산 그림자가 땅거미를 치고
한줄기 휭하니
스산한 바람이 쓸고 간 빈 가슴
문득
그리움과 외로움이
스며드는 것은 웬일일까? ?
이별 뒤 서럽게 떨어지는 단풍잎.
제삿날
마당 감나무 밑에
솥뚜껑 뒤집어 놓고
흰 치마저고리에 적 굽던
어머니 냄새
복슬강아지는 짬도 모르고
종아리 끼어들고
어머니는
내가슴에 그리운 시가 되어
내 눈가에 이슬이 되었다.
세월은 가버렸지만
그리운 날의 어머니 시여
가슴에 아주 완벽히 묻어 묻어 둘거나!
남매지
황윤호
오늘도 남매지
먼 옛날 애달픈 남매의 전설은
물길 속에 묻어 버리고
아무 일 없는 듯 침묵만 지킨다.
잔잔한 물 위에
윤슬은 눈부시고
작은 새는 짠물 지는
버들가지에 그네를 탄다.
혼탁한 진흙에도
미를 창조한 연꽃이 너무 곱다.
노을빛이 건물벽을 걷어 내리고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무엇을 바라보던 할아버지도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일어선다.
세월의 짐이 너무 무거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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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째 황윤호
소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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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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