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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로렌초 다 폰테
초연 1790년 빈 부르크 극장
배경 18세기 나폴리
<1992 파리 샤틀레 극장 / 193분 / 한글자막>
잉글리쉬 바로크 솔로이스츠 & 몬테베르디 합창단 연주 / 존 엘리어트 가디너 지휘 & 연출
피오르딜리지.....나폴리의 귀족 처녀. 도라벨리의 언니.....아만다 루크로프트(소프라노)
도라벨라...........피오르딜리지의 여동생........................로사 만니온(메조소프라노)
데스피나...........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의 하녀...........에이리언 제임스(소프라노)
페란도..............장교. 도라벨라의 연인.........................라이너 트로스트(테너)
굴리엘모...........장교. 피오르딜리지의 연인...................로드니 길프리(바리톤)
돈 알폰소..........나이 많은 철학자................................클라우디오 니콜라이(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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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엘리어트 가디너의 1992년 파리 샤틀레 극장 <코지 판 투테>
모차르트가 죽기 1년 전에 초연된 2막짜리 오페라 부파로, 등장인물이 겨우 6명 밖에 안되는 앙상블 오페라이다.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여자란 다 이런 것'이란 뜻인데, 역시 다 폰테의 이탈리아어 대본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여성의 정절에 대해 시험한다는 짖궂은 내용때문에 19세기에는 그 부도덕한 스토리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모차르트답게 센시티브한 음악으로, 스토리적 재미와 함께 로코코적 아름다움이 가득 차 있다.
<코지 판 투테>는 모차르트가 완성한 다 폰테 삼부작 중에서 가장 마지막 작품이다. 작곡가의 오페라들 중 가장 아름다운 음악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정조를 비하하고 스와핑을 방불케 하는 발칙한 내용으로 인해서 후대인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코지 판 투테>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성에게는 정조가 없다고 믿는 철학자 돈 알폰소는 자매를 사랑하는 두 남자와 내기를 건다. 그들은 군대에 소집되었다고 거짓말을 한 뒤, 변장을 하고 상대방의 연인에게 접근하여 유혹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정조를 강하게 지키던 자매는 이들의 막무가내식의 애정공세에 결국 무너져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결혼식 직전에 자초지종이 밝혀지게 되고, 두 자매는 원래 연인들의 책망 속에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극이 마무리된다.
===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 존 엘리어트 가디너 / 정준호 번역>
"코지"와 자연의 힘
샤틀레 극장이 <코지 판 투테>에 대해 지휘뿐만 아니라 무대 연출까지 해보지 않겠냐고 타진해 왔을 때 나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 그렇다. 진정 <코지 판 투테>는 모차르트의 원숙기 오페라 중 제일 섬세해서 최고의 연출가조차 성공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복선과 생각, 또한 진지한 것인지 눈속임인지, 희극인지 비극인지 가려야 하는 무수한 순간이 있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코지>는 내가 처음으로 지휘한 온전한 길이의 오페라이다. 학창시절인 1967년 첼시 오페라 그룹과 연주를 가졌고, 1984년 리옹 오페라에 부임하면서 처음 지휘한 곡도 이 작품이다. 그때 이래로 나는 이 작품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배역은 어떠해야 하고, 무대 디자인과 전체적인 모습이 음악으로부터 어떻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엄청난 어려움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또한 나는 지휘자와 연출가의 겸업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지>는 내게 중요한 작품이다. 스트렐로나 셰로와 같은 연출가가 아닌 다음에야, 나는 믿을 만한 내 앙상블 및 숙련된 동료들과 함께 직접 연출에 도전해 보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끝없이 지루한 리허설 도중에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수수방관하게 되는 끔찍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극장 매니저는 자신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아리아에 청중의 관심을 붙들어 두기 위해 모차르트의 명백한 음악적인 지시들을 무시하고 "극장 흥행용 음모"를 자행할 것이니 말이다.
모차르트의 다른 어떤 오페라도 <코지>보다 연극적인 짜임새와 무대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이 정교하지 못하다. 이 작품은 틀림없이 자기만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 <코지>의 어떤 아리아도 다른 모차르트의 작품에 끼어 넣을 수 없다. 그랬다가는 미학적인 구조를 망쳐버리게 된다. 이 오페라의 음악은 대부분 "여성적"이다. 음악 자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세레나데와 같은 1막 2장의 시작 부분이 두 자매를 소개하는 것을 보라. 불규칙한 길이와 악절과 클라리넷이 주도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의 음악은 노곤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이는 나폴리의 풍경과 두 처녀의 싱그러움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이제 모차르트가 오페라에서 정교하고 조심스럽게 사용한 반어법을 살펴보자. 음악은 5분 뒤에 두 남자가 알바니아인으로 변장하고 돌아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레치타티보(No.8 뒤에 오는)에서 마지 못해 작별의 감정을 전하게 한다. 또는 결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 같은 알폰소가 변장을 주도한 스스로의 역할을 잊고 작별의 삼중창(No.10)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보라. 이 오페라는 18세기말의 감정에 충실한 심리 드라마로 매 음표가 마리보나 보마르셰의 언어와 같이 적절하다. 또한 그것이 말이 아닌 음악이기에 한층 부드러움을 더하고, 모차르트의 매혹적인 관현악은 프리즘으로 이를 거른다. <코지 판 투테>의 탄생이나 모차르트와 대본 작가인 다 폰테 사이의 협력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자필 악보에서는 모차르트가 다 폰테와 상의했을 법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순전히 연극 대본으로 읽는다면 다 폰테의 대본은 아주 차가운 냉소주의가 가득한 여성 혐오주의를 내비친다. 즉 자신감 넘치는 두 젊은이는 막 성인이 된 두 여인의 "자연스러운" 변덕으로 배신을 당한다. 두 여인은 변심의 타이밍만 달랐을 뿐이다. 교훈은 명확하다. 인간의 본성에서 신뢰와 절개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모차르트에게는 이는 훨씬 더 복잡한 연애 행각이 된다.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는 다 폰테의 시각이 세속적이고 물질적이라면, 모차르트의 사랑스러운 음악은 우리로 하여금 믿을 수 없는 관능미에 빠져들게 하고, 네 젊은이의 핑계와 연기를 보며 함께 웃게 만든다. 여자들은 나름대로 소박한 이상형이 있고, 남자들은 스스로의 가치에 대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솔 벨로가 말한 것처럼 "모차르트의 밝고 즐거운 세속성 안에는 언제나 다른 세상의 어둠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가 표현한 자유에는 슬픔이 깃들여 있고, 깊은 멜랑콜리에 기대고 있다. 많은 것을 이해했지만, 아직도 이해할 것이 많다." <코지>의 마지막에 가면 여섯 등장인물 모두가 이를 깨닫게 된다. 사회와 관습은 자연이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는 가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것이 그의 메시지이며 다음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더욱 공들여 제시되는 주제이다. 어쨌든 처음에 <코지 판 투테>의 인물들이 잘못 규정되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즉 연인들은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복제된 존재로 출발한다. 그들의 연기는 그들이 따르도록 마련된 행동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두 자매는 시작 장면에 완벽한 쌍둥이로 나타나 같은 음악을 노래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 모차르트의 초연 가수였던 아드리아나 페라레세 델 베네(피오르딜리지)와 루이스 빌레뇌브(도라벨라)의 목소리는 - 둘 모두 페라라 출신이다 - 그가 그녀들을 위해 쓴 콘서트 아리아로 판단해 볼 때 비슷한 음역과 스타일이었던 듯하다. 또 이는 모차르트가 악보에 이름을 적을 때 누가 언니인지 결정하지 못했던 것을 봐도 분명하다. 도라벨라를 메조소프라노에게 맡기는 20세기의 유행은 1막에서 두 자매의 놀랄 만큼 닮은 점과 서로 역할을 바꿀 수 있도록 묘사된 부분을 매우 손상시킨다. 물론 전통적으로 두 여인은 두 막에서 각자의 긴 아리아를 한 곡씩 불러왔다. 그러나 내 생각에 두 여인이 그들의 연인이 떠나간 것을 알고 혼란스러워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 마음(Smanie implacabili, No.11)'을 도라벨라가 부르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깝다. 이 부분에서 자매의 개별적인 심리 특징은 부여되지 않았다. 반면에 '암초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Come scoglio, No.14)'이 라 페라레세에게 할당된 것은 - 이 노래가 빌레뇌브의 음역에 완벽히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 모차르트가 이 지점에서 피오르딜리지에게 두 자매의 대변인 역을 맡기고 있음을 암시한다. 비록 그녀가 의연하게 주장하는 굳은 심지가 - 모차르트의 음악이 보여주듯이 - 가장 흔들리기 쉬운 바위에 기초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토록 감정에 충만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반발이 페를란도로 하여금 그녀를 믿음직한 여인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녀는 아리아가 끝날 때까지 무대를 떠나지 못하고(관습이 그렇다) 섬세한 감정을 줄곧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그로서는 공략할 구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동정과 공감을 갖다가 이내 엉큼하게 몸과 마음으로 다가간다.
이때까지 오페라는 이성과 감성(제인 오스틴의 표현대로라면 '센스 앤 센시빌리티')이 일치한다. 두 자매가 모두 이성적으로 자신들이 알바니아 인들을 거부해야 하며, 크던 작던 간에 아직까지는 감정이 떠나간 연인에게 닿아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1막 피날레의 익살은 불길한 음조로 바뀐다. 알바니아 인들이 거짓 자살 소동을 벌이고 메스머의 마법 자석이 그들의 몸에서 독을 거둬갈 즈음에 처녀들은 연민과 공감을 갖게 된다. 사건을 이끌어 가는 조종자인 알폰소와 의사로 변장한 데스피나는 처녀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적인 각성을 끌어내도록 "최면'을 걸기 위해 자석 치료법을 쓴다. 이 막의 끝에 가면 이성과 감성의 갈라진 틈이 더 벌어지게 된다. 여인들의 매혹과 몰락이 동시대에 씌어진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처럼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내가 보기에는 많은 <코지 판 투테> 공연이 자매의 잠재적인 차이점을 너무 빨리 열어 보이기 때문에 다 폰테가 설정한 극적이고 심리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을 잃어버리고 있다. 모차르트는 1막에서 자매가 부르는 노래의 유사성과 상호 교환성을 강조함으로써, 2막에서 데스피나의 종용으로 나타나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차이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게 하고 있다. 도라벨라는 도덕적인 양심을 책임감이나 평판과 동등하게 생각하지만, 일단 데스피나의 믿을 만한 알리바이를 확신하게 되자, 양심의 가책은 사라진다. 그녀는 바람을 피우면서도 절개를 지킬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반면에 피오르딜리지는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그것은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내비친다. 피오르딜리지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돈 알폰소와 데스피나가 보지 않는 곳에서 고민하고 가책을 느낀다. 그녀의 아리아 '부탁이에요, 용서해 주세요(Per pieta, No.25)'에서 도덕과 내면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대안을 제시할 아무런 원칙도 없는 세상에서 영혼이 만나게 되는 고독감이 참을 수 없이 매섭게 표현된다. 그녀가 굴리엘모의 일편단심을 노래하는 순간 모차르트의 호른은 그가 도라벨라와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조롱하듯 알린다.
그러면 남자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굴리엘모는 물론 둘 중 더욱 직설적이고, 더 교양이 있으며, 덕분에 남성 우월주의와 자부심이 그의 모든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페를란도는 모차르트 자신과 일치하는 면을 보이기도 하며,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시적인 표현에 몰두한다. 그런 감정은 이미 '아름다운 세레나데(Una bella serenata, No.3)'와 절묘한 '사랑의 산들바람은(Un' aura amorosa, No.17)'에 나타나고, '아, 잘 알겠소(Ah, lo veggio)'에는 '뜨거운 욕망(caldi desiri)'이 엿보이며, '배신 당했어, 경멸 당했어(Tradito, schernito, No.27)'에서 그가 들은 것은 '사랑의 목소리(voci d'amor)'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점점 음악적으로 피오르딜리지의 사람이 되어 간다. 급기야 그가 그녀와 아름다운 이중창 '가슴에 안겨(Fra gli amplessi, No.29)'를 부르며 굴리엘모와의 경쟁에 종지부를 찍는 장면은 앞선 모든 것을 아우르며, 내가 볼 때는 피오르딜리지에 대한 진지한 사랑을 노래하는 듯하다.
돈 알폰소는 일종의 마법사의 제자인가? 그럴지도 모르나 그는 철학자나 모사꾼에 더 가깝다. 그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뒤로 물러서 있다가, 그가 재미로 두 젊은이를 교육시키고 내기에서 이기려다 빚어진 감정의 일대 혼란에 당황한다. 그와 데스피나의 관계에는 긴장이 없지 않다. 현실주의자이자 세살 물정에 밝은 이들은 젊은이들이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환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힘을 합한다. 그러나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데스피나는 두 차례에 걸쳐 돈 알폰소와 의견을 달리한다. 이는 대단원을 극적으로 가져가는 중요한 진전을 이끈다. 내기에 이긴 돈 알폰소는 환상에서 깬 젊은이들에게 각자의 원래 짝으로 돌아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결혼하라고 말한다. 반면에 데스피나는 알폰소가 두 알바니아 인의 정체를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고 두 여인에게 공증인을 불러 그 알바니아 인들과 결혼하도록 부추긴다. 알폰소는 데스피나의 계획을 따르는 수밖에 없지만, 그는 아직 계책이 하나 있다. 즉 두 군인을 되돌아오게 하고 알바니아 인의 가면을 벗김으로써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다. 결국 실험은 애초의 계획보다 모두에게 더 가혹한 결과로 끝나며, 이 '연애 학교(scuola degli amanti, 이 작품의 부제)' 동문회는 두 사람의 교수를 포함하게 된다. 이 오페라의 결말에 드러난 아픔은 불안정한 애정을 확인했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감에 따라 용서할 일이 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비롯된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다 폰테의 냉소주의를 줄여준다.
모든 점을 고려할 때 해석자가 아무리 악보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해도 <코지 판 투테>와 같이 다면적이고 복잡한 음악에 '알맞은' 접근 방식이 단 하나일 수는 없다. 우리는 그저 모차르트가 보여준 천재성의 극히 일부만을 포착하고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이 1789/90년에 작곡되었다는 사실이 의미 심장하다. 바로 계몽과 혁명이 역사적으로 합치하는 지점 아닌가. 또한 무대는 당대 유럽 제일이자 부패의 온상이던 나폴리이다. 이는 웨일스의 토머스 존스와 나폴리의 티토 루시에리가 그린 그림을 사용한 우리 무대 디자인에 반영된다. 이들은 각각 다른 방법으로 오페라의 건축적인 배경을 환기시킨다. 이 도회적인 배경(북쪽에서 온 두 여인을 위한 여름 별장)에 만灣의 전경과 활동중인 베수비우스의 위험성, 그리고 풍요로운 정원이 보인다. 이 오페라의 배경이 남부 이탈리아라는 사실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야자수와 야생화의 향, 또한 알로에와 용설란, 선인장, 전갈과 독사가 그곳의 자연을 보여준다. 자연은 풍요롭고 낭만적일 뿐만 아니라 가혹하고 위험하다. 알폰소가 풀어놓은 감정의 힘은 그를 깜짝 놀라게 하는 식물의 갑작스러운 돌출과 대비된다.
이 작품은 "계몽주의"의 세계를 보여준다. 즉 여성은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의 일부로서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그들의 친화력은 매혹과 유혹으로 드러나며, 육체에 대한 이들의 욕망은 돈 알폰소에게는 단지 "자연스러움"이라는 바탕으로만 설명된다. 꽉 조인 코르셋과 하늘거리는 실크, 와토풍의 망토는 이야기의 일부일 뿐이다. <코지>를 공연하기 위해서는 여섯 인물의 행동을 따라가기에 앞서 사회적인 관습과 인위적인 도구, 대칭을 이루는 상황 설정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디트 시트웰이 일찍이 얘기했듯이 중심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원을 그려야 한다.
=== 작품 해설 === <2011년 1월 11일 발행 네이버캐스트, 이용숙 글>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특성 : 모차르트의 오페라중 가장 여성적이고 관능적인 음악
정보 : 1790년 1월 26일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초연
수없이 사랑을 약속하고 확인하고 맹세한 내 연인이 잠시 떨어져 있는 사이 다른 이성에게 마음을 빼앗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모차르트의 후기 오페라 [코지 판 투테]는 열렬히 사랑해 결혼까지 약속한 약혼녀들의 변심을 다룬 대표적 희극입니다. 유명한 대본작가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가 유부녀와의 연애사건으로 베네치아에서 추방당해 빈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모차르트 최고의 걸작 이탈리아어 오페라 세 편은 우리 곁에 없었겠지요. 1786년에 빈에서 초연한 [피가로의 결혼], 1787년에 프라하에서 초연한 [돈 조반니], 그리고 1790년 1월 26일 빈 부르크테아터(Burgtheater)에서 공연된 [코지 판 투테]의 대본이 모두 다 폰테의 천재적인 펜 끝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코지 판 투테>란 ‘여자들은 다 그렇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는 다 그래’라는 제목으로 공연되기도 합니다. 이 오페라의 원작 소설이나 희곡은 없지만 다 폰테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중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남편이 집을 떠났다가 변장하고 돌아와 아내의 정절을 시험하는 이야기),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광란의 오를란도Orlando Furioso] 등 여러 문학작품을 참고했습니다. 당시 유럽 궁정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파트너간의 정절시험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전합니다.
약혼녀의 정절을 두고 내기를 걸다
이야기의 배경은 18세기 후반, 이탈리아 나폴리입니다. 자매간인 피오르딜리지(Fiordiligi. 소프라노)와 도라벨라(Dorabella. 소프라노 또는 메조소프라노)는 젊은 장교 굴리엘모(Guglielmo. 바리톤) 및 페란도(Ferrando. 테너)와 며칠 전에 약혼한 사이죠. 이들은 카페에서 나이든 철학자 친구 돈 알폰소(Don Alfonso. 베이스) 앞에서 자기 약혼녀의 미모와 정숙함을 자랑하느라 입에 침이 마릅니다. 외모만 예쁜 게 아니라 절대로 다른 남자들에게 눈 돌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자 돈 알폰소는 ‘여자들의 신의란 믿을 게 못된다’면서 내기를 제안합니다. 24시간 안에 약혼녀들이 다른 남자에게 넘어가면 페란도와 굴리엘모가 알폰소에게 돈을 주고, 유혹에 끄떡없으면 반대로 알폰소가 두 사람에게 돈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약혼자들의 초상화를 보며 사랑의 꿈에 젖어있는 자매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에게 돈 알폰소가 찾아와 애인들이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헤어져 있는 고통을 견디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 두 약혼녀를 지켜보며 애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지만, 알폰소는 ‘내기는 끝나봐야 안다’며 자신감을 보입니다. 여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연인과 이별하고, 약혼자들을 태우고 떠나는 배를 바라보며 알폰소와 함께 뱃길에 바람과 파도가 잔잔하기를 기원합니다.
두 자매의 하녀인 데스피나(Despina. 소프라노)가 핫초콜릿 주전자를 들고 들어와 하녀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약혼자들이 전쟁에 나간 걸 비관하여 자살하겠다고 설치는 주인 아가씨들에게 데스피나는 ‘약혼자들이 전사해 새 남자를 만나게 되면 더 좋은 일 아니냐’면서, 여자들에게 감언이설을 늘어놓다가 싫증나면 인정사정없이 차버리는 남자들의 속성을 폭로합니다.
전쟁터에 나가는 척했던 페란도와 굴리엘모는 알폰소의 연출에 따라 알바니아의 돈 많은 귀족 기사로 변장하고 약혼녀들을 찾아옵니다. ‘약혼자에 대한 우리의 일편단심은 절대로 변치 않는다’는 자매의 새침한 거절에 남자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며 속으로 기뻐하지만, 알폰소는 ‘여자들의 말이 과연 본심일까?’ 하며 비죽거립니다. 페란도는 빨리 이 연극을 끝내고 연인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고대하며 서정의 극치인 아리아 '우리 연인의 사랑스런 숨결은'을 노래합니다.
변장한 약혼자들은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독약을 먹고 죽어가는 척까지 하며 여자들을 시험해봅니다. 이때 의사로 변장한 데스피나가 나타나 자석요법으로 남자들을 살아나게 하는 척합니다. 자매는 차츰 새로운 남자들에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키스를 원하자 자매는 화를 내며 나가버리죠. 데스피나는 남자들을 만나보라고 자매에게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도라벨라는 굴리엘모가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피오르딜리지는 페란도를 점찍게 됩니다.
유혹에 넘어간 도라벨라, 흔들리는 마음
도라벨라가 먼저 굴리엘모의 유혹에 넘어갑니다('이 마음을 드릴게요'). 그러나 피오르딜리지는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페란도의 구애에 굴하지 않고 버티지요.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각자 상대의 여인을 만났던 이야기를 나누는데, 페란도는 자기 연인인 도라벨라의 변심에 깊은 상처를 입고, 굴리엘모는 세상 모든 여자들을 비난합니다. 데스피나는 도라벨라의 결정을 칭찬하지만 피오르딜리지는 도라벨라를 비난하지요. 그리고 용기를 내어 군복을 입고 전쟁터로 약혼자를 만나러 가려고 합니다. 이때 도라벨라의 배신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페란도가 나타나 목숨 걸고 구애하자 결국 피오르딜리지도 격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곧 내 연인의 품에 안겨). 이 광경을 숨어 지켜본 굴리엘모는 분노를 폭발시키고, 알폰소는 ‘모든 여자들은 다 그렇게 한다’면서 두 남자를 위로합니다.
변장한 데스피나를 공증인으로 해 두 커플은 결혼서약서에 서명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군대의 합창이 울려옵니다. 그러자 두 남자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다시 약혼자 차림으로 나와 방금 전쟁터에서 돌아온 척하지요. 결혼서약서를 들키자 궁지에 몰린 처녀들은 약혼자에게 변명을 늘어놓느라 바쁩니다. 알폰소는 ‘이 일을 통해 모두들 좀더 현명해졌을 테니 이제 큰소리로 웃어버리고 결혼하라’면서 네 사람을 각각 원래의 파트너에게 짝지어줍니다. ‘낙천적인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피날레의 합창이 즐겁게 울리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완벽한 연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지 판 투테]의 음악은 모차르트 오페라 중 가장 여성적이고 관능적인 음악입니다. 모차르트는 성악가들이 가장 아름다운 레가토를 구사할 수 있도록 악곡의 유연함을 최대한으로 살렸습니다. [코지 판 투테]의 소재는 특정 문학작품이 아니라 당대에 실제로 벌어진 유사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양 고전문학에 정통한 다 폰테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비슷한 예들을 고전에서 찾아내 그것들을 재치 있게 조합해서 이 작품의 대본을 만들어냈지요. 이 대본에는 관습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억압하는가, 그리고 자연 상태의 인간은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담겨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후원자였던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가 중병으로 죽어가는 동안 작곡된 [코지 판 투테]는 몰락하는 신분제도와 귀족계급을 향한 모차르트의 작별인사였습니다. 이 작품이 공연되는 동안 요제프 2세의 장례가 치러지는 바람에 [코지 판 투테]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새로 황제로 즉위한 레오폴트 2세는 모차르트의 음악에 별 호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대본가 다 폰테까지 또 다른 스캔들 때문에 빈을 떠나야 했죠.
그 후 [코지 판 투테]는 오랜 세월 동안 스토리가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수난을 당했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은 그대로 살리되 대본의 내용을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바꾸어놓은 엉터리 버전들이 공연되기도 하다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이 작품은 다시 원전 그대로 사랑을 받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원래의 파트너에게 돌아가는 명랑한 화해의 피날레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오페라의 결말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예 짝을 바꿔 새로 사랑하게 된 커플끼리 결혼하거나, 두 커플 모두 분노와 서글픔이 섞인 애매한 시선을 교환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채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흔하답니다.
모차르트 오페라에서 중창의 비중은 후반으로 갈수록 커집니다. 그의 오페라 세리아(정가극)에서는 솔로 아리아가 훨씬 많았지만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비슷한 비율이 되었고, [코지 판 투테]에서는 중창 쪽으로 그 비율이 역전되어 솔로 아리아와 중창의 수는 12 : 18이 되었습니다. 잦은 중창을 통해 모차르트는 극적인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고,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더욱 생생하게 묘사해낼 수 있었지요. 여주인공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의 성격은 정반대인 것 같지만, 결국 유혹에 흔들리는 본성 면에서는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원래 두 여성을 쌍둥이 자매처럼 생각하고 두 소프라노가 노래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두 여주인공의 음색을 뚜렷이 구분 짓기 위해 도라벨라 역을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경우도 많지요.
대본가와 작곡가가 의도한 이 스토리의 진짜 교훈은 무엇일까요? 일방적으로 여성들을 비난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모차르트나 다 폰테나 여성에게 우호적인 예술가였으니까요. (남자는 물론이지만 여자까지도) 인간은 누구나 색(色)의 유혹에 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파트너의 실수에 대한 관용을 가르치는 계몽적인 작품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피오르딜리지-도라벨라-페란도-굴리엘모 순)
[음반] 베로니크 장, 베르나르다 핑크, 베르너 귀라, 마르셀 분 등, 르네 야콥스 지휘, 쾰른 합주단과 캄머합창단, 2005년 녹음
[음반]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크리스타 루트비히, 알프레도 크라우스, 주세페 타테이 등, 칼 뵘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2년 녹음
[DVD] 미아 페르손, 앙케 폰둥, 토피 레티푸, 루카 피사로니 등, 이반 피셔 지휘, 계몽주의시대 오케스트라, 글라인드본 합창단, 니콜라스 하이트너 연출, 2006년 글라인드본 오페라극장 실황
[DVD] 도로테아 뢰쉬만, 카타리나 카멀로어, 베르너 귀라, 하노 뮐러 브라흐만,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 슈타츠오퍼 합창단, 도리스 되리 연출, 2001년 베를린 국립오페라 실황
[네이버 지식백과]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Mozart, Cosi fan tutte]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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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12월 15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고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휘가로의 결혼(피가로의 결혼)] 제1막의 3중창에서 돈 바질리오가 ‘여자란 다 그런 것(코지 환 투테, Cosi fan Tutte)’ 라고 노래하는 가사를 제목으로 삼은 이 오페라 붓화(오페라부파, Opera buffa)는 모짜르트(모차르트, Mozart)가 다 폰테(Lorenzo da Ponte)의 각본에 작곡한 작품이다. 좋은 집안의 자매(姉妹)를 연인으로 가진 친구 사이인 청년 사관 두 명이 늙은 철학가의 제안(提案)을 받아들여 연인(戀人)들의 정조를 시험하는 내기에 응한다. 둘은 외국인으로 변장하여 서로 상대방 연인을 유혹하여 함락시킨다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줄거리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남녀의 사랑의 일면이 교묘하게 포착(捕捉)되어 있으며, 가볍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각 등장인물과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낸 모짜르트의 음악이 뛰어나다. 그리고 앙상블이 중시(重視)되고 중창(重唱)이 많은 것이 이 오페라의 특징이며 그 점이 이 작품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매력이 되어 있다.
다른 남자인척 변장하고 연인을 유혹
1790년 이탈리아의 나폴리이다. 젊은 장교 굴리엘모(Guglielmo)와 훼란도(Ferrando)는 각기 휘오르딜리지(Fiordiligi)와 도라벨라(Dorabella)라는 자매의 연인이다. 늙은 철학자 돈 알폰소는 ‘여자란 모두 바람둥이’이라고 하나 두 장교는 자기들 연인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던 끝에 그럼 내기를 하기로 결론을 내린다. 두 장교는 거짓으로 싸움터에 나가는 척하고 터키풍으로 변장하고 돌아와, 두 자매 앞에 나타나 유혹하기 시작한다. 두 자매의 하녀 데스피나까지 장교들 편으로 끌어들여 의사로 위장하고 응원하다. 거듭 유혹의 손길을 펼쳐 드디어 성공한다. 처음에는 동생 도라벨라가, 다음에는 좀처럼 넘어가지 않던 언니 휘오르딜리지도 그만 함락(陷落)되어 각기 사랑의 이중창을 노래한다. 그리고 결혼 서약서를 교환하는 자리에 내기에 지고 일선에서 돌아온 것으로 되어 있는 둘은 자매의 변심을 비난한다. 그러나 차츰 사정을 눈치챈 그녀들도 속은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한다. 드디어 알폰소가 사이에 끼어들며 희극은 교훈적인 웃음 속에 끝나지만 네 사람의 마음은 복잡했을 것이다.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고'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고
사나운 비바람에 맞서듯이,
이 마음은 언제나 변함없이
깊이 믿고 지극히 사항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는 광솔불이 있기에.
마음이 움직이고 변하는 일은
다만 죽을 때만 있을 수 있을 거에요.
존중해 주세요, 불쾌한 사람들이여,
이토록 굳은 절개(節槪)의 본보기를.
혹시나 음흉한 기대 따위를
다시는 멋대로 품지 말아 주세요!
터키인으로 변장한 훼란도의 유혹에 넘어간 동생을 언니 휘오르딜리지가 강하게 힐책(詰責)하며 자기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는 노래다. 악보의 5선 이하로 내려가는, 소프라노 가수의 약점인 저음(低音)과 아울러 콜로라투라도 불러야 하는 어려운 아리아이다.
추천 CD 및 DVD
[CD] 카라얀 지휘, 휠하모니아 관현악단/합창단(1954) 슈바르츠코프(S), 낸 메리먼(Ms) EMI
1950년대 최고의 가수진을 망라한 역사적 명반이다. 기라성 같은 가수진의 배역은 뵘 지휘의 두 번째 녹음을 훨씬 능가한다. 슈바르츠코프(Elisabeth Schwarzkopf)와 메리먼(Nan Merriman), 시모노(Leopold Simoneau)와 파네라이(Rolando Panerai)의 대비는 목소리를 뚜렷이 분별하여 등장인물의 성격을 돋보이게 해주고 또 브루스칸티니(Sesto Brusecantini)의 돈 알폰소와 오토(Lisa Otto)의 데스피나도 절묘한 쌍을 이룬다. 카라얀의 지휘는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발랄한 추진력을 발휘하며 찬란한 색채감을 발산한다. 그러면서도 정밀한 뉘앙스가 선명하게 드라마를 부각하여 오페라의 매력을 유감없이 이끌어 낸다. 훗날의 카라얀에게서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황홀한 모짜르트의 음악 세계이다. 같은 무렵에 녹음한 [휘가로의 결혼], [요술피리]와 함께 카라얀 40대의 의욕적인 모습을 간직한 귀중한 앨범이기도 하다. 모노럴이지만 감상하기에 거북할 정도의 음질은 아니다. 이 오페라 최초의 전곡반이었다.
[CD] 카알 뵘 지휘, 휠하모니아 관현악단/합창단(1962) 슈바르츠코프(S), 루트비히(Ms) EMI
뵘이 가장 좋아하여 즐겨 연주한 오페라 중의 하나가 [코지 환 투테]이다. 모두 3가지의 녹음을 남겼지만 두 번째 녹음인 이 디스크가 가장 돋보인다. 아마 모짜르트의 오페라가 지니는 지극히 순수한 아름다움과 기쁨을 이만큼 속속들이 알뜰하게 그려낸 연주도 드물다. 강인한 음의 탄력성, 빈틈없이 정교한 아름다움, 거침 없는 자발성, 정신의 순수함 등 뵘이 펼치는 음악의 숭고하고 아늑한 경지는 카라얀의 발랄한 약동과는 아주 다른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슈바르츠코프와 루트비히가 노래하는 자매는 절묘하기 이를 데 없다. 다른 4명의 가수가 고루 제1급의 명창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뵘의 명지휘가 그 정도의 흠은 가리고도 남는다. 그리고 모노랄 반인 카라얀 면주에 비해 월등한 선명한 스테레오 녹음이 음질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호감이 가는 점이 있다.
[DVD] 리까르도 무티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9) 함페 연출 BMG
무티(Riccardo Muti)에게는 1982년의 잘쯔부르크 음악제 때의 실황 녹음이 있으나 이 영상은 1989년 4월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의 실황녹화이다. 무티는 처음 모짜르트의 오페라 녹음이었던 그때에 비해 훨씬 정확하게 음악의 흐름을 유지하고 여유 있는 앙상블을 이룩하고 있으며 스칼라 극장의 밝은 음향이 눈부시게 빛나는 남 이탈리아의 나폴리를 무대로 삼은 이 오페라에 알맞은 것도 이 연주의 매력이 되어 있다. 가수진으로는 젊은이들로 발탁되어 있다. 휘오르딜리지 역의 데씨(Daniela Dessi)는 아름다운 자태와 젊고 성실한 노래는 호감이 간다. 늙은 철학자 역의 데스데리(Claudio Desderi)를 위시한 3명의 남자 가수진도 포함해서 좀 더 유머와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면도 있지만, 데스피나 역의 스카라벨리(Adelina Scarabelli)의 싱싱하고 매혹적인 노래와 연기가 무대를 흥겹게 북돋우어 부족한 면을 메우고 있다. 함페(Michael Hampe) 연출은 무대 장치뿐만 아니라 의상이나 인물까지도 균형 있게 배치하여 그 다운 배려로 세부까지 양식화되어 있고 항구 나폴리에 알맞은 맑은 짙푸름과 중간색을 기조(基調)로 한 장치와 의상도 아름다운 인상을 심어 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고 - 모차르트, [코시 판 투테] (내 마음의 아리아)
첫댓글 공연시간 193분+휴식15분...210분(3시간 반)에 달하는 장편물입니다...마치는 시간 감안하시기를!!!
<불멸의 오페라 2 / 박종호> ★★★
샤틀레 극장의 현장감이 잘 살아 있다. 연출은 전통적이고 섬세하다. 더 뛰어난 것은 미술인데 고전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세련된 무대와 의상은 보는 이를 행복에 젖게 한다. 남성 성악가 라이너 트로스트(페란도 역)와 로드니 길프리(굴리엘모 역)가 돋보이는데, 특히 늘씬한 외모도 매력적이다. 아만다 루크로프트(피오르딜리지 역)와 로사 마니언(도라벨라 역)의 연기도 깜찍하다. 다섯 명의 젊은이에 늙은 알폰소(클라우디오 니콜라이)라는 극의 설정에 맞는 나이인 배역진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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