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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임제종의 맥을 잇는 다이 보사추 선원
(Dai Bosatsu Zendo)
취재/홍성미
미국속의 작은 일본. 다이 보사추 선원(Dai Bosatsu Zendo)이 개원 40주년을 맞이했다. 더불어 올해는 The Zen Studies Society(이하 ZSS)가 발족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뉴욕 북부 캣스킬 산맥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다이 보사추 선원은 1,400 에이커라는 방대한 대지 위에 캣스킬 산의 빽빽한 산림이 마치 병풍처럼 선원을 둘려싸고 있는 곳이다. 다이 보사추 선원의 제 1 대 주지인 에이도 시마노(Eido Shimano)의 스승이었던 소엔 나카가와 (Soen Nakagawa) 선사는 고대 사찰들의 절터를 닮았다며 이 곳 캣스킬 산맥의 산새와 지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소엔 선사는 젊은 시절 일본 다이 보사추 산에서 염불수행을 했는데, 그는 수행 중 염불삼매에 들며 해안을 통해 다이 보사추 산자락에 들어서 있는 선불교 수행센터를 보았다고 한다. 그 후 45년의 세월이 지난 후 젊은 수도승 소엔 선사가 보았던 그 때 그 수행센터는 일본이 아닌 미국 뉴욕북부 캣스킬 산맥 산자락에 현실이 되었고, 그의 제자 에이도 시마노(Eido Shimano)는 선원의 이름을 International Dai Bosatsu Zendo라고 지었다고 한다.
선원 앞으로 펼쳐져 있는 비쳐 호수(Beecher Lake)는 자연이 선사한 다이 보사추 선원의 또 하나의 보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캣스킬 산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이 호수의 이름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사였던 핸리 워드 비쳐(Henry Ward Beecher)의 이름에서 시작되었다. 반노예 (Anti-Slavery) 운동가이자 작가였던 톰 아저씨의 오두막 (Uncle Tom’s Cabin)의 저자 해리엣 비쳐 스토우(Harriet Beecher Stowe)의 남동생이기도 한 핸리 워드 비쳐 목사는 다이 보사추 선원이 대지를 매입하기전 이 땅의 소유주였고, 그가 사용했던 비쳐 하우스(Beecher House)는 현재 다이 보사추 선원의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되고 있다.
음악과 향기가 어우러진 축하행사
약 150명의 신도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던 다이 보사추 선원 개원 40주년 축하행사는 음악과 향기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리였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신도들은 미국인 신자들이었고 가족 단위로 참석한 약 20명 정도의 일본인 신도들도 눈에 띄었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담소를 나누던 신도들은 법당으로 모였고, 법당에 모인 신도들은 부처와 보살, 임제종의 선대 선사들, 다이 보사추 선원의 개원을 위해 힘썼던 선사들과 신도들, 선원을 지켜주는 수호신에게 바치는 계송을 차례대로 약 30분동안 합송했다. 이어 현 주지인 신게 선사(Singe Roshi)의 향 공양과 Gessha Japanese Tea House에서 온 Sensei Todd Frey의 차 공양으로 다이 보사추 선원 개원 40주년 축하행사가 시작되었다. 행사 전에 건네받은 프로그램에는 계송들이 적혀 있었는데, 영어로 적혀 있는 계송들은 A VO LO KI TESH VA RA, THE BO DHI SATT VA OF COM PAS SION...그 뜻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누구든지 쉽게 합송을 따라 할 수 있었다.
향불 공양과 차 공양에 이어 다이 보사추 선원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샤쿠하치 연주 마스터 로니 샐딘 (Ronnie Seldin)의 축하 연주가 있었다. 샤큐하치는 우리나라의 대금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일본의 전통 목관악기로서 플롯처럼 옆으로 잡고 연주하는 우리나라의 대금과 달리 피리처럼 앞으로 잡고 연주하는 목관 악기다. 연주자의 마음상태가 악기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샤쿠하치 연주는 곧 명상 그 자체라고 말하는 샤쿠하치 연주자 로니 샐딘 (Ronnie Seldin)은 자신의 학생들과 함께 일년에 한 번 이 곳 다이 보사추 선원에서 샤쿠하치 명상 수련회와 워크샵을 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축하행사에는 일본 교토에서 온 노스님 한 분이 참석했다. 묘신지(Myoshin-ji)의 부속절인 레이언인(Reiun-in)의 주지인 슈난 노리타케 선사 (Shunan Noritake Roshi)가 바로 그 노승이다. 임제종 선불교를 수행하는 절 레이언인(Reiun-in)의 주지인 슈난 선사(Shunan Roshi)는 묘신지의 일반 신도들에게 명상을 지도하고 하나조노 대학(Hanazono University)에서의 강의를 맞고 있는 등 노스님이지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슈난 선사는 정확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다이 보사추 선원 개원40주년 축사를 전했다.
슈난선사로 부터 선물을 받는 신게 로시
슈난 선사의 축사에 이어 D. T. Suzuki를 연구하는 불교학자이자, 듀크 대학 (Duke University) 종교학과 부교수인 리처드 제페 (Richard Jeffe) 교수의 D. T. 스즈키의 접근방법을 이용한 선수행 (D. T. Suzuki’s Approach to Zen Practice)이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리처드 제페 (Richard Jeffe) 교수는 최근 “Selected Works of D. T. Suzuki”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진 후 행사는 계속 이어졌는데, The Zen Studies Society의 현 주지인 신게 선사 (Shinge Roshi)의 답사가 이어졌다. 신게 선사는The Zen Studies Society 산하에 있는 뉴욕선원(New York Zendo)과 다이 보사추 선원 (Dai Bosatsu Zendo)의 주지이자 사라큐스 젠 센터의 주지이기도 하다. 1967년 뉴욕선원에서 선수행을 시작한 신게 선사는 다이 보사추 선원의 창단 맴버로서 활동하며 1998년 에이도 선사(Eido Roshi)로부터 인가(Inka)를 받았고, 2008년에 선사(Roshi) 타이틀과 함께 신게 (Shinge)라는 이름을 받았다. 에이도 선사(Eido Roshi)로부터 인가를 받은 유일한 제자였던 신게 선사는 2010년 그의 스승이었던 에이도 선사의 여성 신도들과의 부적절한 성스켄들이 사회문제가 되며 주지를 물러나게 된 후 2011년 The Zen Studies Society의 제 2대 주지가 되었다. 그녀는 다이 보사추 선원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통한 변화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며, 임제종(Rinzai zen)도 조동종(Soto Zen)도 아닌 다이 보사추 젠(Dai Bosatsu Zen)이라는 미국의 전통과 문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선불교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다이 보사추 선원의 수행방향에 대한 그녀의 비젼을 답사를 통해 보여 주었다.
Keynote Speaker로 초청된“A New Buddhist Path: Enlightenment, Evolution, and Ethics in the Modern World” 의 저자 데이빗 로이(David Loy)는 강연를 통해 보살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은 보살행의 실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빗 로이(David Loy)는 불교학 교수이자 일본 선불교 산보 교단(Sanbo Kyodan tradition of Japanese Zen Buddhism)의 스승으로 활동하고 있다. Keynote Speaker의 강연을 마지막으로 다이 보사추 선원 개원 40주년 기념 공식행사가 끝났고, 신도들은 선원 앞마당에 마련된 마차(Matcha) 시연회에 참가해 마차를 직접 맛보기도 하고, 데이빗 로이(David Loy)와 리처드 제페(Richard Jeffe) 교수의 북사인회에 참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다이닝 룸에는 에피타이저가 마련 되었고, 클라식 기타 연주가의 기타 공연이 있었다. 신도들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다이 보사추 선원의 자연속에 푹빠져 행복한 7월의 여름 오후를 보내고 있었고, 다이 보사추 선원의 안뜰에 마련된 텐트 하우스에는 다이 보사추 선원의 신도이자 전문 요리사인 세포 에드 페리 (Seppo Ed Farrey)가 준비한 저녁만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만찬에는 다이 보사추 선원 농장에서 재배한 야채들을 이용한 다양한 채식요리가 제공되었다.
The Zen Studies Society
올 해는 다이 보사추 선원(Dai Bosatsu Zendo)이 개원 40주년과 더불어 The Zen Studies Society가 발족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미국의 성공한 사업가였던 코넬리우스 크레인(Cornelius Crane)의 후원으로 1956년에 창립된 The Zen Studies Society (이하 ZSS)는 일본 임제종 소엔 샤쿠 선사 (Soen Shaku Roshi)의 학생이자 불교학자였던 D. T. 스즈키 (D. T. Suzuki)의 선불교 연구와 동양의 선불교를 미국사회에 알리는 작업을 지원하는데 그 설립목적으로 두고 있었다. 실제적으로 ZSS는 D. T. 스즈끼의 저술활동과 불교경전 번역, 출판, 강연등을 지원하며 일본 선불교를 미국사회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절대적 후원자였던 코넬리우스 크레인(Cornelius Crane)이 세상을 떠난 후 ZSS의 활동 역시 주춤해졌는데, 후원자를 잃고 그 명맥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던 ZSS는 1965년 뉴욕에 자리를 잡은 일본 선승 에이도 시마노 (Eido Shimano)에 의해 다시 재정비되며 일본 선불교 포교활동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ZSS에는 두 개의 수행센터를 두고 있다. 하나는 맨해튼 어퍼 이스트에 위치한 뉴욕선원(New York Zendo)이고, 다른 하나는 캣스킬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다이 보사추 선원(Dai Bosatsu Zendo)이다. 일본 임제종(Rinzai Zen) 선승들에 의해 시작된 뉴욕선원과 다이 보사추 선원은 임제종의 교리를 수행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임제종 선불교(Rinzai Zen) 수행센터들이다.
다이 보사추 선원의 건축
다이 보사추 선원은 마치 일본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일본 전통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다이 보사추 선원은 일본 교또에 있는 일본 임제종의 Head Temple인 토푸쿠지(Tofuku-ji)를 모델로 미국의 건축가 데이빗 헤멀스트롬(David Hamerstrom)이 한 달동안 일본에 머물며 일본의 전통사찰 건축양식을 공부한 후 완성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극히 절제된 다이 보사추 선원의 건축은 흰색회벽과 짙은 밤색의 호두나무 마감으로 극적인 색의 대비를 통해 단순미를 더욱 부각시켰고, 선 역시 곡선보다는 직선을 이용해 모든 면들이 각을 통해 반듯하고 정확하고 만나고 있었다.
법당에 앉아서 법문을 듣는 동안 필자는 일본의 건축양식은 한국의 건축양식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중벽으로 디자인된 다이 보사추 선원의 법당은 사방에 복도가 생겨 동선의 편리함을 주고 있었지만 그 만큼 외부와의 거리가 생겨 실내는 무척 어두웠다. 어떤 신도는 밖에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줄 알았다며 법당밖의 날씨가 맑은것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외부의 자연을 실내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자연친화적인 한국의 건축물과 사뭇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이 그만큼 차단되다 보니, 다이 보사추 선원의 실내는 항상 서늘했고, 돌로 마감된 실내계단을 맨말로 디딘다는 건 한여름이지만 필자에겐 그리 행복한 경험은 아니었다.
다이 보사추 선원의 주지 신지 선사(Shinge Roshi)는 스승과 제자라는 엄격한 위계질서보다는 협력과 상생이라는 수평적 관계를 통한 수행문화로 다이 보사추 선원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치 거대한 도장처럼 박혀있는 다이 보사추 선원의 위압적인 건축물은 어느새 필자의 마음을 위축들게 만들었고, 오메가 인스티튜트(Omega institute)나 인사이트 메디테이션 소사이어티(Insight Meditation Society)의 온기가 넘쳤던 건물들을 떠오르게 했다. 다이 보사추 선원의 선수행은 엄격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일본의 전통과 문화, 민족성은 건축뿐만 아니라 불교를 수행하는 접근방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숭산스님과 미국에 건너 온 동양의 선승 일세대
1976년 7월 4일 다이 보사추 선원의 개원기념 사진에는 관음 젠 스쿨(Kwan Um School of Zen)의 창립자인 숭산 스님이 있다. 더불어 나로파 대학(Naropa Institute)의 창립자인 쵸감 트룽파 림포체(Chogyam Trungpa Rimpoche)도 사진에 함께 있다. 1981년에 다이 보사추 선원을 방문했던 달라이 라마의 사진도 있었다. 에이도 선사(Eido Roshi) 역시 말년에 그의 성스켄들이 폭로되며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해야 했지만 일본 선불교를 미국사회에 알리는데 그가 기여한 업적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 건너 온 동양의 선승 1세대 이후, 한국불교와 달리 티벳불교나 일본 불교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중국불교 역시 선수행과 더불어 지공(Qigong)이나 타이치(Tai-chi)와 같은 몸수련법이 대중화되며 많은 사람들이 수행을 하고 있고 또 가르치고 있다.
왜 한국불교는 일본불교나 티벳불교, 중국불교와 달리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걸까? 에이도 선사(Eido Roshi)는 주지로 활동하는 중에도 부다달마와 샴발라 선의 에디터로 참가하며 일본 선불교의 경전 번역이나 많은 글을 썼다. 현재의 주지인 신지 선사(Shinge Roshi)역시 다이 보사추 선원의 뉴스레터 발행과 더불어 꾸준한 번역활동과 출판작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신지 선사(Shinge Roshi)는 미국 1세대 불교신자들이 한 명, 두 명 세상을 떠날 때마다 그들을 추모하는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망자에게 헌정한다. 전문적인 불교 학술서가 아니더라도 신도들의 체험이 녹아 있는 불교의 가르침은 가치가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과 목소리를 통해 각자의 깨달음을 키워 나가기 때문이다. 미국신자들이 한국불교를 알고 싶어도 자료가 없다면 더 깊은 공부할 수 없다. 전문적인 불교서적과 더불어 한국불교의 향기와 맛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영어로 된 출판물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며 그들은 책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고 더 많은 궁금증으로 한국불교를 찾을지도 모른다.
미국에 건너 온 동양의 선승 일세대들의 미션은 씨앗을 들고와 이 땅에 심는 과정까지 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들의 제2세대, 3세대들이 해야 할 사명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그 소명을 얼마만큼 잘 수행하고 있을까? 에이도 선사(Eido Roshi) 가 떠난 후 주지가 된 미국인 여성 신지 선사(Shinge Roshi)는 다이 보사추 선원과 일본 선불교의 가르침에 대한 강한 애정과 소명감을 갖고 있었고, 지혜롭고 현명하게 The Zen Studies Society의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첫댓글 덕과 지식 그리고 미가 있어 보입니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