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만당(瑞氣滿堂) 원단방(元旦榜)
2019년 10월 한국수필가협회 항주 소홍 문학기행에 참여하고 온 이후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은 꿈도 못 꾸고 의기소침한 생활을 해왔다.
코로나 예방주사를 세 차례나 맞아가면서도 4인 이상 한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없는
이상한 생활에서 해방되길 빌며 화선지를 펴놓고 먹물에 붓을 적셔본다.
瑞氣滿堂, 만복을 받으세요.
壬寅 2022 小晶 閔文子
2022년 정월 초하룻날이다. 동방예의지국 국민답게 너도나도 신년 휘호를 날려서 덕담을 주고받는 날이다.
오늘 가장 먼저 해야 할 인사치레이므로 아침부터 바쁘다.
마음같이 멋있게 씌어 지지가 않는다.
몇 번 연습하고 써보아도 도무지 마음에 안 든다. 그러나 정성을 다하여 썼다.
우선 우리 가족과 동생들에게 보내고 다음 친지들에게 온종일 주고받느라 가슴 벅찬 하루였다.
문설주를 바라다보니 입춘 날이 되면 써 붙이던 “입춘대길 가화만사성”이 붙어 있다.
옛날에는 입춘 날마다 절에서 불공을 드리고 인쇄된 부적 같은 입춘방을 얻어다 문설주에 붙이곤 했었다.
그러다가 서예 공부를 시작하고는 서툰 글씨라도 정성을 모아 하얀 화선지에
“立春大吉 建陽多經”이라고 쓴 입춘방(立春榜)을 문설주마다 붙였었다.
또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한글로 풀어 쓰지’ 싶어서 “입춘대길 가화만사성”으로 써 붙였다.
나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13년이나 신장 투석을 하는 가장이 온갖 병이 침노해도
잘 회복하여 그런대로 건강유지를 해서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호랑이해 2022년 새해 오늘은 “瑞氣滿堂 만복을 받으세요”라고 신년휘호를 써서
카톡방 친지들에게 날리고 보니 입춘방(立春榜)도 이 글귀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입춘 날을 기다릴 것도 없이 “瑞氣滿堂”이라고 넉 장을 써서 거실과 방과 현관 문설주에 미리 붙였다.
‘입춘방(立春榜)’이 아니고 ‘원단방(元旦榜)’이라고나 할까?
코로나에 찌든 마음이 얼른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나쁜 기운은 다 사라지고 미리 만복이 들어오는
상서로운 기운을 불러들이도록 손끝이 저절로 움직인 것이다.
혹자는 21세기에 무슨 원시적인 생각이냐고 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성이면 하늘도 감동한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릴 때 시골에서 농부의 맏딸로 태어나 어머님의 심부름을 많이 하면서 자랐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생활 이모저모에 어머니가 하시던 풍습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 같기도 하다.
해마다 추수가 끝나면 가을 떡을 하면서 정성을 다하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해마다 한여름에 고사떡을 해 먹는다.
결혼해서 여러 번 이사할 때마다 고사떡은 빠지지 않고 했었다.
이제 이곳으로 이사 온지도 22년이나 되었다.
서울 변두리지만 사철 변화하는 계절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서 이 집에서 세상 끝까지 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이 집에 살면서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한여름 정오에 거실에서 촛불을 켜놓고 두 손을 모아 고사를 지내며
이 집으로 이사 오던 날을 잊지 않고 22년간 해마다 떡을 해 먹으며 경비실과 이웃에 떡을 돌리고 있다.
빨리 마스크 벗고 사는 세상으로 돌려주세요.
올해는 제발 우리 집 노총각 예쁜 색시 맞이하게 해주세요.
13년간 신장투석을 하는 가장, 건강 유지 잘하게 해주세요
올해도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과 나눌 힘을 주소서
라틴어에 이런 말이 있다.
Do ut Des ‘도 우트 데스’ 네가 주니까 내가 준다.
여러 가지 채소와 과일과 심지어 삼계탕용 닭 한 마리까지 선물로 들어왔다. 시골 인심처럼 푸근하다.
어쩌다 시장에서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오는 것을 보면 경비원이 얼른 받아 엘리베이터 앞까지 들어다 주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는 탈북 학생들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가며 공부하는 「남북사랑학교」가 있다.
나는 3회 졸업식 때부터 졸업생들에게 내 작은 마음을 보탰다.
지난해에는 《한국현대시인협회》에서 받은 작품상금으로 보탰다.
올해도 2월이면 제5회 졸업식이라는 알림장이 올 것이다.
지난 세모에 결혼기념일이라고 가장인 문촌이 용돈을 모아 넘겨준 것을
남북사랑학교 졸업식을 생각하면서 급히 쓸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잘 간직하고 있다.
'Do ut Des ‘도 우트 데스’
瑞氣滿堂 만복을 받으세요.
壬寅 2022 1. 1 小晶 閔文子
첫댓글 좋은 일에 열심이시니 굳이 복을 바라지 않아도 알아서 주실듯 합니다.
늘 다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도 모르게 흘러간 세월, 지난 날을 뒤돌아 보면 여생은 한 순간일 것입니다.
남은 시간은 후회 없이 잘 살고 가야지 하는 마음 , 그 마음이 몹시 바쁩니다.
그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