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랑, 친구할래?"
"선생님, 물 속에 빠지면 죽어요. 위험해요"라며 걱정해 주는 한준이
한준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림책을 펴기만 하면 덮으면서
로보트를 그리고 싶다고 떼를 썼다.
방 안을 뛰어 다니고 한 시도 집중을 못했던 아이인데
지금은 그림 하나하나 글씨 하나까지 꼼꼼히 보며 훈수를 둔다.
"코뿔소를 선물로 받으면 너무 커요"
한준이는 코뿔소가 리본을 달고 있으니 선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럴 수 있겠구나...
다친 캥거루 무릎에 밴드를 발라주는 아이를 보며
그 옆에 있는 돌 뿌리에 캥거루가 넘어진 거라며 그 돌에는 틀림 없이 픽 있을 거라한다. 이 아이의 상상력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다.
우주 이야기에서는 끝이 없다. 우주선과 로보트를 좋아하는 아이
나도 요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독서모임에서 윤독하고 있어서
둘이 너무 재미있게 우주 여행을 했다.
한준이는 늘 내 이름을 앞에 넣어서 선생님을 부른다.
기특하고 눈물나게 하는 아이
그리고 여기서 한준이가 나를 울렸다.
" 추운 겨울에 둘이 함께 눈길을 걸어요. 그래서 발자국이 네 개에요"
자세히 보니 펭귄 발자국과 아이 발자국이 나란히 찍혀 있다.
"혼자 가면 추워요. 같이 가면 손잡고 가면 되요, 그런데 펭귄은 맨발이에요. 그래도 아이랑 있으니까 좋은 가봐요."
라고 말하고 한준이는 숙연해진다.
이 아이의 생각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여기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손잡은 이는 누구이며
내 손을 이끄는 이는 누구인가
오늘은 한준이가 내 손을 잡고 나를 이끌고 있다.
어쩌면
오은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몰라
가방은 달라도
가방에 든 책이 같으니까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꿈이 있으니까
주말에 함께 영화를 볼 수도 있겠지
떡볶이를 먹고 맛있다고 호들갑도 떨고
가까워지면
서로의 고민도 하나씩 털어놓겠지
주말에 뭐 해?
공중에 대고 밤새 연습했는데
말이 떨어지지 않네
고백을,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네
마른 땅만 툭툭,
첫댓글 혼자 가면 추워요.
같이 가면 손잡고 가면 되요.
나랑 친구 할래?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