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의 노래에 나오는 선운사!
나는 선운사하면 떠오른 것이 동백나무숲과 복분자주다.^^
선운사법당 뒷편 검푸른 숲이 다 동백나무 숲인데
서정주 시인은 너무 일러 동백꽃은 못보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만 남았다더니
우리는 동백이 져버린후에야 오게되 동백꽃은 못보고 숲만 바라보다왔다.
저것이 그 유명하다는 동백숲이라는데…아쉬워 하면서
이곳 큰법당 천정도 온통 여기도 용, 저기도 용 그림이다.
황룡,청룡,백룡등등 별별색의 용이 다 있다.
용들의 잔칫날인가보다. 왁자지껄한 느낌이 든다. ^^
처음엔 무뚝둑하고 권위적이기까지 하던 법당보살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더니 질문을 한다.
법당보살이 후불탱화 상단의 글이 무엇인지..
또 얼마전 어떤 단체에서 해설사분이 삼장신앙에 입각해서 절이 배치되었다는데 확실한거냐고..
각 후불탱화마다 상단에 써져있는 글은 우리가 늘 천수경 외울때마다 읽는 신묘장구대다라니라고 하신다.
호법의 의미라며..
이곳에는 도합 3분의 지장보살이 계신데 흔히 해설사분들이 설명하고 있는 삼장에 의한 배치가 아니라고 하신다.
지장경 이야기를 하면서…
지장보살이 바라문의 딸로 있을적에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어머니를 위해 기도드리기 위해
갖은 재산을 몽땅 팔아 갖가지 음식과 의복과 탕약을 가지고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려 갈적에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그 공양물을 다 나누어주고 결국엔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주고
처녀의 몸을 가릴곳이 없어 땅속의 구덩이에 들어가 기도를 하였는데
그것이 삼장에서 말하는 지지보살에 해당되며 돤다면서
여기에 삼장신앙을 갖다 붙이게 되면 이것은 스스로 격을 떨어트리는 결과라고 하신다.
조선을 이조 이조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위의 도솔암과 참당암 지장보살은 고려후기의 불상으로 추측되고
이곳 지장보살은 조선 성종때 불상이라 연대 또한 맞지 않아 선생님의 말씀이 옳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되었건 일체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서원답게 중생의 수만큼 많은 것이 지장보살분신이라 온 법계가 지장보살로 가득차 있을터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행사법우의 꼬릿글을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어쨋거나 우리는 이곳 지장신앙을 통해 발심과 수행이 지장보살처럼 해야 된다고 말씀을 깊이 새겨 듣는다.
처음엔 예불을 드리고자했더니 종무소에서 허락을 받아오라는둥 뻣뻣하던 법당보살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서인지 자기는 예불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안했다고 꼬리를 내려 예불을 드릴수가 있었다.
그 사정이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법당에서 의식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한 언제든 불자들이 예불을 드릴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갖고있다.
개인적으로야 속으로 하면 되지만 이렇게 단체로 올 때 만큼은 그런 배려가 아쉽다
이곳에서 본 지장보살상은 너무나 예뻐서 홀딱 반할 지경이다.
오동통한 몸매와 볼. 가느다란 손은 지장경에서 읽었던 그 지장보살을 연상케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도솔암 지장보살님보다 아담 싸이즈인 이 보살님이 맘에 들어서 이리보고 저리보고를 반복하였다.
부도밭을 경유해 주차장으로 가다가 농협매장에 들려 선운산의 명물인 복분자주를 샀다.
하나는 선물용으로 또 다른 하나는 남편과 함께 하려고...
때론 아이들 같은 남편은 내가 순례라도 갔다올 양이면 은근히 뭔가를 기대한다.
그래서 보통때는 호두과자로 때웠지만 오늘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길옆 담장에 달락 말락한 길을 겨우 지나 문수사에 도착했다.
산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자 높다란 축대위에 위치해 있어 커다란 절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했던것과 달리 작고 조용한 절이었다.
산이름이 취령산이라는데 아름드리 몇백년은 됐음직한 단풍나무가 몇그루있고 우거진 숲과 그속에 부도가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큰 법당은 별 다를 것이 없었는데 뒤로 올라가니 문수전이 나왔다.
작은 전각이라 나는 무심히 신발도 벗지않고 머리만 디밀고 들여다봤는데
멋진 돌부처를 보고 충격을 받아 얼른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돌부처를 보는 순간 우리 아들아이를 보는 듯한 기분이라고 할까..
통통한 몸매에 통통한 볼과 커다랗고 복스러운 귓볼의 소유자 문수보살!
어느 노스님의 얼굴에서 천진난만한 해맑은 미소를 보는 듯했고 동시에
자꾸 아들아이가 떠올랐다.
공부 못한다고 잔소리도 엄청 했는데 혹 그 아이가 문수보살의 화현 아니야?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나는 설명은 귓전으로 흘리고 자꾸만 주위를 맴돌면서 손이랑 옷자락이랑 귀볼이랑 볼까지 만지고 또 만져보며 그분의 좋은 기가 내게 전해지길 바랬다.
순례를 마치고 산길을 내려오는 내내 기분이 좋아 발걸음은 춤을 추듯 가벼웠고 미소가 절로 나왔다.
마치 보물을 찾아낸 듯…
첫댓글 환희심 나는 순례 였군요. 봉사때 뵈요.
선운사 동백꽃 찾아 무작정 밤길을 달려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법우님의 글을 읽으니 자꾸 가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