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승기겁阿僧祇劫
阿僧祇劫을 아승기겁이라고도 읽기도 하고, 아승지겁이라고도 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아승지겁이라 읽는 예가 훨씬 많은 것 같으나, 이것은 아승기겁이라고 읽는 것이 맞다. 아승기는 셀 수 없는 많은 수나 시간을 가리키는 말로서 범어 Asamkhya를 한역한 것이다. 이는 원음에 매우 가깝게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아승지는 본음과는 거리가 멀다. 아승기를 세간에서 아승지로 읽게 된 연유는 다음의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한자 기祇자와 지祗자와의 혼동이다. 글자 모양이 비슷한 데서 온 혼동이다. 두 글자는 전연 다른 글자다.
둘째는, 기祇자의 음에 ‘기’ 외에 ‘지’ 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마침’의 뜻으로 쓰일 때는 ‘지[章移切]’로 읽는다. 《시경》과 《논어》에도 그 예가 보인다.
그러나 아승기겁의 경우에는, 땅 귀신을 뜻하는 ‘祇’를 취하여 원음에 충실하려고 하였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색채까지 가미하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인도 마갈타국의 기타태자祇陀太子가 소유한 동산에, 수달장자須達長者가 석가를 위하여 세운 최초의 절 이름을 기원정사祇園精舍라 번역한 것도, 다 그러한 연유라 생각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아승기로 실려 있으니 아승지로 읽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