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의 날을 아십니까
일반인 대부분 ‘9월7일’ 몰라…‘보편적 복지’로의 이행 시급
법정기념일인 '사회복지의 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도가 매우 낮아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복지전책 시행 등 보편적 복지로의 이행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5월 17일.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후보들이 사회복지정책과 관련, 열띤 토론회를 벌이고 있었다. 후보자간 상호토론을 하던 중 당시 민주당 박정일 후보는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사회복지의 날의 날'에 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기습질문을 받은 진대제 후보는 당황한 듯 “허허”하며 제대로 말끝을 맺지 못했다.
‘사회복지의 날’을 아십니까? 일반인을 대상으로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답변은 예상 그대로였다. ‘모르고 있다’는 응답이열에 아홉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올해 아홉 번째를 맞는 ‘사회복지의 날’이 일반인들에게 아직 제대로 인식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복지저널>이 제9회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20세 이상 남녀 73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명이 ‘사회복지의 날’을 모르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응답한 3명도 사회복지의 날인 9월 7일을 정확히 모르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복지의 날’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법정기념일인 ‘사회복지의 날’
지난해 열린 제8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인기가수 인순이 등의 축하공연을 지켜봤다
매년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로 올해로 벌써 아홉 번째 맞는 법정기념일이다. 사회복지사업법 제 15조에는 ‘국가는 국민의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사회복지사업 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매년 9월 7일을 사회복지의 날로 하고 사회복지의 날로부터 1주간을 사회복지주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의 날 취지에 적합한 행사 등 사업을 실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단위의 각종 기념행사가 시․도별 또는 시․군․구별로 지역특성에 맞게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중앙에서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하는 기념식이 매년 열려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포상과 함께 인기연예인 등의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러한 법 규정과 행사만으로 일반 국민의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에는 상당히 미흡하다는 것이 사회복지계의 중론이다.
사회복지계 한 관계자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일반 국민에게 사회복지를 알려내려는 취지로 마련된 사회복지의 날은 사실상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복지계가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로 시민사회 속으로 파고들어야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말처럼 일반인들은 ‘사회복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사회복지’하면 떠오른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22명이 ‘봉사활동’이라고 답했다.
‘복지=봉사’라는 인식 여전
사회복지를 단순히 ‘봉사’에 대입시키는 이러한 인식은 복지의 다양성과 활동성이 그만큼 덜 알려져 있다는 방증이다. 아직도 복지를 봉사와 희생이라는 단순 이데올로기로 국한시키고 있음을 나타내는 이 같은 인식으로 인해 사회복지의 전문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밖에 일반은들은 실버산업이나 양로원 등 노인복지(8명), 장애인(6명), 어려운 사람을 도우는 것(4명), 아동복지(2)명, 사회복지사(2명), 희생정신(2명) 등을 사회복지하면 떠올려진다고 답변했다. 이와 같은 일반인들의 인식에 대해 사회복지단체에 근무하는 한 종사자는 “많은 일반인들이 사회복지를 단순한 이웃돕기나 불쌍한 사람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사회복지의 참 뜻을 널리 알려야 하는데 공중파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도 단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영역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복지의 날과 관련, 일반인들의 인지도가 낮은 것은 지금까지 복지업무의 역할이나 기능이 소극적인데서 기인한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서울대 안상훈 교수는 “국민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복지국가의 가장 큰 특징은 수혜대상의 보편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는 여전히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주의에 머물고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동의 속 정책 추구해야
인제대 이정우 교수는 “모든 국민에게 소득, 건강, 교육, 주거, 문화, 사회참여 등 전반적 분야에서 기초적 생활수준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국민복지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며 “사회복지정책을 통한 사회통합과 사회안정의 효과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전제될 때 비로소 극대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은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보편적 복지로의 이행을 촉구하는 성격이 강하고, 실제로도 복지를 국민의 권리로써 인식하려는 시각변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이 사회복지 틀과 체계 속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복지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높여준다.
결국 사회복지의 날은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기념일인데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은 것은 ‘나와 동떨어진 날’이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기념일’, ‘자신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날’이라는 무관심에 기인할 수 있다. 이를 ‘내가 기념하고 축하해야 할 날’로 기억하고 교정하는 작업은 사회복지정책의 보편화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