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는 올해도 전 세계 주요 뉴스의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엄청난 매출규모와 증가율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 비중이나 많이 팔린 품목 등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7 광군제가 이야기해 주는 것들을 살펴보자.
◇하루 매출 50조 원이라는 대기록
알리바바는 지난 11월 11일 하루 매출만으로 1682억 위안(약 28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39% 증가한
수치다. 2017년 광군제 시작 3분 만에 이미 100억 위안을 돌파했으며 9시간 만인 오전 9시경에 1000억 위안을
돌파했다.
이날 알리페이(支付宝, 즈푸바오)에서는 총 14억8000만 건의 결제가 이뤄졌으며, 모바일 결제 비중이 90%를
기록했다. 알리바바 통계에 따르면, 그룹 내 B2C 플랫폼인 티몰(天猫, 톈먀오)의 광군제 당일 매출액은 2010년
9억3600만 위안, 2014년 571억 위안, 2015년 912억1700만 위안, 2016년 1207억 위안을 기록했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 온 셈이다.
시장 2위 업체인 징둥(京东)의 경우 광군제 행사를 2017년 11월 1일부터 11월 11일까지 진행했으며,
총 판매액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1271억 위안을 기록했다. 징둥이 구체적인 광군제 성적을 발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만큼 올해 매출에 만족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티몰과 징둥의 광군제 하루 동안 매출을
합치면 2953억 위안에 육박한다. 이는 우리 돈 50조 원에 육박한다.
특히 모바일을 통한 구매가 계속해서 증가해 91.2%의 거래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진행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피크 시점에는 1초당 총 4200만 건의 결제가 진행됐다.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별 점유율은 알리바바의
티몰(Tmall, 66.23%)이 가장 높았다. 징둥(京东, 21.41%), 쑤닝(苏宁, 4.34%), 아마존(Amazon, 1.95%),
웨이핀후이(唯品会, 3.4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소비 수준 향상에 주목
이번 광군제에서는 중국인들의 소비가 더욱 고도화됐다. 티몰에서 판매량이 높은 제품군은 가전제품, 핸드폰,
가구, 의류, 신발, 식품, 화장품, 영유아제품 등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고가 제품의 선전이 돋보였다.
가장 소비 규모가 컸던 광둥 지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은 핸드폰, 카디건(의류), TV 등이었다.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가장 수요가 높았던 제품은 오리털 패딩, 모직 외투, 카디건, 신발, 핸드폰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광군제 전체 판매 상품 중에서는 대형가전제품이 판매량이 가장 높았으며(15.2%), 다음으로는
휴대전화(8.7%), 샴푸·바디워시 등의 개인위생용품(5.6%), 영유아제품(3.6%), 생활가전제품(2.8%),
색조화장품(2.5%) 순이었다. 가전제품은 특히 대형가전 주요 브랜드인 하이얼이 연속 6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세탁기 판매액은 12억 위안으로, 세탁기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보였다. 대형가전에서
전년보다 70% 증가한 45억 위안을 기록해 전체 판매량 2위를 기록한 메디아는 소형가전을 석권했다.
2위를 차지한 필립스는 조명, 의료, 생활용 소형가전 등에서 큰 호평을 받았으며, 공기청정기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 외, 소형가전 중 에코백스 로봇청소기와 다이슨 드라이기도 매출 상위 5대 품목에 들었다.
이들 제품은 같은 품목의 타사제품보다 비교적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인들의 소득 및 소비수준 향상을
보여주는 일례가 됐다.
중국 소비수준의 발달로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 역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아웃도어 주요 브랜드 중 나이키는 1분 내 1억 위안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는 티몰
역사상 처음으로 10억 위안 매출을 돌파한 브랜드로 기록됐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광군제 세일 판매개시
1시간 이내에 전년도 광군제 기록을 뛰어넘는 진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소비 품목의 다양화도 눈에 띈다. 공산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관련 상품의 수요가 지속해서 느는 추세다.
특히 여행상품, 자동차 A/S, 가전제품 A/S 등 서비스 및 제품 판매와 결부된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
시선을 끌었다.
◇‘신유통’ 선점한 기업들 수혜
이번 광군제에서는 신유통(新零售)을 도입한 기업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신유통이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제시한 신개념 유통 시스템으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O2O형 미래 유통 모델이다.
품목별 주요 인기 제품의 경우, 대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통 모델을 모두 보유한 브랜드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품을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받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각종 유통 모델들이 선보였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 역시 중국 진출 시 신유통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에 착안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성 의류 부문에서는 온·오프라인 연동 비즈니스 모델이 최근 중국시장에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받는 경우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광군제에 티몰에서는 여성 의류 중 H스타일을 제외하면 모든 상위 10개 브랜드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보유
브랜드가 차지했다.
남성 의류 판매량에서는 중국의 남성 패스트패션 업체인 HLA가 1위를 차지했다. 11월 11일이 시작된 지 1분도
안 돼서 HLA와 나이키가 거의 동시에 매출액 1억 위안을 돌파했으며, 특히 HLA의 경우는 2017년 8월
알리바바와 신유통에 관한 MOU를 체결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패션 업종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기업은 일본계 업체인 유니클로였다. 11일 오후 5시경에 이미 전년도 광군제
매출을 4.5배 뛰어넘으며 여성 패션 1위, 남성 패션 2위에 올라 선전했다. 유니클로 역시 광군제에 대비해
신유통을 도입했다. 전국 500개가 넘는 유니클로 매장에서는 티몰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24시간 이내에 배송준비를 완료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광군제에서도 빛난 4차산업 기술
올해 광군제에서 알리바바는 패션 제품 판촉을 위해 신기술을 도입했다. 바로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가장 어울리는 코디를 추천해 주고 고객의 문의사항을 상담해 주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찾기 위해 쇼핑몰 사이트를 둘러보면 티몰 스마트 셀렉션이 구매자가 원하는
상품을 추천한다. 브랜드 평가에서 구매자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기 상품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재고를 늘리라는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발전했다.
알리바바의 고객 상담용 챗봇은 고객의 문의 내용 90%를 이해할 수 있으며, 하루 350만 명의 고객을 상담할 수
있다. 3D 가상 피팅 기술도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상에 본인의 모습을 구현해,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입었을 때의
모습을 3D 모델링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지워 가상현실을 통한 체험 서비스가 소비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이러한 O2O 마케팅 사례는 상하이에서 알리바바의 가상현실게임에서 얻은 쿠폰을 오프라인 쇼핑센터에서
쓸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확산되고 있다.
물류 부문에서는 로봇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광군제 당일 일시적으로 폭증하는 주문량을 인력 고용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에, 인공지능 로봇을 투입해 이를 해결했다. 알리바바그룹 창업주인 마윈 회장에
따르면, 200대의 로봇이 하루 1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며, 이는 수작업보다 3배 이상 효율적이다.
그 외에도 로봇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해 순식간에 일감을 배분하기에, 중앙에서 별도의 통제를 할 필요가
없다고도 밝혔다. 미국의 유통 공룡 아마존에서는 이미 운송에 드론을 도입한 성공사례를 창출해나가고 있으며,
쇼핑을 돕는 인공지능 비서를 판매하며 4차산업 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알리바바 또한 이에 지지 않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퍼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