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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산 호국의 길은 경북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에서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으로 흐르는 석천의 옛길을 복원해 만들었다. 석천은 구수천(龜水川)으로 불렀으며 선비들이 찾아와 풍류를 즐겼다. 이 길은 옥동서원, 임천석대, 반야사 등의 역사 자원과 수려한 석천이 행복하게 어우러진다.
백화산 호국의 길은 수려한 석천을 따르는 호젓한 숲길이다. |
백화산 호국의 길은 이름이 다소 생뚱맞다. 길 이름의 유래는 신라 태종 무열왕 때의 삼국통일 전초기지, 고려 몽골침입의 격전지, 임진왜란의 의병 활동지로 백화산이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이 길의 특징을 알려주지 못해 아쉽다. 이 길의 키워드는 ‘석천(구수천) 옛길’이다.
문수보살의 성지인 천년고찰 반야사. 절 뒤로 보이는 산사면에 호랑이 형상이 나타난다. |
석천(石川)은 백두대간 봉황산(741m) 자락에서 발원해 경북 상주시 화서면, 화동면, 모동면을 거쳐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에 이르러 초강천(송천)과 합류한다. 이어 초강천은 영동군 심천면에서 금강과 몸을 섞는다. 석천의 물줄기 중에서 가장 수려한 지점이 백화산 아래를 흐르는 옥동서원~반야사 구간이다. 구수천(龜水川)이라는 별칭으로도 일컬어지며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그리고 계곡이 어우러진다.
백화산 호국의 길을 걷는 요령은 반야사 일대도 둘러보는 곳이다. 이곳은 행정구역이 충북 영동군이라 코스에는 빠졌지만, 함께 걸어야 석천의 백미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출발점은 옥동서원이지만, 대중교통을 원활히 연결하기 위해 반야사로 잡았다. 주차장에서 호젓한 숲길을 걸어 반야사로 들어선다.
반야사에서 보던 호랑이 형상은 수천 년 흘러내린 돌이 만들었다. 길은 너덜겅 아래를 지난다. |
문수보살의 상주 도량으로 알려진 반야사의 명물은 호랑이와 문수전이다. 대웅전 앞에 서면 범종각 뒤 산사면으로 긴 꼬리를 올린 호랑이 형상이 나타난다. 높이 80m, 길이 300m에 이르는 이 호랑이는 산사면으로 수천 년 동안 흘러내린 돌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반야사의 또 하나의 명물인 문수전은 벼랑 위에 자리한다. 반야사에서 가파른 계단을 10분쯤 오르면 문수전에 닿는다. 문수전 앞에서는 입이 떡 벌어진다. 구불구불 흐르는 석천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곳에 문수전을 만든 이유가 바로 이 장쾌한 조망이다. 문수보살에 인사를 올리고 내려와 길을 잇는다.
반야사 앞 시멘트 보를 건너면서 걷기가 시작된다. |
반야사 앞에서 시멘트 보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된다. 재잘재잘 흐르는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이다. 호젓한 숲길을 따르면 호랑이 형상 아래를 지난다. 호랑이의 정체는 돌이 흘러내린 너덜겅이다. 수많은 돌이 모자이크처럼 호랑이를 그려낸 것이다. 너덜지대를 지나면 걷기 편한 오솔길이 이어지다가 경북 상주를 알리는 비석을 만난다. 비석 주변은 너른 공간이 펼쳐지는데 ‘반야사 옛터’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가 경북 땅의 시점이며 옥동서원에서 출발했을 때 백화산 호국의 길의 종점이다.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 숲길에서 은은한 때죽나무 향기가 맴돈다. 길섶에 떨어진 때죽나무 흰 꽃이 보석처럼 빛난다. 세월교인 돌다리 앞에 ‘구수천 7탄, 저승골~명경호’ 안내판이 있다. 구수천의 8개 여울을 팔탄(八灘)이라 하며 그중 7번째다. 하지만 어디를 정확하게 말하는지 모호하다. 반야사~옥동서원의 구수천은 전 구간이 다 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경북 상주가 시작되는 지점을 알리는 비석. 너른 공터는 옛 반야사의 절터다.(왼쪽) / 백화산 호국의 길은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길 잃을 염려가 없다. |
세월교를 건너 한동안 숲길을 따르면 울창한 소나무들 사이에 구수정 정자가 보인다. 정자 앞 계곡 건너편으로 수려한 절벽이 우뚝한데, 여기가 임천석대(林千石臺)다. 이 바위에는 불사이군 충절을 지킨 고려시대 악사인 임천석의 슬픈 이야기가 내려온다. 북과 거문고를 잘 다루던 임천석은 고려가 망하자 이곳으로 들어와 높은 절벽 위에 대를 만들고 거문고를 연주하며 살았다. 조선 태종이 음률에 능통한 그를 거듭하여 부르자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투신했다고 한다.
고려의 악사 임천석의 불사이군 이야기가 내려오는 임천석대. |
임천석대를 지나면 물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곳이 나온다. 여기가 구수천 4탄인 난가벽(欄柯壁)이다. 주변으로 병풍처럼 수려한 절벽이 둘러싸고 있다. 가히 구수천 최고의 절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어 나오는 곳은 저승골 입구다. 저승골은 몽골의 6차 침입 때인 1254년 10월, 황령사의 승려 홍지가 이끈 승병들이 자랄타이(車羅大)의 대군을 유인하여 참패를 안긴 골짜기라고 한다.
석천의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난가대.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
석천의 명물인 구름다리를 건너 밤나무 영농단지를 지나면 조붓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징검다리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발을 담갔다. 물이 흘러와 내 발가락을 간질인다. 촉감이 좋다. 앞쪽으로 아낙네들이 다슬기를 잡는 모습이 평화롭다.
백화산 호국의 길의 명물인 출렁다리. 출렁거리는 느낌이 짜릿하다.(왼쪽) / 상주의 들녘 조망이 일품인 백옥정. 정자에서 내려오면 걷기가 마무리된다. |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데크 전망대를 지나면 넓은 밭을 지난다. 밭 가운데 우람한 바윗덩이가 있다. 이 바위에 세심석(洗心石) 글씨가 있다. 1716년 9월 밀암 이재(1657~1730)가 이곳에 머물던 백화재 황익재(1682~1747)를 방문했을 때 세속의 마음을 씻고 학문을 탐구하라는 뜻으로 세심석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이어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면 백옥정을 만난다. 상주의 마을과 부드러운 산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잠시 조망을 즐기다가 내려오면 황희 정승을 모신 옥동서원에 닿으면서 걷기가 마무리된다.
청백리 황희 정승을 배향하는 옥동서원. 개방하지 않아 내부를 둘러볼 수 없다. |
코스요약
- 옥동서원→백옥정→세심석→밤나무단지→출렁다리→난가벽→임천석대→징검다리→경상북도 경계표지석→(반야사) (5.1km - 왕복 10.2㎞, 옥동서원~반야사: 6.1㎞, 2시간-편도)
교통편
- 대중교통 : 상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모동·신흥행 버스(1일 4회 운행)를 타고 수봉리(옥동서원 입구)에 내린다. 반야사에 도착하면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택시를 불러야 한다. 황간택시 043-742-4242. 반야사를 들머리로 하려면, 모서행 버스를 타고 우매리에 내려 20분쯤 걸어야 한다. 우매리 가는 버스는 황간역 앞에서 8:30, 영동역 앞에서 11:50, 15:50에 있다. 동일버스 043-742-3971. 반야사를 들머리로 옥동서원에서 걷기를 마치면, 버스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옥동서원 근처 수봉리 버스정류장에서 상주 가는 버스는 06:30 09:15 13:50 18:05에 있다. 상주 시내버스 054-534-8250.
TIP
- 자세한 코스정보 :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756
- 화장실 : 옥동서원 앞 주차장, 반야사
- 식사 : 중간에 식당이 없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게 좋다.
- 길안내 : 안내판과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 코스문의 : 상주시청 산림공원과 054-537-7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