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발간하는 월간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5년 11월호(2025년 11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러시아의 특수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해외로 이주한 고급 두뇌들의 안정적인 귀환과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도입된 '귀환자'(repatriate)들에 대한 특별한 처우 등 러시아 재외동포들의 자발적 귀환 시스템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김애리 씨(박사과정, 러시아·CIS 정치전공)가 쓴 '러시아의 귀환자 개념, 법적 도입의 전략적 의미'다. 소개한다/편집자
**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와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재외동포와 귀환자
2023년 11월 22일, 푸틴 대통령은 2006년 대통령령으로 승인된 '재외동포의 러시아로의 자발적 재정착 지원 국가 프로그램'(이하 '국가 프로그램')의 개정에 관한 대 통령령에 서명했다. 개정된 대통령령은 ‘귀환자’ (repatriate) 개념의 법적 도입을 명시하고 있다. 기존의 ‘재외동포’(compatriot) 개념은 새로 도입한 귀환자 개념을 포괄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로의 재정착을 원하는 사람 중 귀환자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재외동포 자격을 부여받는다.
재외동포란 누구인가?
1999년 재정된 '재외동포에 관한 러시아 국가 정책 연방법'에 따르면, 국외에 거주하는 러시아 시민뿐 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러시아에 거주한 민족, 혹은 그 직계 선조가 러시아, 구소련, 러시아 제국에 거주했던 사람들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귀환자는 이전에 러시아 시민권을 보유했던 자,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RSFSR) 영토에서 출생하거나 상시 거주했으며 구소련 국적을 가졌던 자 또는 그러한 자의 후손을 뜻한다. 즉 현재 러시아 영토와 직접적 관계가 있는 자로 그 지리적 범위를 한정한 것이다.
이렇게 재외동포보다 좁은 범위의 귀환자 개념을 법적으로 정의한 전략적 이유는 무엇일까?
2006년 승인한 '국가 프로그램'은 이들 재외동포를 활용하여 러시아의 인구 감소와 이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극복하려는 실용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즉, 구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밖에 거주하게 되었으나 ‘역사적 고향’인 러시아로 돌아가고자 하는 구소련 국가 출신들을 모두 재외동포로 규정하여 이들의 러시아로의 이주를 촉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어를 구사하며 러시아 혹은 구소련 문화를 공유하는 재외동포를 ‘러시아 세계’(Russian World)라는 개념으로 묶어 그들의 러시아적 정체성을 강조함으로써 러시아로의 자발적 재정착을 유도하고자 했다.
◇'국가 프로그램'의 악용 사례와 귀환자 개념의 도입
그러나 정책의 의도와 다르게 불법 체류자들이 '국가 프로그램'을 악용하여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으며, 이를 돕는 조직범죄도 활성화했다. 일부 공무원들이 이들과 결탁하고, 부패 범죄도 저질렀다. 또한 지정된 이주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주로 모스크바)에 불법으로 체류하며 노동하는 경우, 오브닌스크 등 특정 도시에 외국인이 집중되는 경우 등 악용 사례들이 나타났다.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주(州)는 “러시아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러시아 사회에 동화되기를 꺼리는 이주민들 이 증가했다”라며 프로그램 참여 중단을 발 표했다.
이러한 부작용은 지방의 노동력 확보라는 본래의 목표 달성을 저해하고 사회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귀환자 개념의 도입은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세계재외동포대회에서 '국가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후 2023년 개정안을 통해 신청자가 충분한 러시아어 구사 능력을 입증하도록 하고, 귀환자의 경우 러시아 또는 구소련의 교육 증명서를 소지한 자는 언어 능력을 증명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 장관은 '국가 프로그램' 시행에 관한 부처 간 위원회 회의에서 이러한 조치를 통해 러시아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러시아어를 구사하지 못하며, 사실상 러시아 국민이 아닌 4,000명의 지원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귀환자 개념의 도입은 러시아 사회로 귀환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프로그램의 불법적 악용 사례를 근절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로 해석된다.
◇심화하는 두뇌 유출 문제에 대한 대응 정책
귀환자 개념의 도입은 러시아의 두뇌 유출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러시아 연구 인력의 국외 유출은 지난 25년 동안 꾸준히 발생했으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출 규모가 커졌다.
독일 고등교육과학연구센터 안드레이 로바코프(Andrey Lovakov)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를 떠난 연구 인력은 1,465명, 2023년에는 1,938명으로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4년 1~5월에는 1,133명이 러시아를 떠났다. 반면 지난 3년간 러시아로 유입된 연구 인력은 각각 672명, 618명, 374명에 불과했다.
분야별로 보면, 2022~2024년 두뇌 유출이 가장 큰 분야는 물리학·천문학, 컴퓨터과학, 경제·금융, 경영·회계, 수학, 신경과학, 사회과학, 생화학·유전학·분자생물학, 심리학, 예술·인문학 순이었다. 반면 의학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체적으로 물리학, 수학, 컴퓨터과학 등 첨단기술 또는 국제적으로 통합된 분야일수록 두뇌 유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인력의 유출이 계속되면 러시아의 과학적·혁신적 잠재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으며, 장기적으로 러시아 고등 교육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한편, 2022~2024년 러시아를 떠난 연구 인력은 주로 독일, 미국, 스위스, 핀란드, 이스라엘 등 러시아가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서방 국가들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귀환자 개념 도입은 비우호국으로 떠났다가 러시아로 돌아오고자 하는 과학자, 기술자들의 신속한 귀환과 빠른 적응 및 정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9월 추가로 개정된 '국가 프로그램'은 비우호국 영토에 영구 거주하며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체류하는 외국인, 그리고 2022년 2월 24일 이후 비우호국에 영구 거주 중 거주권을 상실하여 러시아로 귀국한 러시아 국민에 대해서도 신청 자격을 부여했다. 이는 러시아 시민권을 포기하고 비우호국으로 떠났다가 여러 사유로 귀환한 연구 인력의 안정적인 재정착을 유도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러시아로의 재정착 관련 서류 작업을 돕는 한 민간 업체는 독일, 캐나다, 호주,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이스라엘, 스웨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폴란드 등 비우호국들을 포함해 러시아 연구 인력이 많이 이주한 국가들로부터 러시아로의 귀환을 안내하는 인터넷 페이지를 만들고, 러시아로 귀환 시 장점, 귀환 신청 절차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재외동포는 '국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도시로만 이주할 수 있으며, 이주한 곳에서 거주하며 일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그러나 귀환자는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포함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도시로도 이주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연구 인력이 연구 인프라가 있는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려는 제도적 장치로 풀이된다.
이처럼 러시아의 귀환자 개념 도입은 유출된 러시아 두뇌의 귀환 유도라는 목표와 동시에, 귀환자의 사회적 통합 비용을 줄이고 지역사회의 반발을 차단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포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006 년 '국가 프로그램'의 실행 이후 실제 참여자 수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러시아 정부는 정책을 계속 변경하며 실행해왔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인구 감소와 두뇌 유출 문제 해결에 재외동포들의 귀환이 필수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목표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