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과 오른쪽에 대하여
강태규
개미가 모서리를 오르내린다
왼쪽과 오른쪽에 관하여 내가 알 길 없는 소통으로 나아간다
바람을 거슬러야 멀리 날 수 있는 새떼는 교행하는 법이 없다
한때 제 몸속에 갇힌 십자매의 불알에 대하여 궁리해 본 적이 있다
새도 개미도 제 몸속에 초록 신호등을 품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 많은 별들을 머리에 이거나 사막을 보듬어 제 몸을 통행한다
수캐가 내달릴 때는 온몸 따라 그것도 왼쪽으로 기뚱댄다
나는 한 번도 나무란 적 없다
목욕탕으로 드는 아들의 그것은 오른쪽이다 나도 그러하듯이
왼쪽으로 기우는 내 걸음은 노동의 무게 때문인 줄 안다 아니, 심장의 중량 때문이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반복하는 내 오른쪽이 저리다
이제, 내 몸을 갓길로 댄다
청부업(請負業)
소 울타리를 넘다가
바짓가랑이가 찢어졌다
목숨도 신자유주의라
그냥 저울값,
해진 가랑이 사이로
얼음송곳이 드는 한겨울 해거름
나는, 근육이완제 주사(注射)를 집행하였다
야생의 뒷발질을 빼앗고
초원의 뜀박질도 빼앗고
새끼를 덥히던 피돌기와 호흡을 빼앗고
맛 나는 되새김질까지 빼앗았다
살생부를 덮는다
나는,
값을 후하게 받고
편안한 잠에 든다
이 피비린내를,
이 업보를,
어둠 속에 묻어버린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가득 채우라는
창세기(創世記)를 거룩하게
거룩하게, 읽을 것이다
아들 자(子)
아들 자(子)를 바라본다
돌 만나 끄트머리 휜, 천막 고정핀이 보인다
서류철에서 튀어 오른 스테이플러 침이 보인다
천이 다 해져 누운 우산살이 보인다
빨랫줄을 쥐고 있는 집게가 보인다
송아지 목덜미에 꽂히는 주사기가 보이다가
영글다만 거세된 불알도 보인다
아버지 가슴에 박힌 못 하나 보이다가
아들 가슴에 그렁대는 쇠못 하나 큼지막하게 보인다
─『시에』 2011년 가을호
강태규
서울 출생. 2009년 시집 『늙은 대추나무를 위하여』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