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동유럽계 유대인 번스타인은 25세의 나이에 깜짝 대타로 뉴욕 필하모닉과 카네기홀에 섰고,
그 후 미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로 군림했습니다.
클래식뿐 아니라 뮤지컬, 영화음악까지 다방면에 두각을 드러냈고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그의 작품입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여러 클래식 해설 프로그램을 남긴 방송인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방송은 해외에 수출됐고, 우리나라에도 방영됐습니다.
다재다능하지만 내면이 변화무쌍했던 번스타인.
그는 배우를 준비하던 칠레 출신 펠리시아를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음악가로, 배우로 각자의 자리에서 승승장구하는 부부의 모습은 행복한 가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지요.
하지만 번스타인은 외향적인 지휘자와 내향적인 창작자, 두 가지의 모습으로
내면에는 불안과 외로움을 갖고 있으면서 밖으로는 쾌활한 척하는 모순덩어리 사람이었죠.
또 정신적으로는 여성에게 끌려도 육체적으로는 남성에게 끌리는 양성애자.
하지만 번스타인은 파국을 맞지 않습니다. 그는 노년까지 지휘자이자 작곡가로서 수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불안정한 번스타인이 그렇게 예술가로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까닭은?
맞습니다.
아내 펠리시아 덕분이었죠. 한 예술가를 위해 해야 하는 초인적인 헌신, 바로 그게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펠리시아가 마냥 수동적이고 헌신적이었던 것 아닙니다. 할말은 하는 여자.
천재 예술가가 파멸하지 않고 우뚝 설 수 있었던 힘의 원천 - 바로 아내였던 겁니다.
영화는 번스타인이란 빛과 그림자인 펠리시아를 동등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펠리시아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지요.
영화 내내 번스타인이 작곡한 음악과 전설적인 지휘를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펠리시아와 사랑에 빠질 때 흐르는 번스타인의 ‘캉디드’ 중 ‘파리 왈츠’,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될 때 흐르는 말러 교향곡 5번 ‘아다지에토’는 둘의 갈등을 예고합니다.
(‘헤어질 결심’에 나왔던 그 곡.)
https://youtu.be/Bj6KLv7kv2Q?si=zBZEsZfxOYS6h0EO
쿠퍼는 외형은 물론 목소리까지 말년의 번스타인과 비슷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5악장 부분에선 온몸으로 지휘하며 팔짝팔짝 뛰기도 하는데요.
원래 레너드 번스타인이 그렇다고 하네요. ‘레니 댄스’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그런데 쿠파는 이 지휘 장면을 익히는데 6년이나 걸렸다고 하니 그 노력 또한 대단합니다.
아무튼....
거장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경외로움+부러움+질투+놀라움 등등
온갖 감정이 다 동원되어 본 영화였습니다^^
첫댓글 오 번스타인! 찾아봐야겠네요.
근데 늘 느끼지만 넥플릭스 포스터는 너무 구림.
포스터도 예리하게 보시는구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