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앤트로픽 1조 잭팟' SK텔레콤, 영국 케이만에 AI 투자법인 세웠다
법인세·자본이득세 없는 '조세회피지역'에 AI 투자법인 설립
글로벌 공동 투자·펀드 조성 고려한 해외 거점 구축
K-AI 얼라이언스 연계해 투자·사업 시너지 확대 가능성
심민관 기자
입력 2026.03.23. 06:00
챗GPT=달리
챗GPT=달리
SK텔레콤이 영국령 케이만 제도에 인공지능(AI) 투자 전담 법인을 설립했다. 생성형 AI 스타트업 앤트로픽 투자로 대규모 평가이익을 거둔 데 이어 해외에 AI 투자 거점을 세워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나선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케이만 제도에 AI 투자 전담 법인 '포레스트 AI 인베스트먼트(Forest AI Investment)'를 설립했다. 이 법인은 2011년 설립된 SK텔레콤의 투자법인 아틀라스 인베스트먼트(Atlas Investment)의 자회사 형태로 세워졌다. 초기 자본금은 2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AI 전담 투자법인을 별도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이 2024년 9월 미국에 설립한 '아스트라 AI 인프라 LLC(Astra AI Infra LLC)'와는 성격이 다르다. 아스트라 AI 인프라는 기업용 AI 솔루션 구축 기업 펭귄 솔루션스(Penguin Solutions)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다. SK텔레콤은 이 SPC를 통해 2024년 12월 펭귄 솔루션스와 2억달러(약 2915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 투자 계약을 맺었다.
케이만 제도는 법인세와 자본이득세 등이 없는 대표적 조세회피지역으로, 글로벌 투자펀드들이 선호하는 금융 허브로 꼽힌다. 외환 규제나 투자 구조 설계 측면에서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어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공동 투자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이번 법인 설립을 단순 재무적 투자 확대를 넘어 한 단계 진화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기존 해외 투자 체계 안에서 AI 전용 거점을 따로 세운 만큼, 향후 해외 투자자와의 공동투자나 펀드 조성, 유망 AI 기업 발굴을 위한 플랫폼 역할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단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AI 모델, 에이전트, 데이터센터 등 AI 밸류체인 전반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이 그간 키워온 'K-AI 얼라이언스'와의 연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SK텔레콤은 K-AI 얼라이언스를 국내 혁신 AI 스타트업과의 협력 축으로 소개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주도하는 K-AI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 수만 40개가 넘는다. 업계는 이 네트워크가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향후 유망 기업 투자, 해외 자본 연계, 공동 사업화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전문 투자법인 설립은 SK텔레콤의 AI 인프라 확장 흐름과도 맞물린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SK텔레콤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며, 서울에 추가 데이터센터 착공도 예고한 상태다. 새 AI 투자법인이 향후 스타트업 지분 투자뿐 아니라 AI 인프라 공동 투자와 글로벌 자금 유치를 위한 금융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AI 투자법인 설립의 배경에는 앤트로픽의 투자 성과도 깔려 있다. SK텔레콤은 2023년 1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300억원)를 들여 앤트로픽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후 앤트로픽이 잇단 투자 유치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서 SK텔레콤이 보유한 지분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3800억원으로 불어났다. 초기 투자금 대비 지분 가치가 10배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앤트로픽이 향후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SK텔레콤의 지분 가치가 2조~3조원대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앤트로픽 투자로 성과를 입증한 만큼 이를 계기로 글로벌 AI 투자에 더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케이만 AI 투자법인 설립은 향후 대형 투자나 공동 펀드 조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케이만 제도에 법인을 설립한 경우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케이만 제도에 2개의 펀드 법인(Samsung Global SME Private Equity Manager Fund, Samsung Private Equity Fund 2022 GP)과 1개의 투자 법인(Samsung Co-Investment 2021 GP)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현대차도 1개의 펀드 법인(China Mobility Fund,L.P)과 1개의 지주 법인(China Millennium Corporations)을 케이만 제도에 두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만 제도는 미국과 가까운 카리브해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소득세 등 직접세가 없다"며 "법인 설립도 쉽고 금융 비용이 적은 장점 때문에 조세피난처로 각광을 받는 곳"이라고 했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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