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부고]
후지코시 동원 피해자 주금용 할머니 별세
-2019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광주지법에 제기한 소송은 5년째 공전 중-
일제강점기 10대 어린 나이에 후지코시 회사로 강제동원된 주금용 할머니(朱錦用. 1927.10.5.)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전남 나주 태생인 주금용 할머니는 2년제 갈립학교를 마치고 나주대정국민학교에 전학을 갔다.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재학 중 만 16세 때인 1945년 2월경 일본 도야마에 위치한 후지코시(不二越) 회사에 주위 친구들과 함께 강제동원됐다.
군수회사 후지코시는 여자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1천여 명이 넘게 강제동원된 근로정신대 동원 최대 사업장으로, 주로 군수품에 쓰이는 베어링 등 금속 제품 절삭 공정에 투입됐다.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강제노동에 투입된 할머니는 광복 후 한 참 만에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2018년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 판결을 내린 소식을 접한 할머니는 2019년 4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추진한 공익소송 일환으로 후지코시 회사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비협조로 소장 송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재판은 5년째 공전 중이다.
어린 시절 당시 후지코시 공장 또래 아이들과 힘든 공장생활을 신세한탄 하며 불렀던 구전노래를 아직까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등 어린 시절 혹독했던 강제노동에 대한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왔다.
할머니는 최근 폐호흡기가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었으며, 슬하에 4남 2녀를 뒀다.
빈소는 나주장례식장 2층(나주시 건재로 85). 발인은 3월 19일 오전 10시.
[참고자료]
다음은 강제동원 구술기록집 『배고픔에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하얗게 핀 가시나무 꽃 핥아먹었지』(2020년 발간)에서 주금용 할머니 구술자료 일부.
“일본 선생도 좋다고 하고, 일본 사람도 학교 교실로 와서 일본 가서 돈도 벌고 하도 좋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어메가 ‘애린 것이 거기까지 가서 뭔 돈을 벌어야?’ 하고 나도 울고 어메도 울었제. 새벽에 나주 기차역으로 나간께, 기차가 불도 없고 캄캄한디 순전히 곳간이여. 기차 곳간에 타 갖고 우리는 인자 끄는 대로만 갔제.”
“도야마를 막 들어간께 눈이 산덩이 마니로 쌓여 갖고 있습디다. 샌방이라고 헙디다. 쇠토막 요만한 놈을 한 자루를 주드마. 글고 일본 여자 하나씩을 다 붙여줘. 인자 우리를 갈치라고. 한달 간. 그기계를 돌리면 윙하니 돌아가는디 요만썩 한 쇠 끄터리(끄트머리)를 동그룸(둥그렇게)허니 깎어. 밥하고 국 요만썩만 나오믄 고놈 묵고, 자고, 날마다 가서 쇠만 깎었제”
“아침에 자고 나서 인자 밥만 묵으면 공장에 가서 일만 하고 헌께 뭐 시간을 모르제. 날짜를 알까, 시간을 알까, 아무 것도 모르제. 그저 날 새서 밥 쪼까 주믄 그놈 묵고 가서 공장에 가서 일허고, 또 낮에 밥 쪼끔 묵고 또 가서 일허고…”
“그런께 우리가 모다 일험시롱(일하면서) 도야마서 노래를 지어 불렀당께라. 내가 잊어블도 안 해.
‘후지코시 요이또 타레가 유따아(후지코시 좋다고 누가 말했나. 사쿠라 고까 께노 키노 시다떼(사쿠라 나무 그늘 아래서) 진지노 기무라가 유따 소다(인사과 기무라가 말한 듯 하다) 와따시와 맘마토 미마사례다(나는 감쪽같이 속았다)’
그러고 우리가 모다 노래를 지었어. 우리가 일본 놈헌테 인자 속아서 왔다고. 그런께 돈도 10원도 없제. 뭐 김치 꼬랭이는 구경도 못해보고, 국 쪼까(조금) 하고 밥 쪼까하고 요만썩 주믄 그것이 끝인디 어짜겄어”
“(집에 편지를 어떻게 써?) 뭣이 있어야제. 종이가 있어? 뭐 연필 있어? 그러고 우체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써서 어디로 붙일라믄 돈이 있어야제. 아무 것도 없는 빈 몸뚱인디”
▲미군 공습경보 도망 “한 번은 저녁밥을 공장에서 막 묵을라근께 ‘구슈 게이오(공습 경보)’ 피허라고 뒤집어 쓸 것을 하나씩 줘요. 그래서 고놈을 둘러쓰고 밤새도록 엎어짐서 자빠짐서 죽을둥 살둥 인자 저녁 내내 날 샐 때까지 도망갔어. 움수롱(울면서) 캄캄한 밤을 보내다가날이 샜제. 다 끝나고 나서 기숙사로 찾아온께 밥을 줍디다. 밥 묵고는 또 일을 했제” |
2024년 3월 18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