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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년 5월 5일
『노을 시계』 공미(공태연) 선생님의 시집을 읽고
“그녀의 시는 감동과 역설, 탄성과 은유, 직유와 반전, 감각과 이미지 사이에서 그녀만의 새길을 찾는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동원 님이 쓴 해설 18페이지에서 나는 이 한마디를 가져와 시인의 작품 형식을 대변하고 싶다. 딱 맞는 표현이라서. 시의 구성은 1부 <노을 시계> 2부<엄마와 참외> 3부 <나비> 4부<하얀 그림자> 5부<이해한다는 말은> 모두 5부로 구분 지어 주제별로 실어두었는데 특별히 좋았던 시를 되뇌어본다.
1부:
손 전화기에서 하늘로 떠난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담은 「공터」, ‘너도 살아봐라’ 젊은 날 듣던 친정어머니의 그 말이 가슴에 사무치는 나이가 된 「넋두리」, 고장 난 대문에서 연상되는 「고장 난 사랑」, 네 평 텃밭에다 열무 심으며 신나 했던 「바운스 바운스」 시에 담긴 이런 자잘한 일상 들은 나와 연령대가 비슷한 노년의 애환을 담아두었기에 친구인 양 동화되어 빨려들게 한다.
2부:
개똥참외의 마지막 줄을 걷어내듯 요양원 침대에 누운 엄마를 그리며 빚은 「엄마와 참외」 시에서는 엄마의 사랑을 너무 무덤덤하게 받았던 우리 마음들을 속죄하고 싶어지게 했다. 내가 친정 엄마가 되어 딸네 집에 가 손주 돌보고 살림 살아주다 돌아오며 느낀 회한을 담은 「비명」 시는 우리 또한 그런 위치에서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애환을 돌아보게 했다.
3부:
-수선화-
누가 왔나, 빤히 문을 여는
그 저녁 노란 수선화
뭘 보았길래 저리 흔들대나
바람에 저도 설레는 양
야릇한 그 꽃대의 묘한 표정
저도 퇴근하는 남편 기다리는 듯
(중략)
-나무-
닭살 돋는 말이 제일 듣고 싶은 나무
(중략)
오늘도 주방에서 남편 위해
갈비찜 하는 아내라는 나무
이 두 작품만 봐도 3부에서는 서로를 신뢰하며 평온하게 늙어가는 부부의 정이 곱게 담겨 있어 좋다.
4부:
-날아가는 새-
(중략) 온몸 쑤신 물젖은 신문지 같은 아버지
마른 낙엽 되어 오늘이 어제 같다 그랬는데.
-사위 사랑-
소쿠리 속 상처 난 과일 남몰래
숟가락으로 파내고 흠 있는 것만 먹었네
그것도 모르고
딸은 엄마가 왜 저렇게 사실까 타박했네
이제 그 딸 엄마 세월이 되고 보니
고향 집 저녁노을이 왜 붉은지 알 것 같네.-
이 시의 끝 연 속에 내포되어 있는 부모님에 대한 사모곡에 가슴이 아려온다. 우리 모두, 속죄의 마음으로 고향 집 저녁노을을 바라보노라면 시는 넉넉한 품에 우리를 안아주는 위로가 된다.
5부:
(중략)
재활용도 안 되는 그 몸
바르고 치매고 일으켜서
이곳저곳 땜질하여 산다.
다시 축축한 슬픔이 마르고
한밤중 혼자 잠 깨 기억을 꺼낸다
아프지 말아야지
짐 되지 말아야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그 아득한 길-
이 시의 ‘짐 되지 말아야지’ 이 한 구절은 우리 늙은이들 모두의 염원이겠다. 참 쓸쓸하고 서글프지만, 우리가 걸아가야 할 길이기에. 이 길 위에서 시가 우리를 그윽하게 배웅 나와 서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시 읽는 마음은 위로받고 힐링을 얻는다. 공미 시인의 시가 가진 힘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