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律齋에서 바라본 경각산
글 / 은율 장기주
마당의 잔디들이 밤새 내린 이슬을 투명하게 털어내는 시간, 집 앞을 흐르는 시냇물은 나직한 숨소리로 아침을 깨웁니다. 은율재(隱律齋) 단정한 창틀은 고스란히 하나의 액자가 되어 건너편 경각산의 푸른 실루엣을 부드럽게 품어 안습니다. 저마다의 마음속 시상(詩想)을 품고 모여든 시인들의 다정한 손길이 가득한 이곳, 은율재에서 마주하는 경각산의 능선은 매일 아침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위대한 전시회로 변해갑니다. 어떤 날은 자욱한 안갯속 은은하게 번지는 수묵화였다가, 또 어느 날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붉고 눈부신 금빛의 유화가 됩니다. 고래의 등을 닮은 능선 위로 마침내 아침 해가 떠올라 함께 시를 짓는 공간 깊숙이 따스한 온기를 밀어 넣을 때, 나 홀로 삼키기엔 너무 벅차 가만히 순간을 멈춰 세우고 싶어 집니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도 서둘러 휴대폰을 켜고, 빛을 받아 기분 좋게 춤추는 나뭇가지와 능선 너머 밀려드는 붉은 아침 하늘을 사진과 동영상에 소중히 붙잡아둡니다. 내가 머무는 집에서 마주한 이 눈부신 순간을 다정하게 마음으로 전송하며, 새벽잠에서 깨어나 이 아침의 문장을 마주하고 환하게 웃을 시인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같은 하늘 아래 저마다의 따스한 눈을 가진 그들과 함께 시를 빚어내는 이 공간의 온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은율재(隱律齋)에서 시작되는 나의 하루는 이미 가장 다정한 행복으로 물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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