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비로봇틱스가 개발한 로봇 '탈리'는 매장을 돌아다니며 내장된 센서로 제품 재고 및 가격태그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타미힐피거는 작년 그들의 가을 컬렉션을 가상현실(VR)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후 미국 맨해튼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VR 고글을 통해 런웨이에서 걸어나오는 모델 지지 하디드의 패션쇼를 현장처럼 체험하게 하였다. 이에 대해 대니얼 그리더 타미힐피거 최고경영자(CEO)는 "VR를 통해 매장 내에서 각 시즌 최대의 브랜드 이벤트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첨단 디지털 기술은 대형 터치스크린, VR 패션쇼, 스마트 VR 거울, 증강현실(AR) 등 쇼퍼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대부분 디지털 장비는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 안정화와 콘텐츠 개발을 위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이러한 값비싼 장비들을 구경 삼아 체험한 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쇼퍼도 적다. 처음 보는 순간 '와우' 하지만 곧바로 식상한 기술로 인식되는 속도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이 몇몇 실험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뿐만 아니라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서까지 유효한 '솔루션'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판매 제고든 비용 절감이든 실질적인 수적 효과가 있어야 한다.
◆ 핵심은 '편리함'
디지털 기술이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 효과적인 접근 방법은 '쇼핑의 편리함' 제공이다. 경쟁사보다 전자상거래 영역으로 진출이 늦었던 미국 대형마트 '타깃'이 단번에 상황을 역전하도록 이끈 일등 공신은 '카트휠'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대개 물건을 구입하면 할인쿠폰을 영수증과 함께 출력해주는데, 그렇게 받은 할인쿠폰은 할인기간이 지나 못 쓰거나 귀찮아서 버리기 일쑤다. 타깃은 이 점에 착안해 할인쿠폰을 카트휠 앱에 담아 소비자들이 매장 내에서 카트휠 앱에 원하는 제품을 담는 것만으로 매대에서 똑같은 할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게 했다. 이 서비스로 2013년 론칭한 카트휠 앱은 현재 아이튠스 사이트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다운로드된 리테일 앱이 됐으며, 출시 후 소비자들이 타깃에서 모바일을 통해 쇼핑하는 시간이 전년 대비 251%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온라인 쇼핑 대비 오프라인 매장의 열세 요인은 '가격과 정보'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했을 때 모바일로 가격 비교 및 정보 검색을 해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만약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고, 온라인 쇼핑몰과 같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파리 세포라 매장의 쇼퍼들은 매장에서 발급받은 NFC 카드를 각 제품의 진열 집기 태그(TAG) 부분에 터치해 제품 정보와 프로모션 서비스 등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또한 원하는 제품을 온라인 매장과 같이 디지털 장바구니에 담아 할인 가격에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세포라는 소비자에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매장 내 실제 진열제품 수를 줄여 매장 사이즈를 평균 매장 대비 4분의 1 정도 규모로 운용함으로써 비용 효율성 또한 동시에 제고했다.
◆ 오프라인 매장의 '매니지먼트 효율성 제고' 기여
시장조사 전문회사 IHL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유통기업이 재고 부족과 결품으로 발생하는 매출 기회손실은 연간 930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디지털 기술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매니지먼트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 또한 고려 가능한 방법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심비로봇틱스(Simbe Robotics)의 탈리(Tally)는 매장에 재고가 없거나 제품 매대에 제품이 없는 경우를 감지하여 알려주는 로봇이다. 매장을 순회하는 탈리는 내장된 센서로 주변 매대에 결품이 없는지, 판매 아이템이 다른 매대에 올려져 있지는 않은지, 제품 가격 태그가 정확한지를 감지해 인건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물품관리 운영을 효율화한다.
62개국에 2만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스타벅스는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매장 내 메뉴를 세분화하고 신메뉴를 개발한다. 실례로 매장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 중 약 50%가 설탕을 넣지 않는 사실을 발견한 스타벅스는 블랙 아이스 커피를 설탕을 첨가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으로 구분하는 등 성공적으로 메뉴를 세분화해 지난해 포화 상태에 이른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전년보다 16.5% 증가한 191억60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프라인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LG 계열 광고회사 HS애드는 주요 해외 매장을 구글 맵과 연동하여 매장 내 광고주 제품의 진열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메이븐(Maven)'과 쇼퍼의 매장 내 행동 데이터를 디지털 기술로 수집·분석하는 디지털 쇼퍼 조사 툴킷 '링크트 리서치(Linked Research)' 등을 통해 리테일 업무 전 과정을 시스템화하고 있다.
◆ 중요한 것은 '행복한 쇼핑 경험'
디지털 기술이 쇼퍼들의 쇼핑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새롭고 놀라운 경험의 제공보다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불편함을 제거하고 쾌적하고 행복한 쇼핑을 가능하게 하는 배려를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쇼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편리함을 제고함으로써 쇼퍼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진입시키는 더 많은 순간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매장 운용의 효율성을 증가시켜 오프라인 매장의 실질적 투자수익률(ROI) 제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기본 토대로서 진화 발전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