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난 名문장] 새로운 싹을 틔우는 기쁨과 긍지
“큰 바람에 흔들려도 다시 싹을 틔운다.”
―김탁환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중
‘농(農)’은 ‘논밭을 갈아 농작물을 심고 가꾸는 일’을 뜻한다. 이 ‘농’은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단어다. 대학 시절엔 식물병원 미생물, 석사 과정에서는 독소를 내는 곰팡이, 박사 과정에서는 해충 방제에 주로 이용되는 미생물을 연구하며 농업 생태계의 미생물과 함께했다. 농업회사법인을 창업해 품종 연구를 시작한 뒤로는 더욱더 ‘농’과 가까워졌다. 직접 친환경 벼농사를 지으면서 농의 가치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산골 마을 앞 공동묘지 비문에 ‘나는 씨앗 뿌리는 농부입니다’라고 적힌 것을 본 적이 있다. 농부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느껴져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나라도 수많은 농부들이 자연에서 씨앗 뿌리는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지만, 이런 비문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대학에서도 ‘농’을 지우기 시작했다. 내가 전공한 ‘농생물학과’는 지금 ‘식물의학과’로 명칭이 바뀌었고, 어느 대학은 아예 농과대학을 없애고 바이오, 생명과학 등의 단어를 붙여 단과대학의 명칭을 다시 작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농’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전환 교육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는 방향 전환의 목소리가 높아진 덕분이다. 도시와 자본에 휩쓸려 질주하는 격변의 시간 속에서도, 건강한 세상을 지키기 위한 희망의 싹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농업 현장을 지키는 것은 매년 새로운 싹을 틔우는 기쁨과 긍지가 있는 일이다. 생태계의 근간을 살리는 ‘농’의 참된 의미와 사명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길 바라본다.
✺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김탁환|해냄출판사|2020.8.28.
✵ 책소개:
도시소설가 김탁환은 농부과학자 이동현이 만나 발견한 두 번째 인생 발화의 시간『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이 책은 김탁환 작가가 마을을 샅샅이 어루만진 끝에 쓴 르포형 에세이로서, 도시소설가가 마을소설가로서 내딛는 시작점이자 새로운 시도이다. 전국의 마을들을 종횡으로 누비며 그가 맞닥뜨린 주제는 ‘소멸’이었다. 지방, 농촌, 농업, 공동체의 소멸을 체감하지만, 결국 인구 1천만의 서울에서 살아가는 그 누구도 세월의 위력 앞에, 자본주의 시스템의 잣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소멸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것일까?
농부과학자 이동현은 작가의 이러한 질문에 하나의 답이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준 사람이다. 그는 곡성에서 발아현미를 연구하고 가공하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을 15년째 이끌고 있는 기업가이자 미생물학 박사이며, 2019년 유엔식량기구 모범농민상을 받은 농부이다. 그는 동생물과 공존하는 생태계의 법칙과 인간다운 삶의 철학, 공동체에 흐르는 연대의 힘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교집합이 전혀 없는 두 사람이지만 서로의 거울이 되어 삶을 오롯이 비추며 이야기의 세계와 땅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를 통해 비록 자본주의 시대에 그 가치가 퇴색되기도 하지만, ‘농(農)’과 ‘소설’처럼 각자 삶에서 결국 지키고 싶은 것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한다. 이러한 만남의 과정에서 김탁환 작가는 소멸의 위기와 만물의 고통에 반응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이동현 대표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움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지키는 태도’임을 깨닫는다.
✵ 저자: 김탁환 소설가, 평론가
저자 김탁환은 1968년 진해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하소설 『불멸의 이순신』, 『압록강』을 비롯해 장편소설 『혜초』,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목격자들』, 『조선 마술사』 , 『거짓말이다』 , 『대장 김창수』, 『이토록 고고한 연예』 등을 발표했다. 소설집 『진해 벚꽃』과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 산문집 『엄마의 골목』,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등이 있다.
✵ 목차:
◦ 들어가는 말 : 소멸에 맞서는 사람
◦ 1장 발아 - “한껏 솟아오르고 또 한껏 뻗어내려” - 두 번째로 내 삶을 깨우는 시간/당신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름은 무엇인가요?/아름답지요?/‘농’과 함께 평생을 살겠습니다
물에 잠긴 들녘, 땅에 묻힌 마을/차별은 차별을 낳는다/ㆍ 첫 번째 마을 이야기_ 원홍장과 심청, 곡성에서 만나다
◦ 2장 모내기 - “세상의 모든 마음을 주고받다” - 이야기꾼은 매혹된 영혼/나도 그랬습니다, 당신처럼!/땅을 사랑한 농부과학자
하찮고 더러운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다/벽 그리고 벽에 막힐 때/실패했지만 패배는 아니다/배수진을 치다/ㆍ 두 번째 마을 이야기_ 씨나락을 오가리에 모신 뜻을 새기다
◦ 3장 김매기 - “지키고 싶다면, 반복해야 한다” - 큰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벼/우직한 사람이 산을 옮기는 법/작은 배려가 만드는 큰 차이/밥과 약은 한 뿌리/서로가 서로에게 반하다/기오리를 아십니까?/ㆍ 세 번째 마을 이야기_ 도깨비와 함께 물고기를!
◦ 4장 추수 - “여기까지 왔고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 추수할 때는 파종을 걱정하다/한 톨의 흙에서 한 세상을 맛보다/온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다/아이들이 땅과 흙을 밟으며 행복하기를/평가가 없고 술이 없고 경계가 없다/사람의 얼굴을 한 회사가 되겠습니다/ 쌀 한 톨의 무게를 재본 적이 있나요?/ ㆍ 네 번째 마을 이야기_ 십자가 꼭대기에 닭을 세우다
◦ 5장 파종 - “사람이 씨앗이다” -겨울을 견디는 사람만이 다시 씨를 뿌린다/적당한 거리를 생각하세요/돌다리를 두드리고 땅을 다지다/적정하게 다시 시작하다
ㆍ 다섯 번째 마을 이야기_ 살아서도 함께 죽어서도 함께
◦ 나오는 말 : 도깨비 씨나락 까먹는 소리일지라도! - 김탁환이 만난 이동현
✵ 책 속으로:
[들어가는 말] - 도시소설가에서 마을소설가로, 소설가 김탁환이 발견한 회생의 길
[본문 중에서] -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보다 더 깊이 내려가기 위하여
✵ 출판사서평:
큰바람에 흔들려도 다시 싹을 틔운다
김탁환이 발견한 두 번째 인생 발아의 시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움이 거기 있었던 것 같다.
읽는 내내 그 질문 겸 감탄사를 들었고 또 따라했다. 아름답지요?”
- 정혜신ㆍ이명수|『당신이 옳다』저자
이 책은 씨앗이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빗대어 두 사람이 지나온 삶의 궤적을 교차하며 담아낸다. 1장 ‘발아’에서는 각자 마음속 깊이 간직한 한 글자를 떠올리며... 삶에서 지키고 싶은 것을 되새긴다. 2장 ‘모내기’에서는 미실란의 창업과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지는 과정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3장 ‘김매기’에서는 각자 맞이한 위기 앞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4장 ‘추수’에서는 사람을 존중하고 건강한 문화가 있는 기업과 행복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실천해온 노력의 결실을 보여준다. 5장 ‘파종’에서는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마을에 필요한 적정한 기술을 도입할 때 사람과 사회에 미래가 있음을 강조한다.
✺ 느림의 만남에 정겨운 이야기들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 국립중앙박물관 거울 호수의 여름, 세계 문화관, 아시아 미얀마 불교 사원, 백자 청화 참외무늬 대반(白磁靑畵瓜文大盤, 중국, 명明 영락永樂연간(1403~1424) 경덕진요景德鎭窯), 아스타나 고분 전시 안내 소식, 캄보디아 앙코르 왓트 세계 문화 유산...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내가 만난 名문장, 새로운 싹을 틔우는 기쁨과 긍지(이동현 농부·과학자), 동아일보 2022년 07월 18일(월)〉, Daum, Naver 지식백과, 인터넷 교보문고/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고봉산 정현욱 님
農의 의미가 '큰 바람에 흔들려도 다시 싹을 틔운다' 는 명문장속에 함축되어있는것 같네요
거창한 대하소설을 쓴 도시 소설가가 농업과학자를 만나 아름다움을 꼭 지켜야 할 과제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농업임을 강조한것 같네요
옛날엔 농민을 소작이나 하고 먹고사는 하층민으로 인식하는 시대가 있었으나 지금은 과학농으로 귀농붐이 일만큼 중히 여기는 바람직한 시대가 온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