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시절 많이 모자란 학생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 노는 것도 아닌
그냥 영혼이 육체를 빠져 나가는 것만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학생, 그런 얼빠진 학생이엤다
이런 부류의 학생은 스스로는 모르고 있지만
사실은 선생님을 가장 화나게 하는 유형이다
수업을 듣는 것도 아니고 반항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슬금슬금 피해 다니기만 하고 말을 해도 헤헤 웃기만 할 뿐
알아 듣지 못한다
우리때는 체벌이 심해서 선생님은 많이 때렸고 나는 열심히 잘 맞았다
덕분에 맞는데 익숙하여 살아가는데 이골이 나서
아무리 어렵고 불편한 일이 생겨도 멧집이 단단해서
잘 견뎌 내게 되었다
표현이 서투른 선생과 표현이 서투른 학생이 만나면
서로를 힘들게 한다
특히 별명이 개패라고 있는데 인상도 고약하고 잘도 때렸다
그래서 개패듯이 팬다고 개패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가장 많이 맞아서 그런지 가장 기억이 많이 난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는 고등학교 선생이었지만 큰아들한테는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기도 한 묘한 인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이 왜그리 지겨웠는지 하루종일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있는 그당시 내 모습을 추억해보면 대단했다
수업은 듣지 않고 창밖의 금정산을 바라보며 엉뜽한 생각만 하던
그런 얼빠진 학생이 금정산 산허리를 둘러싸고 안개가 자욱할 때는 완전히 혼이 나갈 때도 있었다
이처럼 대학입시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그저 교실 창밖의 풍경과
선생님의 수업 동작과 운동장 학생들의 재잘재잘 참새소리같은 그런 주위환경에만 몰두하였다
아니 몰두하기보다 그런 기억만 추상되어 온다
왜 대학을 가야하며 왜 대학입시를 위한 지식 공부만 해야 하는지
사춘기 청소년 시절은 어른과 선생님의 억압과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돌출되고 싶은 충동,
그러니까
억압과 돌출의 갈등속에서 보낸 것이 학창시절의
내 일상이었다
첫댓글 학창시절 더하기 곱하기 공부만 배웠지
나누기 빼기 공부를 못배워 아쉬웠다
그래서 사랑을 하기가 어색한가 보다
사랑은 나누고 빼는 걸 잘해야 되는데
제대로 배운게 없어 서투른가 보다
그래서 부부관계도 늘 서투르기만 하다
하하 재미 납니다
저도 그와 비슷했지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ㅎㅎ
대학입시 위주의 주입식 공부로 선생님 말 잘 듣는 그런 수동적 학생들이 대한민국 엘리트라고 하여 고위직 공직생활을 하고 있으니 정부가 비대해지고 대한민국이 비대칭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감정순화와 사랑을 해야 할 나이에 입시라는 경쟁력에 시달려 인생의 참맛을 모르고 오직 자본주의가 바라는 물질만능주의 성공에만 집착하다보니 정서가 메말라
내면의 성찰이 매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