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순으로 서-박-한이라고 쓰니 '소박한 해설자들'이라는 어감이 떠오른다. 말도 된다. 차범근-신문선이 무게감있는 해설자들이라면 이들 세 사람은 소박한 사람들이니까.
1. 서형욱 (MBC해설위원), 1975년생
- 해설자 경력
2000년 SBS축구채널로 데뷔 (프리미어리그 해설자)
2001년 MBC 공중파 데뷔
2002년 MBC 월드컵 해설자
2003년~2004년 영국 유학
2004년 MBC 컴백, 유로2004 중계
2005년 KBS 비바K리그, KBS케이블 사커플러스
2006년 MBC 월드컵 해설자 (차범근에 이어 2진)
ESPN에서도 프리미어리그 해설
네이버 인물검색과 기타 내가 아는 정보를 종합했다.
셋 중 나이는 젤로 어리지만 경력은 제일 길다. 박문성이 해설은 2003년부터 ESPN에서 시작했고 한준희는 서형욱이 유학간 뒤에 역시 2003년부터 해설을 시작했으니 경력은 훨씬 길다. (어린나이에 출세했다는 생각이 팍팍 든다. 사실.. 부럽다...)
서형욱의 특징은 자신이 '저널리스트'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해설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 이건 한번 생각해볼만한 부분이다. 서형욱은 2002년 월드컵 전에 굿데이(지금은 망해서 없어진 스포츠신문)에서 축구전문기자를 했다. 책도 두권이나 썼다. (이번에 낸 만화책은 못봤지만 유럽축구기행은 역대 축구책 중에 최고라고 본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신문,잡지 같은 데에 날카롭고 분석적인 글을 꽤 많이 쓴다. 가끔은 백분토론같은 데에도 나와서 무서운 얘기도 한다. (지난번 본프레레 사태때 나갔다가 피똥쌌다. 틀린 얘긴 없었던거 같은데 이상한 국빠놈이 공부하라고 한게 인터넷을 뒤흔들었다. 불쌍하기도 하고 성격 고치라고 하고 싶기도 하지만 분명한건 자기 고집이 강한 캐릭터라는거다.)
서형욱의 강한 캐릭터는 해설할때도 마찬가지다. 눈치 같은거 잘 안보고 거침없이 말한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때 리버풀 얘기나 작년에 아스날과 토트넘 경기할때는 한국사람들이 응원하는 토트넘이 앙리한테 골을 먹었을 때 앙리에게 찬사를 퍼붓다가 욕을 먹기도 했다. 해설자로서 이렇게 거침없는 서형욱의 면모는 팬도 많지만 안티도 형성하고 있다. 제3자가 볼때는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본인이 단지 해설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라고 주장하는거에서 보듯이 뭔가 본인의 길을 정해놓고 고집있게 가는 느낌이 들어서 계속 예의주시하게 된다. 축구계 이슈가 발생할때마다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는 것이 나는 마음에 든다. 해설자로의 장점은 상황묘사나 비유, 표현이 상대적으로 적절하다는거다. 단점은 불필요하게 안티를 양산하는 표현이다. 오해살만한 말은 안햇으면 한다. 보는 사람들이 괜히 열받을 때가 간혹 있다.
2. 박문성 (SBS해설위원)
1974년생
- 해설자 경력
2003년 ESPN 해설자로 데뷔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
2005년 ESPN 프리미어리그 박지성 경기 해설
2005년말 SBS 공중파 해설 데뷔 (스포츠와이드 출연은 2004년?부터)
2006년 SBS 월드컵 해설위원
박문성은 한국 유일의 축구잡지 베스트일레븐 차장이다. 잡지기자로 출발해서 해설자가 된 초반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서형욱이 최초라 주목받고 한준희가 독특하고 임팩트있는 캐릭터로 주목받는 반면 박문성은 조용했다. 박문성이 '뜨기' 시작한 것은 박지성 중계를 많으면서다. 서형욱이 KBS에서 안어울리게 (이 세사람은 K리그랑 왠지 안어울린다. 이유? 없다. 내맘이다) K리그하고 있는 사이에 박문성과 한준희가 ESPN의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도맡았는데 박문성이 주로 박지성을 했고 나중에 '반데싸~르'로 뜬 한준희는 주로 이영표를 했다.
박문성의 특징은 모나지 않다는거다. 군대식으로 표현하면 FM이다. 서형욱처럼 무리하지 않고 해설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다. 상황을 꼼꼼하게 잘 전달해주고 적절하게 흥분한다. "때려"처럼 반응좋은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내 생각에는 방송에서 할 말은 아닌거 같다. 아무튼간에 모나지 않은 박문성의 특징은 데뷔 초반에는 잘 튀지 않아 보이게 하는 요인이었지만 요즘은 오히려 이거 자체가 사람들한테 어필하고 있다. 셋 중에 발음이 아나운서처럼 가장 정확한 것도 박문성의 장점이다. 하지만 너무 무난한 거는 고쳐주었으면 한다. 한준희처럼 폭발적인 거는 아니어도 되지만 무언가 무난하지 않은 특징도 필요하다.
박문성도 컬럼을 쓴다. 서형욱과 비슷하다. (사커라인 출신의 한준희는 언젠가부터 글을 별로 안쓴다.) 박문성 컬럼은 해설과 비슷하다. 무난하다. 무리하지 않는다. 서형욱 컬럼에는 찌질이 댓글이 많이 붙지만 박문성 컬럼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냉정한 컬럼이 박문성이 색깔이고 그래서 맘에 든다. 서형욱이 필력이 좋고 소재를 잘 선정해서 더 많이 알려지기는 하지만 글이 꼭 그렇게 강할 필요는 없다. 박문성의 화려하거나 강하지 않은 담백한 글은 꼭 내 취향이다.
3. 한준희 (KBS해설위원)
1970년생
- 해설자 경력
2003년 MBC 공중파 데뷔 (챔피언스리그)
2004년 MBC 유로2004 해설자
2005년 ESPN 프리미어리그 해설자
2005년 KBS 비바K리그
2006년 KBS 월드컵 해설위원
해설계의 혜성이다. 처음 나왔을때는 비호감 이미지에 거북한 목소리로 축구매니아인 나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많이 적응했다. (물론 아직도 쉽지는 않다. 나한테는 현영이나 노홍철과 비슷한 존재다.) 서형욱이 영국으로 사라진 뒤에 MBC공중파 챔피언스리그 해설을 시작했다. 공중파로 경력을 시작한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데뷔초부터 아는게 많아서 화제를 모았다. 처음에는 그 정도가 심해서 경기 얘긴 안하고 자기 아는거 얘기만 해서 거북스러웠는데 방송을 많이 하면서 매우 나아졌다. 이제는 흐름을 탈 줄 아는 해설자가 된 거 같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사람들 얼굴 알아맞추기는 축구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한준희의 특징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엘리트 이미지와 독특한 외모,목소리에서 오는 오타쿠 이미지의 기상천외한 조화다. 출신배경?도 특이하다. 한준희는 원래 철학박사 유학을 하려고 미국 유학을 갔었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서 케이블로 해주는 축구보다가 인생진로를 축구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업을 접고 귀국해 사커라인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 뒤에 MBC해설자로 데뷔했다.
한준희의 오늘을 있게 한 가장 큰 거는 '샤우팅'이다. 이거 모르면 당장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된다. 중독성 강하니까 조심해야 된다. 새벽중게하다가 난데없이 비명을 지르고 골이 들어가면 귀청이 찢어지게 소리지르는게 처음에는 재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은근히 기다려진다. 일반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울지 모르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이 샤우팅이 사랑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따로 연습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즘에는 그 발성이 절정에 이르렀다. 앞으로는 대표팀 경기때도 샤우팅을 듣고 싶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비호감 이미지라 가능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엔 비호감이었으니 이해는 하지만 KBS의 결단이 필요하다.)
나는 이 '소박한' 세 사람이 다 좋다. 맘에 안드는 구석도 있기는 하지만 이사람들때문에 축구보는게 두배는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사람한테 다 고맙다.
첫댓글 와우 굿
축구매니아인...감당하기조차 어려웠는데..ㅋㅋㅋ 지대로다
나도 처음에 한준희 진짜 별로였는데... 나만그런게 아니었구나.
해설은 차범근
난 K리그에 잘만 어울리더만여 물론 자주는 볼 수 없지만 세분이 평균 1년에 한두번정도 K리그 중계해주는데 재밌기만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