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제 빛깔을 내기 시작했다. 녹음으로 뒤덮인 대지가 갈색으로 바뀌는 모습은 계절의 순환을 막을 수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해서 이 좋은 가을날,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익산으로 간다. 익산의 또 다른 이름, 금마땅은 백제의 중심지다.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나 부여를 둘러본 게 작년 여름. 모처럼 익산을 찾은 건 백제 문화의 자취를 좀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한 발걸음이다. 백제의 문화유적도 궁금하지만 때 맞춰 단풍이 드니 10월에 떠나는 익산 여행은 상쾌할 수밖에 없다.
예부터 익산은 삶의 조건을 두루 갖춘 고장이었다. 교통이 편리하고 먹을거리도 풍성했다. 그래서 백제의 무왕은 바로 이 지역으로 서울을 옮겨서 백제를 다시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찾아갈 곳은 익산시내에서 가까운 보석박물관. 다이아몬드 모양의 박물관에는 10만여 점의 진귀한 세계 각국의 보석이 전시돼 있다. 보석의 왕으로 꼽히는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자연이 창조해 낸 최고의 예술품 루비 등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수많은 보석류를 감상할 수 있으며 구입도 가능하다.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 시중가보다 가격이 저렴해 결혼 예물을 맞추려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발길이 잦다.
한편, 보석박물관에서는 매주 토/일요일에 체험교실을 연다.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데 박물관 2층 전시실(아트갤러리)에서 칠보공예, 나만의 장신구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10시-18시(월요일 휴관)이며 관람요금은 3천 원(어린이 1천 원)이다.
익산귀금속보석판매센터 ☎ 063-835-8007. 홈페이지(www.jewelmuseum.go.kr) 참조. 보석박물관 옆에는 실물크기의 공룡 골격 화석 등 500여 점의 국내·외의 진귀한 화석들을 전시해 놓은 화석전시관이 있어 연계해 둘러보면 좋다.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약 2km 정도 가면 넓은 논밭 한가운데, 200여 미터의 거리를 두고 두 개의 돌장승이 마주 서 있다. 보물로 지정된 이 돌장승은 속칭 '인석'이라 불리는데 네모난 얼굴에 가는 눈, 짧은 코, 작은 입 등이 퍽이나 자애스럽다.
전설에 따르면 이 두 기의 석장승은 원래 하나는 남자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라고 한다. 그런데 두 석상 사이로 냇물(옥룡천)이 흘러서 평소에는 만나지 못하다가 1년에 단 한 번 섣달 그믐날 밤 자정에 냇물이 꽁꽁 얼면 냇물을 건너가 만났다가 닭이 울면 헤어져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왔다는 애달픈 이야기다. 마을 사람들은 들판에 쓸쓸히 서 있는 이 두 석상을 불상이라기보다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믿고 있다.
석장승이 있는 곳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왕궁리 5층 석탑(국보 제289호)이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석탑으로 알려진 미륵사지와 쌍벽을 이루는 익산의 대표적인 유적이다.
백제 양식의 5층 석탑이 있는 서 있는 곳은 옛날 궁궐터가 있던 자리로 이 석탑을 자세히 보면 부여의 정림사지 석탑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백제탑의 전형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누가 세웠는지 알 수 없으나 단아하면서도 절제된 탑의 구조는 큰 울림을 준다. 석탑 주변으로는 껑충한 벚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그윽한 풍치를 자아낸다.
왕궁리 유적은 현재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장방형 석축의 성벽 안에서 발견된 대형 건물지, 정원, 공방, 화장실, 짚신, 밤껍질, 참외씨, 회충알 등은 이곳에 백제시대의 왕궁 내지 그에 버금가는 시설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왕궁리 유적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왕궁리 유적 전시관(http://wg.iksan.go.kr)에 들어가 보자.
백제시대의 화장실 모습이며 신분에 따른 화장실, 대변을 본 뒤 뒤처리 방법 등 왕궁리 유적의 궁금증을 씻어낼 수 있다. 관람시간 : 9-18시(월요일 휴관), 063-859-4631
이곳에서 가까운 석왕동에는 동서로 약 200미터의 간격을 두고 두 개의 커다란 능이 있는데, 백제 말(600-641), 왕과 왕비(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쌍릉으로 불리는 두 능은 동서로 200미터쯤 떨어져 있다. 부여 능산리 고분과 같은 형식으로 가운데 것(대왕릉)이 약간 큰 편이다.
여기서 자동차로 20여 분 달리면 익산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미륵사지(금마면 기양리 미륵산 남쪽 자락)에 닿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절터로 백제 무왕이 부인 선화공주의 청을 듣고 이곳에 절을 세웠다고 한다.
미륵사의 창건에 대해서는 <삼국유사>에 기록이 남아 있다. 무왕이 부인인 선화공주와 함께 용화산(지금의 미륵산) 사자사로 가던 중 산 아래 연못에서 미륵삼존이 나타나 이를 신통하게 여긴 선화공주가 무왕에게 부탁해 이곳에 절을 세웠다는 이야기다. 무왕 때(600~640년 추정) 세워진 높이 14.24m의 다층석탑은 화려함보다는 수수함이 짙게 배어 있다. 수수한 아름다움은 오래 간다 했던가. 그러나 세월의 풍화작용을 견딜 수 없었던지 미륵사지석탑(국보 11호)은 해체되어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원래 미륵사지석탑은 일제시대인 1910년경에 반파되어 9층 중 6층만 남고 그나마 반은 시멘트로 흉하게 때워져 있었다. 해체되기 전의 그 웅장하면서도 전아한 기품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테지만 완벽한 고증을 통해 보다 나은 모습으로 태어나길 바랄 뿐이다.
미륵사지 터 옆에는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 보존해 놓은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 있다. 19,000여 점에 이르는 소장 유물은 그 옛날 미륵사의 영화를 짐작케 해준다.
상설전시실, 건축문화실, 어린이체험실 등 미륵사가 창건된 백제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미륵사가 폐사된 조선시대까지 유물을 시대순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어린이 체험실에서는 미륵사지 석탑 쌓기와 기와지붕 잇기, 기와 만들기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관람은 무료이며,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월요일은 휴관)다.
한편, 미륵사지 뒤편에 야트막하게 솟아 있는 용화산(미륵산)은 가벼운 산행 코스로 좋다. 정상 부근에는 그 옛날 신통력을 발휘했던 지명법사가 머물렀다는 사자사터가 남아 있다. 현재는 작은 암자가 들어서 그 당시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미륵산 정상에서는 미륵사 터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익산은 국경(백제와 신라)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 즉 ‘서동설화’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2005년 한 TV방송 드라마 ‘서동요’는 익산이 서동요의 본고장이고 백제문화의 본고장임을 알려주었다.
또한 매년 가을에는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를 서동축제로 재현하고 있는데 올해는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서동요' 촬영지는 두 곳에 있다.
신흥동 서동생가(1세트장)와 여산면 선화공주사가(2세트장)가 그곳으로 용화산 골짜기에 조성된 선화공주사가 세트장에는 망루, 저잣거리, 공방 등 백제시대 마을이 재현돼 있다.
한편, 서동요는 백제 무왕이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를 사모한 나머지 신라 서울에 와서 노래를 지어 성 안의 아이들에게 부르게 했다는 고대 설화다. 비록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려던 백제 30대 임금 무왕의 꿈은 사라졌지만 사랑 이야기는 1천400년의 세월에도 지워지지 않고 시대를 초월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선화공주사가 인근에는 한글 연구에 평생을 바친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가 있다. 조선 후기 양반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생가는 안채와 사랑채, 광채, 모정을 두고 있다. 생가 앞의 탱자나무(천연기념물)는 이 집의 품격을 높여 준다.
중국이 원산지인 탱자나무는 경기도 이남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호남과 영남 지방에서도 일부 볼 수 있다. 이 탱자나무의 수령은 약 200여 년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5.2m이고, 지상에서 6개의 가지가 좌우로 뻗어 있어 매우 아름답고 독특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금강 자락 옆의 웅포면은 익산 중에서도 풍치가 가장 아름답다.
편의시설이 잘 돼 있는 곰개나루터는 관광지로 탈바꿈해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나루터에서 조금 떨어진 입점리 고분전시관은 함라산 능선의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고분의 형태와 발굴 유물을 통해 당시 일본, 중국, 가야와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관람시간: 10시-18시(월요일 휴관), 063-859-4634.
웅포면과 함라면에 나지막이 솟은 함라산은 생태계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익산의 진산이다. 얼마 전 함라산 일원에 총 길이 13.8km의 둘레길이 만들어졌다. 양반길, 명상길, 병풍길, 역사길, 건강길 등 5가지 주제로 조성된 이 둘레길의 기점은 함라한옥마을. 토석담, 토담, 돌담, 화초담 등 다양한 담과 3부잣집(조해영 가옥, 김안균 가옥, 이배원 가옥)이 있는 한옥마을은 하나같이 고풍스럽다.
함라산을 주산으로 삼은 마을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와우산이 품고 있다. 특히 마을 담장길은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263호로 지정돼 있다.
▶ 가는 길(지역번호 063)=보석박물관과 함벽정(왕궁저수지)은 호남고속도로 익산나들목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보석박물관에서 722번 지방도-전주 방면 1번국도(논산 방면은 이병기 생가 가는 길)-왕궁리5층석탑. 호남고속도로 익산나들목-722번 지방도(익산시내 방면)-금마 사거리 우회전-미륵사지. 호남고속도로 삼례 나들목-1번국도(10.4㎞)-금마(미륵사지), 익산역 앞에서 금마, 삼례 방면 버스를 타고 왕궁리석탑 앞에서 하차. 익산역에서 미륵사지행 시내버스 수시 운행. 기차편: 서울 용산역에서 익산행 KTX 운행. 1시간 50분 소요.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익산행 고속버스 30분 간격 운행. 청주, 대구, 인천, 광주에서 익산행 시외버스 이용. 기차 시간 문의: 익산역(855-7782).
▶ 맛집과 잠자리=익산은 마 요리가 유명하다. 익산역 인근에 있는 본향(858-1588)은 참마로 지은 마약밥이 포함된 5가지 코스요리가 나온다. 가격은 1만원부터이다. 사은가든(834-4044), 시골밥상(834-5757), 대장금(834-0064), 백제가든(831-3002), 풍천장어(854-0092), 죽향(833-6476), 계림가든(833-8162) 등도 추천할만한 맛집이다. 잠자리는 익산시내에 잡는 게 좋다. 왕궁온천(291-5000), 그랜드관광호텔(843-7777), 그레이스(853-4467), 다이아모텔(831-3694) 등 숙박업소가 많다.
첫댓글 하늘과 땅이 만난다 카길러 들어왔디 ..... 난 김제 만경평야 가을 풍경 인줄 알았심더 ㅠㅠㅠ 대한민국~~~짠짜짠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