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구 벨리나 예식장 옆 ‘보배꽃집’ 앞을 지나다닙니다.
이 엄동에도, 오월쯤 되어야 피는 백합과 장미 글라디오스가 주인의 손에서
가위질에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마음이 녹아들어 그 꽃향기는 화향백리가 되겠지요.
사람의 힘으로 식물들의 변형이 불가능한 것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계절을 잊은 듯 보이는 꽃집의 벽에도 2024년의 새 달력이 걸렸더군요.
시간의 엄숙함은 조작이 불가능 한 법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바깥세상 식물들은 모두다 동면에 들어 면벽수행 하는 성자처럼 보이는데
꽃집 안은 요지가지 식물들과 꽃 창고에는 만화방창 꽃들의 세계였습니다.
금방이라도 안으로 들어갈 듯 단호한 냉기와 때를 기다리는 유연한 온기가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곳이 바로 꽃집이었습니다.
생동하는 지점과 동면하는 세상!
조화의 멋과 지배의 맛이 윈도우 너머로 서로 부딪치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데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나를 보소-
문득 이 노래가사 한 소절이 떠올랐습니다.
출근해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살면서 마누라를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본 적 몇 번 있었냐고...?
다행히 -날마다 새롭게 핀 꽃처럼 바라본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새빨간 장미꽃 같은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분 좋게 웃었습니다.
웃어서 행복해진다고 했으니까요. 오늘도 많이 웃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