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K팝의 열기가 뜨겁다. K팝을 사랑하는 팬들은 K팝 스타를 동경하고 그들과 동일시되고 싶어한다. 경남 창원에서 열린 세계 최초 K팝 경연대회인 ‘2011 K팝 월드 페스티벌’에 세계 16개국 21개팀이 참가했다. 이들 모두는 지역별 경연을 통해 선발된 예선 우승팀이다. 이들이 K팝 성지까지 날아와 한바탕 신명나게 끼를 발산했다.
‘2011 K팝 월드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한 카자흐스탄팀이 앙코르 무대에서 그룹 샤이니의 ‘링딩동’을 부르고 있다.
“한국 가요는 박력 있고, 에너지가 넘쳐요. 가사에 담긴 마음을 생각하면서 노래했어요.”(카를라 카레온)
필리핀에서 온 카를라 카레온(17)과 카자흐스탄에서 온 제이네시 메레이(21), 투레셰브 ?볼(24)이 지난 12월 7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K팝 월드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각각 유미의 ‘별’과 샤이니의 ‘링딩동’을 부른 이들을 포함한 참가자들은 재외 한국문화원이 지난 4월부터 미국·일본·아르헨티나·필리핀·체코 등 16개국에서 연 지역 예선을 거쳐 5일 한국에 왔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K팝의 열기를 입증이라도 하듯 3만여 명이 지원했고 그중 21개 팀 40명만이 한국에 올 수 있었다.
16개국 지역예선…해외언론도 뜨거운 취재열기
“투애니원(2NE1), 미스에이, 엠블랙, 씨엔블루, 샤이니…” 페루에서 온 조안나 마릴린(25)은 숨도 쉬지 않고 좋아하는 한국 가수들의 이름을 댔다. “파워풀하고 화려하다”며 이들의 장점을 꼽던 그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K팝을 접하게 됐다고 했다. 조안나는 3명의 친구들과 함께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나가(I am the best)’와 샤이니의 ‘링딩동’의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창원 실내경륜장엔 ‘배드 걸 굿 걸’(미쓰에이) ‘사랑 사랑아’(다비치) ‘오디션’(윤하) ‘백 잇 업’(주얼리) ‘루시퍼’(샤이니) ‘쏘 쿨’(씨스타) ‘박수쳐’(투애니원) 등의 가요가 한국말로 울려 퍼졌다.
경륜장엔 한불통신, 독일 아르테TV 등 10여 군개 해외 취재팀도 찾아와 관심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방송사 TVONE에서 온 기자 알시 아말리아 챈드라는 “인도네시아 어디서건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번 K팝 월드 페스티벌은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해 좀 더 취재하러 왔다. K팝이라면 인도네시아 사람 누구나 관심이 있다”고 했다.
엠블랙·티아라 등 아이돌그룹들 축하공연 펼쳐
“눈앞에서 엠블랙을 직접 봤어요. 오 마이 갓!” 베트남에서 온 레 후에 투엉(20)은 엠블랙의 ‘모나리자’ 전주가 나오자 두 손을 입가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다비치의 ‘사랑 사랑아’를 불렀지만 그 외에도 ‘JYJ’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 “오디션에 지원할 때부터 목표는 하나였어요. 한국에서 좋아하는 가수들을 만나는 거요.” 참가자들은 무대에 가수들이 오를 때마다 안무를 따라하며 눈을 떼지 못했다.
영국에서 온 셰릴(19)은 5년 전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본 뒤 한국 문화에 빠졌다. 음악 공부를 하는 지금은 매일 컴퓨터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보고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제는 어느 정도 한국말을 읽고 쓸 수 있을 정도다.
가수들에게도 자신들의 음악을 따라하며 한국까지 온 팬들은 반가운 손님이다. 축하 공연을 한 티아라는 “한류 열풍을 한국에서 볼 수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연기자 지현우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르다니 놀랍다”고 감탄했다. 9천여 석을 채운 관객들도 환호했다. 관객 이성현(15) 양은 “명절 때 외국인들이 만드는 장기자랑 정도일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한다”며 공연을 보면서 연신 “대박”을 외쳤다.
심사위원인 가수 김종서는 심사평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평가하는 걸 잠시 잊고 K팝에 대한 참가자들의 열기에 감탄하며 공연을 봤습니다.”
“또박또박한 한국어 발음과 열정적인 춤에 놀라”
야광봉을 흔들며 공연을 관람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발음이 생각 이상으로 또박또박하고 춤도 열정적으로 춰서 놀랐다”고 말했다.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의 축하무대를 마지막으로 3시간 동안 K팝 콘서트를 방불케 한 페스티벌이 끝났다.
이들은 서울로 올라가 인사동과 창덕궁 등을 둘러보고 한옥 체험을 한 뒤 9일 집으로 돌아갔다. 베트남에서 온 부히 흐엉 링(22)씨는 “전날 친구들과 함께 ‘언제 이런 큰 무대에 설 기회가 있겠느냐. 오디션을 통과해 한국에 온 우리는 정말 행운아’라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돌아가서 K팝은 물론 한국의 문화에 대해 자랑하고 널리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이름이 불릴 땐 정말 놀랐다. 이제 남은 건 세계 정복”이라 너스레를 떨던 우승팀 제이네시 메레이와 투레셰브 잔볼은 한국 매니지먼트사가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 하겠다. 한국 매니지먼트사와 K팝은 최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setFontSiz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