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발명품 "진저" = 스쿠터?
출처 : ZDNet (2001/01/12)
전 세계를 뒤바꾸어 놓을 혁명적 발명품이며 정보기술(IT) 관련 기기라는 사실만 알려져 있던 "진저(Ginger; '생강'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기기가 실은 스쿠터라는 것이 드러나, 그동안 잔뜩 기대만 부풀려 있던 정보통신 업계가 실소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세게 지적 재산권 협회에 지난 해 12월 14일에 등록된 특허 청원 서류에 따르면, 뉴햄스프셔주에 위치한 데카(DEKA) 연구개발원이 이 "진저"에 대한 특허를 공식적으로 청원했다. 이 서류에 따르면 진저를 발명한 사람은 딘 카멘(Dean Kamen)으로, 그는 데카에서 20년 가까이 일해온 베테랑이다. 그러나 이 공식 서류에는 그동안 언론을 통하여 카멘의 "엄청난 발명품"으로 알려져 왔던 "진저"라는 이름은 사용되지 않았다.
카멘의 발명품이 유명세를 타면서 이런저런 과장이 덧붙여지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 신문인 "인사이드(Inside.com)"가 처음으로 하바드대학 경영대학원 출판부의 출판 계획서에 대해 보도한 뒤부터이다. 이 계획서는 언론인 스티브 켐퍼(Steve Kemper)가 작성한 것으로, 카멘의 발명품인 진저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서에서 카멘은 진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대형 자동차 업체들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초 켐퍼는 카멘의 발명이 온 도시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것이며, 도시 계획가, 행정 공무원, 입법 의원, 대기업, 대학 총장들이 진저에 걸맞는 도시와 캠퍼스를l 꾸미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월드와이드웹이 인터넷의 지평을 바꾸어 놓았듯이, 진저를 위해서 길도 새로 닦여야 하고 교통 법규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온라인 특허 사이트인 델파이온(Delphion.com)에 등재되어 있는 "진저"로 생각되는 발명품은, 이제까지 진저에 대해 알려져 왔던 사실들과 일치하는 것들이 많다. 이 특허 청원에는 기존의 전기 스쿠터와 유사한 설명이 있고, 바퀴가 하나 달린 스케이트 보드로 볼 수 있는 기기에 대한 묘사도 있다. 카멘이 제출한 특허 청원의 요약본에는 "개인 이동 차량과 방법"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한 씽크탱크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의 미래 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는, 특허 청원 서류를 정밀 검토한 끝에 진저는 스쿠터와 비슷한 개인용 교통 수단임에 분명하다고 밝혔다. 진저 발명자인 카멘은 최근 높은 턱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장애인용 휠체어인 아이보드(iBod)를 발명한 바 있는데, 진저에는 아이보드에 사용되었던 부품들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연구소 소장인 폴 사포(Paul Saffo)는 이번 소동을 처음부터 지켜본 누군가는 지금쯤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카멘은 현재 진저 소동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 없이 침묵하고 있다.
진저가 그동안 정보통신 업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계통의 몇몇 유력 인사들이 진저에 대하여 극찬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회장은 온라인 서점으로 크게 성공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 회장과 벤처 자본가인 존 도어(John Doerr)도 이 발명품에 매혹되어 수백만 달러를 이미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기기가 그동안 수수께끼처럼 사람들의 호기심만 자아낼 수 있었던 것은, 발명자 카멘과 데카 연구소가 모두 진저에 대해서 철저한 함구를 지켰기 때문이다. 카멘은 진저를 조립하는데는 10분이면 충분하고, 가격은 2천 달러 미만이며, 정식 출시는 2002년이 될 것이라는 사실만 밝혀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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