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2023년
‘핫하다는 카페도 가고, 맛집도 갔는데 이제 뭐 하지?’라는 질문에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있습니다.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인터넷 팝업창처럼 짧은 기간 운영하다가 사라지는 오프라인 임시 매장, 팝업 스토어(Pop-up Store)입니다. 팝업 스토어의 ‘성지’라고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는 매주 새로운 모습의 팝업 스토어가 수십 개씩 등장합니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호기심이 생겨 지나가다가 발걸음을 멈출 정도로 팝업 스토어의 외관은 화려한 편입니다. 그 앞에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습니다.
영양제 브랜드 슬로우글로우 팝업 스토어
의류 브랜드 버버리 팝업 스토어
용어 정리
* 유통 채널상품이나 서비스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유통이라고 함. 유통 채널은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경로나 플랫폼으로, 백화점, 대형 마트, 편의점, TV 홈쇼핑, 인터넷? 모바일 쇼핑 등이 있음.** 잠재 고객아직은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
브랜드에 빠져들게 하는 팝업 스토어의 진화
그림1 팝업 스토어 검색량 추이(2016년 1월~ 2023년 10월)
주: 네이버에서 팝업 스토어가 검색된 횟수를 월별로 합산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하고 기간 내 검색량을 비교한 그래프임.
출처: 네이버 데이터랩
그림1을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 4월 이후로 팝업 스토어 검색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 한계를 느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원하던 차에 팝업 스토어가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충족시켜 줄 공간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규모가 큰 패션·화장품 기업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홍보해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한 유통 채널*로 팝업 스토어를 활용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팝업 스토어는 고객과 브랜드 간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림2 다양한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
사진1캐릭터 최고심
사진2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사진3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
사진4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그림2의 사진1처럼 제품 판매를 위한 팝업 스토어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요즘의 팝업 스토어에는 제품뿐 아니라 인상적인 인테리어와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셀프 사진 기계, 룰렛 돌리기나 게임, SNS에 공유만 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간단한 이벤트 등 소비자가 즐길 거리가 있습니다. 사진2처럼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이색적인 콘셉트의 팝업 스토어에서는 새로운 세계로 입장하는 것 같은 경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진3의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 팝업 스토어에서는 발을 들이는 순간 <무빙>의 주인공처럼 비밀 요원이 되어 사격 체험하기, 착시 사진 찍기 등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들어간 것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사진4처럼 건물 안에 만들어진 숲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담은 향을 맡으며 거닐고, 미디어 아트를 관람하며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팝업 스토어도 있습니다.
표 ‘팝업 스토어’와 함께 언급되는
연관어 상위 20개의 변화
(단위: 건)
출처: 이노션인사이트그룹
이렇게 요즘의 팝업 스토어는 체험형 팝업 스토어, 전시형 팝업 스토어 등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몰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를 보면 10년 전인 2011 ~2012년에는 팝업 스토어와 함께 주로 패션, 화장품, 제품, 구매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런데 2021~2022년의 연관어 순위에서는 다른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은 이제 팝업 스토어를 이야기할 때 사진, 공간, 경험, 전시, 포토존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팝업 스토어를 여는 브랜드의 범위도 패션이나 화장품을 넘어 식품, 음악 · 영화 · 드라마 · 웹툰 · 캐릭터 등 문화 콘텐츠, 나아가 금융 분야까지 넓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팝업 스토어를 찾아가는 이유
소비자에게 팝업 스토어는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마다 색다른 콘셉트로 잘 꾸며진 공간에서 각종 활동에 참여하며 선물을 받는 등 무료로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팝업 스토어에는 시간과 공간의 한정성이 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되는 팝업 스토어는 지금 가지 않으면 사라지는 한정판 공간으로서 소비자에게 한정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공간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어 들어가고 싶은 사람 모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팝업 스토어에 가기 위해 예약을 하거나, 현장에서 대기 명단을 작성하고 긴 시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곧 사라지는’, ‘모두가 갈 수 없는’ 팝업 스토어의 속성이 지금 방문해야 한다는 마음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팝업 스토어를 여는 이유
기업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해 이윤을 창출하는 경제 주체입니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기업이 팝업 스토어를 기획해 소비자에게 여러 가지 경험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팝업 스토어가 기존 고객은 물론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어떤 기업이 만든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다면 곧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인식으로 연결되고, 제품 구매와 매출 증가로도 이어집니다. 잠깐의 경험이지만 인상은 오래도록 남기 때문입니다. 리서치 플랫폼 캐릿에서 Z세대 2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97.2%가 팝업 스토어에 방문한 경험이 있으며 방문한 이후 81.6%가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인식했고, 52.7%는 해당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1) 또한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는 세대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온라인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공유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팝업 스토어 방문객이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팝업 스토어와 브랜드가 홍보되길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팝업 스토어를 실험실처럼 활용합니다. 카카오톡의 설정에서 ‘카톡 실험실’이라는 메뉴를 본 적이 있나요? 정식으로 어떤 기능을 제공하기 전에 사용자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일부 사용자에게 새로 개발한 기능을 미리 사용해 보도록 하는 메뉴입니다. 모든 사용자에게 적용한 후에 그 기능을 삭제하는 것보다 일부 사용자에게만 테스트해 본 후 반응에 따라 전체에 적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제품을 바로 시장에 내놓기 전에 팝업 스토어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소통하며 개선할 점을 발견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또 정식 매장을 운영하려면 임차료, 인건비, 운영비 등 많은 비용이 듭니다. 단기간 열었다 닫는 팝업 스토어는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소규모 브랜드도 고객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을 때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합니다.
1)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임. Z세대는 영향력 있는 소비 주체로 인식되고 있어 기업의 주요 마케팅 대상이 됨.
팝업 스토어 유행에 따라오는 것들
팝업 스토어가 많아지면서 공간 임대, 인테리어, 홍보 등 관련 비즈니스에서 기회를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업은 팝업 스토어를 열기에 적합한 공간을 빠르고 쉽게 찾길 원합니다. 한편 건물주는 비어 있는 공간을 단기로라도 임대하고 쉽게 계약을 관리하길 원합니다. 바로 이 부분을 공략해 기업과 건물주를 연결해 주면서 계약 관리를 대행하는 팝업 스토어 전용 공간 중개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성공적인 팝업 스토어를 위해 기획, 인테리어, 홍보를 대행하는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해 공간을 꾸미고 홍보와 운영까지 대신해 주는 것입니다. 팝업 스토어의 정보만 모아서 전문적으로 전달하며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도 있습니다.
그런데 짧은 기간의 운영을 마친 팝업 스토어의 인테리어 자재는 어떻게 될까요? 팝업 스토어 한 곳을 철거할 때 평균 1톤의 쓰레기가 발생합니다.2) 팝업 스토어 인테리어는 브랜드 특성이나 콘셉트에 따라 제작되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한 자재를 다른 팝업 스토어에 재활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서 배지, 펜, 다회용 가방, 스티커, 부채 등 여러 가지 기념품을 제작하는데, 이로 인해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기업은 팝업 스토어를 기획할 때부터 재활용한 가구와 소품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팝업 스토어 종료 후에 재활용할 계획을 세워 자재를 사용하거나,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등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2) 투데이신문,「한 달에 50개 이상 열리는 팝업 스토어… 인기만큼 쌓이는 폐기물 어쩌나」, 2023. 8. 14.
소비자를 두근거리게 할 다음 마케팅은?
지금까지 팝업 스토어의 개념과 변화, 소비자와 기업 모두 팝업 스토어를 주목하는 이유, 팝업 스토어로 인한 영향까지 알아보았습니다. 요즘 소비자의 특성 중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며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과 취향을 가지려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이러한 고객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팝업 스토어라는 공간을 기획합니다.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색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새로운 경험과 재미, 취향을 찾아 팝업 스토어를 방문합니다. 이렇듯 마케팅은 변화하는 소비자와 사회의 모습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기업 활동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마케팅 수단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게 될까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만드는 <경제로 세상 읽기>는 매달 1편씩 기획재정부 경제교육포털 경제배움e(econedu.go.kr)에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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