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나 느티나무, 은행나무처럼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특정 지역에서만 사는 식물도 있다. 백두산이나 한라산, 울릉도 등지에서 사는 식물이나 내륙에서도 한정된 지역에서만 사는 식물이 그렇다. 대개 기후나 토양 등 생존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살아가며 개체수가 한정된 고유식물을 ‘특산식물’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4,500여 종의 식물 가운데 특산식물은 59과 162속 328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특산식물은 대부분 희귀식물 또는 멸종위기식물로 분류돼 보호받고 있다. 그 특산식물 중 하나인 둥근잎꿩의비름은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자생지가 경상북도 청송군과 영덕군 일대에 한정돼 있다. 주왕산국립공원 일대는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을 정도로 기암괴석과 빼어난 계곡이 절경을 이룬다. 둥근잎꿩의비름은 바로 그 일대 계곡 바위틈에서 산다.
바위에 매달려 15~25cm가량의 줄기를 늘어뜨리며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돈다. 잎은 달걀꼴 원 모양 또는 타원 모양이고 잎자루 없이 두 장이 마주나기로 달린다. 육질의 잎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하고 둔한 톱니가 있다. 7~10월 원줄기 끝에 달리는 공 모양의 꽃차례에 붉은 자주색 꽃이 빽빽이 핀다. 유사종인 꿩의비름, 큰꿩의비름과는 잎 모양과 꽃빛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둥근잎꿩의비름은 앞서 언급하였듯 멸종위기식물 적색목록에 올라 있다. 절멸, 야생절멸, 위급, 위기, 취약, 준위협 단계의 아래인 관심대상종으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일반 화원에서도 이 식물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모양이다. 아마 야생화 농장주들이 자생지에서 무단 채취해 증식했을 것이다. 특산식물을 증식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한 건 좋은데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가 훼손되면 결국 절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의 귀중한 식물유전자원을 무단으로 채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글/사진 : 정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