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간호사도 무서워하고 의사도 무서워한다. 범도 안무섭고, 귀신도 안무섭고, 못생긴 여자도 안무서운데 유독 간호사와 의사는 엄청 무서워한다.의사 중에서는 치과 의사를 제일 무서워한다.
나는 이날까지 아파 병원에 가 본 적이 없다. 언젠가 공개구혼을 할 때 난생 처음으로 병원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았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날까지 감기약 한번 먹어본 적이 없고 약이라고는 회충약 밖에 안 먹어 보았다. 소화제를 먹어본 적도 없고, 진통제를 먹어본 적도 없다. 겨우 꽁짜 박카스는 몇병 마셔보았다. 내 입으로 어디 아프단 소리를 안하고 살았다.평소에 병원에 자주 들락거렸다면 간호사나 의사를 봐도 별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을 텐데, 병원에 갈 일이 아예 없었으니 더더욱 그들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지 싶다.
2.
그런데 한 이년 전엔가 이빨 치료할 것이 있어서 치과에 갈 일이 있었다. 내가 잘 아는 치과 의사가 있었는데, 그분이 딴데로 이사를 가고 말았다. 나는 죽어도 그분에게 가려고 백방으로 수소문 하여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물어도 모를다고 하고, 서울시 치과의사협회에 물어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래서 서울시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는 같은 이름과 비슷한 이름의 치과에 한군데도 빠지지 않고 전화를 해도 다들 모른다고 했다. (여러 해 전에 강낭 논현동엔가에 있는 유명한 김현철성형외과와 같은 빌딩에 있었고, 의사 선생님 성함이 김종훈(?)인지 그랬다. 김현철 원장은 필로스란 사교클럽의 맴버이기도 했다. 김 원장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이분을 찾아야 한다. 전에 내게 배푼 호의에 다시 감사해야 하고, 쏘주도 한잔 사야 한다.)
3.
할 수 없이 다른 치과에라도 가야할 판이다. 그때 내 후배 한분이 자기 고향 선배라면서 종로 공평빌딜 건너편에 있는 신 아무개치과를 소개해 주었다. 그집에 가서 나는 시껍하고 말았다.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내 입을 많이 벌려놓고 치료하겠다고 입 강제로 벌리는 기계를 무리하게 집어넣고 무리하게 벌려 여러날 치료를 하는 바람에 드디어 내 턱이 빠지고 말았다. 그래도 신 아무개 의사는 별 미안한 내색도 안 하고, 서울대학병원치과로 가보라고 하였다.
세상에! 살다살다 이런 기막힌 꼴은 그때 처음 당했다. 소개한 후배 체면만 아니었다면 그 치과 의사를 따끔하게 혼내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소개한 후배 체면 때문에 그러기에는 아무래도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분통이 터졌지만 참고 서울대학병원치과에 가서 턱을 끼워넣고 여러날 치료를 받았다. 서울 대학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도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라 그것을 후배 체면 봐서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 지금도 그때 턱빠진 생각을 하면 화가 나고 분이 치민다.
4.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랫니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말겠지 하고 지났는데, 아무래도 불길한 생각이 든다. 최 선생에게 이가 흔들린다고 하였더니 빨리 치과에 가보라고하였다. 그런데 지난번에 치과 잘못가서 턱빠진 것을 생각하면 치과 가는 것이 너무 겁이나고무섭다. 내가 신뢰할 수 없는 치과에는 갈 자신이 없다. 그래서 차일 피일 하고 여러날이 갔는데, 이제 복숭아를 종전방식대로 먹을수가 없다. 앞니를 일부 사용해서 먹는 것은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다.
5.
이에 이상이 생겨 치과에 가긴 가야겠는데, 종로 공평빌딩 앞에 있는 신 아무개 치과처럼 입에 기계를 넣어 강제로 너무 많이 벌려서 멀쩡한 사람 턱 빠지게 하는 치과에는 겁이나서 다시는 못 가겠다. 그때 신 아무개 치과에서 잘못하여 멀쩡한 턱이 덜커덩하고 빠졌을 때, 나는 너무너무 놀랐다. 앞이 캄캄했던 악몽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진짜 실력있고, 정직한 치과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산문에 광고를 내든지, 아니면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해야겠다.(www.songhyun.com)
첫댓글 더 오래 놔두면 호미로 막을일을 가래로 막게 될거에요. 얼른 가셔서 빨리 치료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