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노동자들이 연이틀 파업투쟁을 승리로 이끌어내며 침체된 노동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29일 제2순환도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지 불과 5시간만에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확약서를 받아낸 데 이어 30일에는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지 4시간만에 CJ대한통운과 수수료 문제, 패널티 문제에 합의를 끌어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는 30일 오전 11시 CJ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대한통운택배분회 총파업투쟁승리를 위한 화물연대 광주지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끝장투쟁을 선포한 데 이어 문진 지부장이 투쟁지침 1호로 ‘ 택배분회 총파업’을 발동시키며 압박하고, 교섭대표들은 ‘총파업’ 발동 4시간만에 사쪽과의 합의했다.
이날 합의된 사항은 일단 노사 양쪽이 비공개로 하기로 했지만, 문진 화물연대 광주지부장은 파업 돌입의 배경이 됐던 CJ대한통운과 CJ GLS의 통합방침에서 수수료 100원 인하와 강화된 패널티 제도에 대해 “내용적으로 우리들의 완전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30일 오전 CJ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열린 ‘대한통운택배분회 총파업투쟁승리를 위한 화물연대 광주지부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민중의소
문진 지부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지만, 먼저 택배분회 조합원들이 일정 수수료 인하를 감수하고 그동안 수수료 체계가 달랐던 비조합원들과 동일하게 맞춘 점을 강조했다. CJ쪽이 교섭이 장기화되자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분리한 교섭안을 내놓자 화물연대는 일괄 타결을 요구했고, 사쪽과의 교섭을 통해 조합원 뿐만 아니라 비조합원까지 끌어안았다.
그 다음으로 패널티 문제는 사쪽이 강화키로 한 내용을 택배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냈다. 사쪽과 화물연대쪽이 1:1로 합의기구를 만들어 논의하되 서로 합의되지 않은 패널티는 적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로써 박종태 열사가 목숨까지 내놓으며 항거해서 지켜낸 수수료는 비록 일부 내줬지만 비조합원까지 아우르며 화물연대의 단결된 힘을 보여줬으며, 조직 확대를 꾀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냈다.
이날 ‘택배분회 총파업’은 다소 의외의 상황이었다. 교섭 결렬 이후 총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화물연대 광주지부는 다음달 1일 통합작업 이전 투쟁을 마무리지을 작정을 하고 이날 결의대회에서 끝장투쟁과 함께 ‘총파업’까지 내달렸다.
이날 택배 물류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오전 7시부터 선전전을 벌이며 CJ대한통운을 압박해 들어갔다. 이들은 분류작업은 근로계약서 상 없는 일이라며 파업이 아님을 강조해오다 결의대회를 통해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다.
문진 화물연대 광주지부장이 30일 오전 CJ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열린 ‘대한통운택배분회 총파업투쟁승리를 위한 화물연대 광주지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투쟁지침 1호로 택배분회의 총파업을 선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문진 지부장은 대회사에서 “전국 모든 택배노동자들의 눈과 귀가 이곳에 집중되고 있다. 오늘 이곳에서 끝장을 보는 투쟁을 하겠다. 오늘 결판나지 않으면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힌 뒤 “투쟁지침 1호를 시달한다. 1지회 택배분회는 이 시간부로 무기한 전면총파업을 선언한다. 광주지부는 이 투쟁을 마무리할 때까지 이 자리를 사수한다”고 총파업을 발동시켰다.
이어 “CJ에 오늘 끝장교섭을 요구한다. 교섭이 결렬되면 이후 발생될 모든 문제는 CJ가 온전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화물연대는 집회 마지막에 투쟁결의문을 채택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화물연대 광주지부는 대한통운택배분회의 총파업투쟁을 끝까지 엄호, 사수할 것”이며 “광주지역 전체 화물노동자들의 총파업을 포함하여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반드시 사수할 것”이라 결의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박봉주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장, 김승철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 한연임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장 등 노동계 대표자, 윤민호 통합진보당 광주시당 위원장, 전주연 광주광역시의원 및 통합진보당 기초의원들을 포함해 화물연대 노동자 400여명이 함께 했다.
또한 하루 전 제2순환도로 총파업에서 승리한 소태·송암영업소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여성노동자 40여명도 함께 하며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소태·송암영업소 조합원들이 그동안 연대해준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함께 연대투쟁에 나서 박수를 받고 있다.ⓒ민중의소
“투쟁의 선봉에서 가족을 위해 싸울 것”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택배분회 일반 조합원도 투쟁결의를 당당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선창길(42) 조합원이다.
선창길 화물연대 택배분회 조합원이 이날 결의대회에서 “투쟁의 선봉에서 가족을 위해 싸우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민중의소
선 씨는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어릴 때부터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라고만 가르쳐 주셨다. 그런데 누군가 내가 열심히 일한 것 빼앗아 갈 것이라고는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 열심히 일한 것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가르쳐주지 않으셨다”면서 “저는 이제 7살인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강하지 않으면 남에게 빼앗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똑똑히 가르칠 것이라 밝혔다.
이어 “우리가 열심히 일만 해서 저들의 배를 불리고 살찌우고 만 것”이라며 “저들은 우리가 열심히 일한 만큼 뺏아가고 말았다. 계산해보니 광주에서만 우리에게서 뺏아가는 돈이 1년에 10억원이 넘는다. 그만큼 우리 가족들은 더 굶주리게 될 것”이라 수수료 인하, 패널티 강화로 빼앗기는 문제가 어떻게 사쪽의 이익에 복무하는지를 강조했다.
끝으로 선 씨는 “열심히 노력하면 얻어지는 게 아니라 힘이 없으면 빼앗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나는 기필코 싸울 것이다. 이 투쟁의 선봉에서 내 가족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울분에 찬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오전 CJ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열린 ‘대한통운택배분회 총파업투쟁승리를 위한 화물연대 광주지부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눈빛이 빛나고 있다.ⓒ민중의소
이날 결의대회 마지막에 투쟁결의문을 채택하며, 택배분회의 총파업투쟁을 끝까지 엄호할 것을 선포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택배노동자가 투쟁결의문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있다.ⓒ민중의소
화물연대 광주지부 택배분회 조합원들이 율동을 노동가요에 맞춰 율동을 공연하며 투쟁의지를 고무하고 있다.ⓒ민중의소
30일 오전 CJ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열린 ‘대한통운택배분회 총파업투쟁승리를 위한 화물연대 광주지부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29일 제2순환도로 고용승계 투쟁에서 승리한 서기정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장이 연대투쟁을 공표하고 있다.ⓒ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