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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세계엔n 스크랩 버나드 그리핀 와이너리 방문기
권종상 추천 0 조회 59 09.08.11 00:09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일요일 오후의 커피가 각별한 이유는 그 늘어지기 쉬운 시간을 제대로 쓰겠다는 의지의 반영이기에 그런걸까요? 아무튼, 과테말라산 커피를 조금 우려내어 마시고 있습니다. 레귤러 커피는 역시 내려마셔야 제맛이라지만, 그래도 프렌치 프레스 역시 커피의 원래 풍미를 제대로 살려주는 성 싶어 귀찮긴 하지만 이걸 쓰는 걸 늘 선호합니다.

와이너리 여행을 다녀왔으니 와이너리에 관한 이야기들을 써야 할 텐데, 이것저것 써야 할 글들이 많아서 조금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도 숙제는 숙제고, 또 제 마음 내키는 대로 쓸 글들은 써질 때 빨리빨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커피를 앞에 놓고 컴퓨터 앞에 또 앉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 첫 방문지는 프로서에서 자동차로 30분 쯤 떨어진 리치랜드의 '버나드 그리핀' 와이너리였습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저야말로 버나드 그리핀에 가장 큰 애정을 가진 한국인일 듯 합니다. 하하... 물론 그만큼 이 와인이 잘 알려지지 못한 탓도 있고, 또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우리나라까지 절대로 알려질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제겐 이 와인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쌓일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선호순위 상위권이고, 그 때문에 더욱 방문해보고 싶은 와이너리이기도 했습니다.

 

심플하고 현대적인 외관, 그리고 생각보다 작은 테이스팅 룸은 이들이 지금까지 받은 상들로 가득했습니다. 버나드 그리핀은 제겐 와인에 대한 열정을 열어 준, 제 개인적으로는 좀 뜻깊은 와이너리이기도 해서 이곳을 찾아드는 순간 가슴이 설레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의 테이스팅 비용은 기본인 튤립 레이블의 경우 5달러, 리저브의 경우 10달러를 내야 하는데, 와인을 구입할 경우 빼 줍니다. 어머니와 제 이름으로 두 건을 신청해 놓고 실제로 아버지와 아내까지 4명이 시음했지만, 그래도 결국 이곳에서 두 병의 와인을 사는 것으로 충분히 비용 빼고 남았습니다. 게다가 얼마전에 릴리즈된 이곳의 첫 진판델,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매된 비오니에까지 맛을 봤습니다.

 

이 와이너리는 서북미에서 가족 비즈니스로 운영되는 와이너리 중에서는 가장 큰 와이너리이기도 합니다. 연간 채 6만 케이스가 안되는 소량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이중 75% 이상이 워싱턴주 내에서 소비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도 타주에서 이 와인을 맛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와인메이커이며 이 와이너리의 오너인 랍 그리핀의 철학이 돋보입니다. 은행에 빚지지 않았고, 광고비를 쏟아부을 이유도 없으며, 와이너리의 주인인 자신이 직접 와인메이킹을 책임지고 있으니 따로 와인메이커를 둘 이유도 없으니 와인에 비싼 가격을 매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의 와이너리는 2006년 '와인 프레스 노스웨스트' 잡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와이너리'로 등극하기도 했지요. 어쨌든 마음에 그리던 와이너리입니다. 와인메이커인 랍 그리핀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출타중. 하지만, 그의 와인 중에서 일반 마켓엔 내놓지 않는 것들도 꽤 맛봤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방문입니다. 특히 그의 비오니에를 쳐 주고 싶었는데, 서머와인으로는 이 이상 괜찮은 게 드물 듯 합니다. 산도로도 그렇고, 당도로도 셰닌 블랑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구조면으로 더 튼실하다는 느낌입니다. 아마 그것조차도 와인메이커의 개성이겠지요. 꽃향기 속에 약간 깔리는 풀내음, 그러면서도 낮은 알코올과 밸런스 잘 맞는 산도가 조화롭습니다.

 

피노 그리는 아마 요즘 하나의 트렌드인듯 합니다. 버나드 그리핀 역시 피노 그리를 만들고 있었는데, 올해 처음 릴리즈된 듯 했습니다. 아마 이 녀석도 서머와인으로는 꽤 인기를 끌을 듯 했습니다. 리저브급 와인들 중 카버네 소비뇽은 역시 수준급이었습니다. 아마 블라인드로 테이스팅하면 틀림없이 보르도 와인이라고 착각할 듯 했습니다. 진판델도 적당히 무겁고 조화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와인은 오렌지 뮈스까였는데, 무스캇의 당도보다는 오히려 조금 짭조름한 샐러드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저런 제 느낌을 이야기해주니, 와인을 따라주던 가이드가 깜짝 놀랍니다. "상당히 와인에 대해 잘 아네요? 그리고 우리 와인에 대해서도 참 잘 아네요?" 하하, 여기서 나오는 와인을 마신 게 몇 년인데... 제가 이 와인에 대해 애정을 가지게 됐던 스토리들을 이야기하면서, 일차로 약간 오르는 취기를 느낍니다. 이 뒤로도 가봐야 할 와이너리들이 꽤 많은데, 벌써부터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술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아버지, 그리고 차에서 게임을 하면서 우리를 기다리는 아이들 때문에 더 지체하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와이너리에 들렀다는 기쁨을 안고 어머니께 비오니에 한 병을 사 드렸고, 저는 이곳의 유명한 시라 포트를 사고서 뿌듯한 마음으로 와이너리를 나섰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와인이 참 좋다고 말하시면서, "그런데, 이거 예전에 우리 가게에서 팔았던 거지?"라고 물으셨습니다. 예... 저희 가게에서 팔았었지요. 물론 그때 몇병 집에 가져가 마셨다고 고해 성사를 마쳤습니다. 푸하하. 말하자면, '재고정리'였다고... 안 팔리면 우리가 마시는 게 마땅하고 옳은 일인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하셨더니 함께 웃으십니다. 하긴 우리 가족 덕분에 버나드 그리핀이라는 와인을 마셔본 이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손님들이 멀리서 오시면 좀 고급스러운 와인을 대접하고 싶었고, 그때 늘 첫 고려대상이 되던 것이 버나드 그리핀, 아버 크레스트, 그리고 샤토 생 미셸이었으니까요.

 

이 와이너리 바로 옆에도 다른 와이너리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 바로 옆의 북월터, 그리고 타가리스 와이너리는 다음에 와서 들르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들를 와이너리들은 많은데, 시간은 점점 촉박해지고 있었습니다. 이 다음에 올 때는 아예 처음부터 이곳을 목적지 삼아 2박 3일은 있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버나드 그리핀에서 구입한 와인들을 챙긴 후, 다음 목적지인 호그 셀라와 스노퀄미 와이너리를 향해 떠났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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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8.11 20:27

    첫댓글 와인 박사님 앞에서 뭔 와인 이야기를 하리오... ㅜㅜㅠㅠ

  • 09.08.11 20:29

    짱짱이 님이 포르투갈 와인 자시고 리스본 홈리스들과 같이 자던 이야기 올렸시요... ㅋㅋㅋ ><

  • 09.08.11 20:31

    권 형과 가족들 웃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부인과 결혼 반대한다고 자살하려고 한 보람이 있슴다... ㅋㅋㅋ ><

  • 작성자 09.08.11 21:46

    일생에 한번 그렇게 떼써야 하는 순간이 있는 듯 한데... 제대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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