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주니치와 이종범은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기 직전의 부부사이가 됐다. 지난해 호시노 감독이 앞장서서 딩고를 데려오고 이종범을 2군으로 내려보낼 때부터 벌어지기 시작한 사이는 더이상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종범은 11일 주니치의 이토대표와의 면담에서 요구사항을 다 얘기했다. 그가 내심 원하는 것은 일본내 다른 팀으로의 자유로운 이적이다.
방법은 트레이드나 자유계약이지만 이토 대표는 우회적인 말로 거절의사를 밝혔다.사실 주니치가 이종범을 자유계약으로 풀어도 데려갈 팀이 많지 않 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주니치는 이종범을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종범의 높은 연봉와 외국인선수 엔트리 등을 생각한다면 홈런타자도 아 니고 3할타율도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외국인 선수를 그것도 시즌 중에 데 려갈 팀은 없다고 봐야한다.
주니치는 만일 이종범을 다른 팀에 넘겨줬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위험의 싹 을 자르고 싶어한다.이토 대표가 말을 빙빙돌려 얘기했지만 속내는 하나다. “일본에서 야구를 하고 싶으면 주니치에서 지내던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 가라”는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 말을 내뱉지 않고 “조만간 1군에 올려보내겠다” “일본에서의 트레이 드는 어렵다” “해태와 상의를 해봐야 한다”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말로 확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
속마음(혼네)과 겉모습(다테마에)가 다르고 체면을 깎는 발언을 결코 상대 의 얼굴에 대놓고 하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수사학이 만든 애매모호한 상황 으로 보인다.
주니치는 2년전 선동열이 은퇴를 결정하기 직전에도 이와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당시 선동열과 해태,주니치는 서로 원하는 것이 달랐다.
해태는 선동열의 재계약을 통한 수입챙기기를 선동열은 해태의 양보속에 주니치와의 재계약을 꿈꿨으나 주니치는 끝내 이렇다 저렇다 얘기가 없었다.
“국보급 투수이니만큼 양국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주니치는 대신 “선동열의 플레잉코치 계약,미국 연수”등 의 말만 언론을 통해 흘렸다.
그러나 정작 선동열 본인에게는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다.주니치의 속내 는 아마도 ‘해태에 더이상의 돈을 주지 않고 선동열도 적은 돈으로 재계약 하고 싶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동열은 구차하게 선수생명을 이어가기 보다는 명예로운 은퇴의 길을 택했다.주니치는 비록 이종범과 헤어지더라도 “우리가 먼저 너를 자르 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싶어한다.이종범에게 1군복귀를 약속한 것도 단지 좋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일본인 특유의 립서비스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