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국회의원 33명이 작년 말 청원경찰법 개정 로비를 벌인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총 2억7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1000만원 이상 받은 의원이 10여명이고, 최고 5000만원을 받은 의원도 있다. 의원들에게 로비하기 위해 청목회는 회원 1만여명 중 5000여명에게서 8억원을 모았고, 이 가운데 2억7000만원을 청원경찰이나 그들 가족 1000여명 명의로 쪼개서 후원금으로 냈다.
청원경찰은 국가기관, 공공단체, 외국기관의 경비를 위해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며 그 기관으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보수나 복지 혜택은 경찰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덕분에 정년은 59세에서 60세로 연장됐고, 그동안 순경 수준이던 연봉은 재직기간 15년 미만은 순경, 15~30년은 경장, 30년 이상은 경사 수준으로 올라갔다.
국회의원의 가장 큰 업무는 법을 만들고 고치는 일이다. 그 일을 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매달 입법활동비를 포함한 세비(歲費) 1000여만원과 각종 지원비 800여만원을 준다. 만약 의원들이 열악한 청원경찰의 후생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면 자발적으로 앞장섰어야 옳다. 그러나 의원들은 청원경찰들의 푼돈 후원금을 받고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은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돈으로 태엽을 감아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국회의원들이 작년에 받은 후원금 총액은 411억6719만원으로 1인당 1억3907만원이다. 이 중 입법로비와 관련된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나, 청목회보다 재력 있고 회원 동원력이 강한 압력 단체는 많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낼 수 없고 개인은 의원에게 연간 500만원까지만 후원금을 낼 수 있다. 압력 단체들은 법의 이 조항을 피해 다수 회원 명의로 특정 의원에게 후원금을 몰아주는 식의 로비를 해왔다.
청목회 후원금 사건은 여의도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불법·편법 로비의 한 조각일 뿐이다. 로비를 합법화하되 압력 단체들의 정치헌금 내용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엄격한 규제 장치를 달아두는 문제도 생각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