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4:1]
내가 또 말하노니 유업을 이을 자가 모든 것의 주인이나 어렸을 동안에는 종과 다름이 없어서....."
내가 또 말하노니 - 이것의 헬라어 '레고데'는 바울이 새로운 진술을 시작할때 앞서 언급된 사건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할때 일반적으로 사용된 형식이다. 그는 3장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내용에 대하여 비유를 사용하여 계속 설명하고 있다. 즉, 바울은 율법 아래 있던 상태에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는 변화를 마치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던 유아기로부터 스스로 선택권과 자유를 가지는 성년으로 변화되는 것에 비유한다.
어렸을 동안에는 - '어렸을'에 해당하는 헬라어 '네오피스'는 '말을 못하는 자'라는 뜻이다. 바울은 '네오피스'라는 단어를 기독교 진리의 장성한 분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젖'을 먹어야 하는 연약한 자들을 비유하는데 사용하였다. 본절에서는 성년과 대조하여 미성년의 상태를 가리킨다. 유대에서는 만 12세까지를 미성년으로 취급하였는데 이들은 재산을 소유할 수는 있었으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종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갈 4:2]
그 아버지의 정한 때까지 후견인과 청지기 아래 있나니...."
그 아버지의 정한 때까지 - 로마 시대의 관습법상 미성년자는 14세까지 그의 아버지가 의뢰한 후견인 아래 있었으며 재산권은 25세가 될 때까지 청지기가 대신 관리했다. 그러나 명확히 고정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이들이 성년이 되는 것은 아버지의 재량권에 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로마의 아이들은 매년 3월 17일에 열리는 '리베랄리아'라는 가족들의 잔치에서 성인이 되었고, 그 아이는 공식적으로 아버지에 의해 인정되는 아들이자 상속자로 받아들여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바울이 언급하는 '그 아버지의 정한 때까지 후견인과 청지기 아래' 있다는 말은 로마의 관습을 가리키는 것임이 분명하다. 바울이 비유한 논리 속에서 우리는 율법의 종된 상태에서 믿음으로 자유자가 되는 것은 그 작정한 때를 따라 행사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적 의지에 달려있음을 선명하게 알 수있다. 후견인과 청지기 - 앞에서 바울은 율법을 '파이다고스'에 비유하였고 여기서는 '보호자''어린 아이를 책임지는 자' 등의 뜻을 가진 '후견인'과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라는 뜻을 가진 '청지기'에 비유했다.
바울이 몽학선생보다 더 구체적이고 법률적인 지위를 가진 직책들을 비유로 사용한 것은 율법 아래 매인자들의 종속 상태를 강조하기 위함인 것 같다. 비록 유대주의자들이 스스로를 하나님의 자녀라고 생각할지라도, 그들은 율법의 청지기와 후견인에게 매인자들로서 실제적인 권한은 없고 참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미성년자의 상태에 처한 것과 같았다.
[갈 4:3]
이와 같이 우리도 어렸을 때에 이 세상 초등 학문 아래 있어서 종노릇 하였더니..."
초등 학문 아래 있어서 - '초등 학문'의 헬라어 '스토이케이아'는 '차례', '질서', '순위' 등을 의미하는 '스토이코스'에서 유래한 말로 크게 세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1) 헬라 사회에서 세상을 구성한다고 하는 기본적인 네 요소, 즉 물, 불, 흙, 공기 등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2)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이 '초보적 영들'에 의하여 움직여진다고 믿었던 점성술에서의 천체 숭배를 가리킨다..
점성술에 대한 내용은 구약의 유다 왕 므낫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데, 유대인들 중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바벨론 포로 생활이 므낫세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의 '별 숭배' 때문이라고 믿었다.. 초대 교회 당시에는 유대교의 영향을 받은 영지주의자들이 혼합주의적인 신비 종교를 만들면서 '스토이케이아'를 하늘과 땅의 모든 공간에 존재한다고 믿는 '모든 영과 천사들과 마귀들'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하였다.
(3) 종교적 지식의 미숙한 단계 또는 어떤 분야에 있어서의 초보 단계를 의미한다. 본절에서 '스토이케이아'는 (2)와 (3)의 뜻을 가리킨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렇게 볼때 바울이 유대인의 율법주의나 천체 숭배 및 그리스도 신앙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의식과 사상들을 ' 초등 학문'이라는 독특한 개념 속에 포함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울은 그리스도 신앙 이외의 모든 다른것들을 우상적이며 유치한 것으로 취급하였다.
[갈 4:4]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 나게 하신 것은...."
때가 차매 - '때'에 해당하는 '크로노스'는 2절의 '아버지의 정한 때'와 연관이 있다. 따라서 본문은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작정한 기간이 지났음을 시사한다. 또한 때가 차기 전에 일정한 기간 동안 율법에 매여 있었던 암담한 상태가 끝났음을 암시한다. 한편 NIV는 본문을 '시간이 충만하게 임하였을 때'라고 번역하였다. 이는 율법이 하나님의 백성을 억압함으로 그들이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무기력과 곤고함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 바울 서신에서 '보내다'라는 뜻으로 사용된 헬라어는 세가지가 있다. (1) '아포스텔로'는 특별한 임무를 주어 보낸다고 하는 데에 역점을 주고 있다. '사도'가 '보냄을 받은 자'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설명해 준다. (2) '펨포'는 하나님이 아들을 보낸다는 의미로 아버지께서 성령을 보내신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는 단지 보낸다고 하는 사실에 역점을 두고 있다.
(3) 본절에서 사용된 '엑사포스텔로'는 보냄을 받은 사람이 그를 보낸 사람이나 장소, 사회적 지위에 귀속되어 있다는 점에 역점을 두고 있다.이에 본절의 '엑사포스텔로'는 아들이 하나님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것과 그를 보낸 실존적 공간, 즉 하늘나라를 염두에 두고 씌여진 것으로 본다.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 본절에는 바울의 기독론이 포함되어 있다.
바울은 다른 곳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모든 창조물 보다 먼저 나신자'라고 묘사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나타낸다. 반면 본절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완전한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하였다. 즉 '여자에게서'라는 말은 메시야의 계보인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우리와 같은 육신의 몸을 입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문장 또한 앞 문장과 마찬가지로 예수께서 완전한 인성을 가진 사람의 몸으로 태어났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강조점에 있어서 단지 '사람'으로 오신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율법을 지킬 의무를 가진 '유대인'으로 오셨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삶속에서 율법의 요구를 만족 시키시고죽음으로 율법의 진노를 짊어지셨다
[갈 4:5]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 '아들의 명분'에 해당하는 헬라어 '휘오데시안'은 '양자됨'이라는 뜻으로서 신약성경에서 바울만이 사용하였다. 바울이 이말을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의 아들됨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에 의한 것임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하나님의 유일한 아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제도와 율법을 순종하셔서 우리로 하나님의 아들이 되게 하셨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께서는 유대인으로 태어나신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으시고, 유월절 절기를 지키셨으며 그밖의 모세 율법을 지키면서 자라나셨다. 뿐만 아니라 율법의 속박 아래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을 아들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를 주고자 십자가에서 죽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