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줄거리>
-공탄국의 황제 '잘안타'가 연탄부대를 이끌고 삼한 땅을 침범하니 펜슬이 의병을 일으켜 대항하였다. 펜슬이 책사 '보여'의 계략대로 돼지로 구성된 양돈부대로 적의 선봉을 평양성 부근에서 꺾으니 이에 놀란 '잘안타'가 대책회의를 열었다.-
"저들이 돼지들을 앞세워 우리를 공격하니 참으로 당혹스럽도다. 용맹했던 우리의 병사들이 저 무식한 돼지들의 '꿀꿀'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도망가기에 급급하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경들은 저들을 도모할 수 있는 계책을 연구하라."
이에 휘하 장수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였으나, '잘안타'가 서역에서 데려온 '마이꼴'만은 당황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폐하! 신 마이꼴이 아뢰옵니다. 신에게 저들을 도모할 수 있는 방책이 있사옵니다."
"뭐-라. 경은 어서 말해 보라."
"신이 생각하건대 저들은 필시 우기를 기다리는 것일 것이옵니다."
"우기를 기다린다?. 자세히 말하라."
"페하께서도 아시다시피 탄족은 습기에 약한 단점을 지니고 있사옵니다. 지금 저들이 양돈부대로 하여금 우리의 선봉을 꺾고, 우리가 물러난 틈을 타서 평양성에 들어가 농성하는 것은 곧 있을 장마철을 기다려 우리를 도모하고자 함일 것이옵니다."
"허면 우리는 저들을 우회하여 저들의 도읍을 치면 될 일이 아닌가."
"그렇게 할 수는 있사오나, 그렇게 하면 자칫 앞쪽과 뒤쪽에서 협공을 받아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질 수 있사오며, 병참이 원활히 확보되지 않으므로 큰 곤경에 빠질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는가."
"명나라의 시정잡담을 기록한 '허무맹랑'에 '술에 대취하여 길에서 행패를 부리며, 지나가던 처녀 집돼지를 희롱하던 포악한 만주 맷돼지 열마리를 산둥의 왕새우 '이수륭'이 때려 뉘었다'는 내용이 나오며, 한나라 때의 음식서인 '영양가득'에 '무릇 잘 구운 돼지에 새우젓을 얹은 쌈이야말로 쌈의 절정인 '보쌈'이라 할 수 있다.'라고 하였사옵니다. 이는 새우젓의 묘한 기운이 돼지의 두터운 지방을 녹이기 때문일 것이옵니다. 하오니 새우부대를 편성하여 몸에 소금을 뿌리고 저들의 양돈부대를 대적하게 하면 저들이 더 이상 쉽사리 준동하지 못할 것이며, 성을 도모할 때도 큰 역할을 할 것이옵니다."
"허나 우리의 국토가 대부분이 들판과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영토와 접한 바다에 심한 한류가 흘러서 새우 보기가 참으로 귀하니 어찌하겠는가."
"신이 듣건대 바다 건너에 있는 왜국은 삼면이 바다인 까닭에 해산물이 풍부하여 튼튼한 왕새우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작금의 왜국은 장군 '스끼다시'가 200년간 분열된 전국의 '나와바리'를 통일하고 막부 '로바다야끼'를 세운 후에, 스스로 태정대신 '덴뿌라'의 지위에 올라 있는 실정이옵니다. 허나 '스끼다시'가 비록 왜국을 통일하였다고는 하나, '나와바리'를 잃은 많은 귀족출신의 오야붕들이 여전히 많은 사병을 보유한 채 진심으로 항복하기를 거부하고 있사옵니다. 특히 관서지방의 '사시미'와 교토의 '사꾸라'가 노골적으로 '스끼다시'에게 도전하고 있사옵니다. 검은 옷을 입고 머리를 짧게 자른 사각머리의 많은 깍두기들을 호위무사로 거느리고 있는 관서지방의 실력자 '사시미'는 '도다리로 대표되는 명문 횟감 가문출신인 나 사시미가 어찌 이름없는 횟집 밑반찬 출신인 천한 스끼다시에게 고개를 숙이겠는가. 지나가던 벤또가 웃을 일이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 하옵고, 언제든 쓰리고에 피박을 터트릴 수 있는 '타짜'사무라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교토의 실력자 '사꾸라'는 '화투계의 전통적인 명문 12피 가문에 들어가며, 팔광과 더불어 오광중에서도 으뜸인 우리 사꾸라들이 어찌 화투판 껍데기보다도 못한 자를 섬기겠는가.'라는 말을 장례식장 화투판에서 하였다고 하옵니다."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폐하께서 친서를 보내시어 우리 공탄국과 왜국이 힘을 합쳐 삼한 땅을 점령한 후, 중원 땅을 도모하자 하면, 필경 '스끼다시'는 이를 핑계로 전국의 오야붕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병들을 군사로 동원할 것이옵니다. '스끼다시'로서는 근심거리인 오야붕들의 힘도 약화시키고, 저들의 오랜 숙원인 대륙으로의 진출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니 필시 응할 것이옵니다. 저들의 응원군 '왕새우'을 앞세워 양돈부대를 제압한 후, 단숨에 평양성을 몰아친다면 반드시 저들의 계책을 깰 수 있을 것이옵니다."
"허나 만일 저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면 저 평양성이 쉽게 무너지겠는가. 만일 무너지지 않는다면 저들의 계책대로 우기에 이르러 우리가 큰 곤란에 빠지지 않겠는가."
"폐하! 신이 살고 있는 저 서역 땅에는 '불타는 물'이라는 것이 모래사막에서 나옵니다. 이 물은 비록 마실 수는 없사오나 열을 가해 증류하면 여러 가지의 물로 다시 나뉘어지는데, 그 물들은 작은 불씨에도 금방 타오르는 성질이 있사옵니다. 서역의 역사서 '알까몰라'에 이르기를 '알라력 432년에 '싸우다'국의 왕자 '다시마 빈 라덴'이 '불타는 물' 한 통을 실은 마차를 몰고, 서역을 넘보았던 로마제국의 콜로세움에 돌진하여 일순간 콜로세움을 불태우니, 무너지고 불탄 콜로세움에서 타죽은 식빵들의 수가 대략 5천이었다. 훗날 로마 사람들은 이때 타 죽은 식빵들을 일러 '토스트'라 하였다. 이에 분노한 로마장군 '부시 막대무스 2세'가 5만의 전차부대를 이끌고 '싸우다'국을 침공하였으나, 튀긴 감자조각을 먹고 있던 '부시 막대무스 2세'가 사막에서 갑자기 타오른 '불타는 물'의 불기둥에 놀라, 그만 칩이 목에 걸려 실신하니 이에 놀란 로마군이 후퇴하여 다시는 '싸우다'국을 넘보지 못하였다'라고 하였사옵니다. 이로 보아 '불타는 물'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사옵니다. 만일 그 물을 몸에 바르고 불을 붙이면 눈 깜작할 사이에 탄이 타오를 것이며, 물과 '불타는 물'은 상극이니 습기를 막는 방수에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옵니다.
"서역에 정말로 그러한 신기한 물이 있단 말인가. 허나 그것들을 여기까지 가져오자면 시일이 걸릴 것이고, 대국의 땅을 피해 몽고 내륙으로 오자면 족히 넉 달은 걸릴 것이다."
"물론 그러하오나 서역의 배들을 그 규모가 매우 크고 빠르기가 비호같으니 만일 뱃길을 이용한다면 장마가 오기 전에 필히 여기까지 도달할 것이옵니다."
"그대의 지략이 하늘을 속이고도 남음이다. 내 그대가 말한 대로 시행하리라."
책사 '마이꼴'의 계책을 들은 '잘안타'는 군사를 정돈하고 되도록 양돈부대와의 일전을 피하였다. 그런 후 사신을 왜국으로 보내 친서를 전달하였다. '잘안타'의 서신을 받은 '스끼다시'는 '대륙 진출'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전국 오야붕들에게 포고령을 내리고 군사를 징발하였다. 왜국의 오랜 숙원인 '대륙 진출'의 명분아래 전국의 오야붕들은 자신의 나와바리에서 관리하던 갑옷으로 무장된 많은 왕새우들을 출진시키니, 그 수가 2만에 이르렀다. 허나 관서지방의 '사시미'만은 오키나와에 웅거하고 있는 '바닷가재'의 침략에 대비한다는 핑계로 정예군인 '왕새우'를 보내지 않고, 강과 호수 출신인 '민물새우'를 보내니, '사시미'는 이때 정예군을 보존한 것을 발판으로 훗날 '스끼다시' 사후에, '스끼다시'와 같은 횟집 출신이자 그의 충직한 부하장수였으며, 정식 후계자였던 '와리바시'를 '관서튀김전투'에서 무찌르고 '덴뿌라'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스끼다시'가 '와리바시'를 총사령관으로 하여 2만에 이르는 응원군을 삼한 땅을 향해 출병시키니 이때가 4612년 5월이었다.
한편 책사 '보여'의 말대로 병사를 훈련하고 군대를 충원하면서 평양성에서 농성하고 있던 펜슬은 적진이 고요하고 아무런 도발이 없음으로 이를 수상히 여겨 휘하 장수에게 이르기를
"무릇 '염탐서'에 이르기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하였다. 이제 부장들은 전국의 '참새'들과 '새앙쥐'들을 세작으로 삼아 적정을 정탐하라."
라고 명하였다. 허나 이때는 이미 '잘안타'의 사신이 왜국을 향해 출발한 후니, 이는 펜슬에게 뼈아픈 실책이었다.
단기 4612년 5월 중순, 신의주 성의 쌀뒤주 속에서 은거하며 은밀히 활동하던 '새앙쥐'로부터 왜국의 '와리바시'가 2만의 왕새우를 거느리고 삼한 북부의 원산항에 상륙하였다는 급보가 날아들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