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5. 일요일
가을속의 속리산 그 이쁜 속살을 보러~
[등산코스]
화북주차장~ 문장대~ 신선대~ 천왕봉~ 세심정~ 법주사~ 주차장
(약 16키로)
주말내내 전국에 강한 돌풍과 동반하는 비 소식이 있어
나름 고민이 조금 있었다.
비 내리면 뭐, 비 맞으면 그만인데 시기가 적절치 않다.
보통 4~10월까지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그냥 산행하는데
겨울철 앞뒤로는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매우 위험하기에 비 맞는건 피해야한다.
전날 장태산도 비온다 해놓고 안왔었고,
구라청 체면이라도 세워야 하기에 틀림없이 오늘은 확실히 온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생각해봐~
문장대에서 천왕봉 가는길이 뻔한데 비 많이 오면 진행이 되겠어?
난 어렵다고 본다.
그랬기에 ~
"법주사 세조길"이라도 걷자는 마음으로 나선다.
마음을 비우면 그렇게 편해질 수 없다.
공감하죠? ㅎㅎ
(인생도 너무 과하게 마음비우고 살아가는건 아닌지 쫌 염려스럽지만 ...)
비가 올듯올듯한 상태에서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기왕 새벽일찍 일어나 여기까지 왔는데 무조건 가야겠지?
문장대를 향해 오른다.
어제 술도 좀 마셨고, 마음의 준비도 전혀 안되어 있는 상태에
스틱도 없이~ 기냥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오른다.
대체 뭘 믿고 이래 태평한 것인지
무념무상의 자세로 그저 묵묵히 오름짓을 계속한다.
이 부실한 몸도 그런대로 주인을 도와주니 그저 고맙다.
야간산행 이라도 꾸준히 했으면 산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텐데
요즘 농땡이 친다고 야산을 끊었더니 몸이 정신을 못차린다.
그래도 하늘이 도와준다.
내릴듯 말듯한 비는 끝까지 내리지 않고 축축하게나마 유지해 준다.
다만 안타까운 건 짙은 운무다.
곰탕국물이 진해도 워낙 진해야지~ 뭐하나 보이는게 없다.
어떡하냐?
일절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그냥 걸을 수밖에~
이 코스는 조망을 즐기며 걷는게 포인트인데...
그래도
비 안오는게 어디냐? 진짜 고맙잖냐
더 이상 욕심 낸다면 도둑놈이겠쥐.ㅋㅋ
3.5키로의 오르막을 치고나면 이젠 여유로운 능선길이다.
문장대 정상석 위의 전망대는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대강대강 훑어보고 패스~!
신선대, 천왕봉 쪽으로 걸어간다.
계속 오르내림길이 반복되며 안개에 덮인 단풍잎들을 볼 수 있다.
올해 단풍은 별로다.
기대했던만큼 이쁘지도 않고 검불게 변했거나 말라져 있어 그저 그렇다.
하기사 애네들도 매년 이쁠수야 없을테니~
내년을 기대할 수밖에.
가볍게 점심먹고, 천왕봉 삼거리 도착.
천왕봉은 예전에 갔었기에 이런날은 굳이 안가도 되지만
사진찍어줄 사람이 필요하다해서 왕복 1.2키로 쓰윽 따라나선다.
천왕봉 찍고 하산하는길.
가도가도 끝없이 지겨운 하산길이다. 그제야 깨닫는다.
이곳도 높은 산이라는 것을 . . .
엥? 뭐이래?
뒤늦게 햇살이 비치네.
뭐지, 이 더러운 기분은... 차라리 비가 내렸다면 고마워나 했을터인데
실컷 중요한 곳 다 허탕치고
지겨운 하산길 내려올때 그제서야 햇볕이 등장하니 완전히 속은 그런 기분이다.
진작에 (조망 보여야할 때) 비춰줬으면 좀 좋았을까?
그나저나 ~ 끝없는 내리막에
작대기도 없이 내 어설픈 무릎팍은 아작이 난다. ㅠㅠ
스틱은 하산길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인데 비와서 세조길 걷는다는 생각에
설마하며 그냥 던져놓았던 그 댓가를 결국~ 온몸으로 치른다. ㅠㅠ
다행히 죽으라는 법은 없듯 누군가 작대기 하나를 빌려줘서
그나마 이때부턴 편안하게 내려온다.
그래도 하산길 너무 길었다.
특히나 주차장 내려와 버스주차장 찾는데까지 걸은 길이 어마무시했다.
오늘 총 16키로, 2만5천보 넘게 걸었네... 아휴~
그냥 그랬다고...ㅎㅎ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시정할 사실이 하나 있다.
"꼴지가 부리나케"라는 카더라통신이 돌았다던데...
이거 왜이래?
나... 분명 꼴지 아니거든? ㅎㅎ
꼴지로 들어오든 선두로 들어오든 큰 상관없지만 실제 팩트와 다르게 호도되는건 싫다
내 뒤로도 무려 5명이나 있었다는거.
아는 사람은 다 알거든.
근데, 성필이 이노무세키.. 나보고 꼴지라고 얼마나 놀려대던지
내땜에 하산주 늦게 시작하게 되었다고
형님 늙었다고 이래 약해져서 되겠냐며 무안 주던 그놈이 얄미워서~
이 형아가 소주원샷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네?
암튼... 아직 멀었다.
누가 뭐라하든 내 갈길을 가면 되는거 아닌가~
첫댓글 멋지네요 화북분소에서 문장대 오름이 가장 가깝지요
문장대에는 운해로 인하여 조망을 보지 못했나요
가을의 끝자락 속리산도 아름답네요
신선대에 아직쉼터가 있는지 예전 라면 먹던 생각도 남니다
대부분 이코스로 많이 가고 저도 예전 오래된 기억이 생각 나네요
그래도 낮은 곳에는 단풍이 이제 내년을 기약해야 될것 같습니다
수고 많이 했서요^)^
감사합니다
요즘 바빠 좀늦었네요.
저도 예전에 눈덮인 겨울철 걸었던 기억 되살리며 걸었네요.
조망만 좋았다면 진짜 좋았을텐데..
멋진 주말 보내세요 홧팅입니다
지난 일요일에 비가 안왔나요.
우리는 비온다구해서 산행을포기했는디요.
글고 거 왜 술 많이 먹는 입으로 정상석에 뽀뽀를하면 싫어 할텐데요.
그나마나 문장대에서 조망이 꽝 이었다니 많이 아쉽긴 했겠네요.
그래도 수고많이하셨습니다.
비온다고 생각했는데...
간간히 보슬비 조금내리고 치웠답니딘.
뽀뽀하는 척 하는거지
진짜 입대는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으하하하
가을날의 멋진 속리산 여행기, 잘 감상했습니다.
솔직담백한 마음을 풀어놓아서 읽는 마음이 편했답니다.
산꾼의 심리 변화 과정을 엿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네요.
구라청 체면까지 생각해주며 마음을 비우다가,
진한 곰탕을 만나선 비 안 오는게 어디냐며 욕심을 내려놓고,
하산길 햇살 앞에선 속은 기분이라고 속상해 하더니만,
카더라 통신 앞에선 은연중 마음 상해서 분개하더니,
결국은' 아직 멀었다'며 자아성찰로 마무리 되는 일련의 과정.
후후...
가을 속의 속리산 이쁜 속살을 보러 갔다가
종래는 나케님 자신의 여물어가는, 성숙의 속살을 보게 되었군요.
늘 행복한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응원해 주시니 천군만마를 얻은듯 행복해집니다.
심층분석까지 해주시는 선배님어 그 배려에 고마움과 부끄러움이 뒤섞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라 했던가요?
실제보다 너무 좋게 잘 봐주셔서 그저 머리를 긁적이고 합니다.
요즘 눈도 잘 안보이고 해서 글을 쓰고 읽는게 힘들어서 잠시 쉬어가고 있답니다.
가을이 끝나기전 멋진 풍경 많이 즐기고 오시기를...
이쁜 단풍길 따라 속리산 품속으로 제대로된 여정 보내셨네요.
문장대에서 천왕봉가는 주능선 따라 오르내리고~
천왕봉 모습을 보면 옛 생각이 절로 납니다.
대간, 정맥시절, 홀대모모임에서도...
멋진 포즈며 법주사의 붐비는 행락객 모습은 여전합니다.
즐감해유~
감사합니다
방장님 좋은하루되세요